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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04. 공정성에 대하여

미국에서 다양한 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다들 자식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평등, 공정성 이슈가 제기 되면 그에 반발할 수 없는 분위기 이고 그로 인해 결론을 내거나 진척시킬 수 없어서 사라지는 사안들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수학우수반' 처럼 어느 분야에 특출한 아이들을 위한 별도 수업들이 있었는데 불평등하다는 의견 때문에 제도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형태가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다 보니 교육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향 평준화 되어 걱정이 많았다. 아이의 다양성을 살리려면 사립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비용이 감당 가능하지 않다. 


어떤 이념이나 사상이 집단화가 되면 논리 검증 고리가 약해 진다. 집단화는 반드시 우리가 옳아야만 그 힘이 강력해 지기때문에 그러하다. 초기의 성찰과 질문은 점차 사라지고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하라', '우리가 맞고 저들은 틀리다' 라는 흑백 논리로 굳어가고 그렇게 단순해야 집단은 더 힘이 세진다. 여기에 우리가 맞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까? 라는 성찰적 질문은 이단으로 치부 될 수 있다. 


공정, 평등이 다양한 곳에서 점점 세력화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각 상황적 배경은 무시되고 그 가치는 절대적으로 옳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꼬인 공정과 평등의식은 직장 생활의 사례에서도 쉽게 볼수 있다. 아래는 블라인드나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사회 초년생의 목소리이다. 


1. 제가 신입이라고 회의실 정리를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제가 할일은 아닙니다만 매니저님도 그 일을 하신다면 저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2. 제가 하고 있는 일을 팀장님은 하지도 않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회의하고 상부 조직과 커뮤니케이션이나 하면서 제 성과를 팀장이 날로 가져가는 것은 아닙니까? 제 일을 반만이라도 하는지 의문입니다.


위 목소리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1. 회의실 정리는 계약된 미화원이 다음 날 아침에 하겠지만, 단체를 위한 작은 노력을 하는 것은 부모 품을 벗어난 바로 그 시기에 배워야 하는 공동체 훈련이고, 이를 어떤 자세로 받아들일지 선택하는 고민의 과정은 일종의 마음 훈련이다. 


2. 팀장은 팀원에게 업무를 잘 위임하여 팀의 효율을 향상시키고 윗선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방향을 잡아가고 그 만의 성과를 내는 것이 임무인데, 팀원과 같은 일을 한다면 오히려 직무 유기이다. 


이 상황에서 실제 결과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 


1. 상사는 '아- 말을 말자.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세대야' 라며 속으로 분노할테고, 신입직원은 나는 당당하게 말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는 의기양양함을 갖을지 모른다. '공정, 평등'이라는 개념 앞에서 회사 내 누구도 의견을 내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 뿐 아니라 조직 내에는 답답함과 침묵이 흐를테고, 직장 문화에는 개인주의와 분열이 생긴다. 


2. 상부 또는 인사팀에서 xx 팀장에게 팀원들과 더 소통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팀장은 팀원과 같은 일을 해야하는 것인지 팀장 수준에서 하는 일을 어디까지 미주알 고주알 신입사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일에 시간은 부족하기만 한데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위 아래에서 이리 저리 치이느라 정신이 없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공정, 평등과 같은 사회적 개념을 적용하기 전에 전제가 있다. 모든 구성원이 성숙하고, 본인의 기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는 것에 (본인 기준이 아니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이 충족되어야 공통의 가치관을 논할 수 있다. 


'회사'라는 상업 조직의 목적에 대해서도 충분한 공감이 있어야 한다. 각 조직은 각자의 목적과 임무가 있다. 가족은 양육, 보호, 지지, 사랑과 같은 가치가 중요하다. 종교단체, 학교, 동호회 등은 각기 각자의 목적과 가치가 있다. 이와 같이 회사는 매출, 수익, 성장을 통하여 매년 잘 '생존'해 내는 것이 조직 구성원 전체가 해 내야할 목적과 의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들은 매분기, 매년 보고해야할 매출, 수익, 성장률을 묻고 주식회사는 이에 대한 보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팀워크, 복지, 원활한 소통 문화도 같은 목표를 향해 최대치로 협심하기 위한 하나의 스킬 또는 도구이다. 


헌데, 전제 검증은 다뤄지지 않고 공정 평등을 맞추다 보니 결국 문화적으로 하향 평준을 하는 결과를 낮고 만다. 이는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수준을 낮추는 일이다. 


기본적인 자연 상태는 불평등이다. 어떤 나무는 양지에서, 어떤 꽃은 음지에서 태어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자세로 삶을 대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선택에 대하여 조언을 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어 주는 것 또한 인간적인 소명과 같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을 사회가 해 주는 순간, 각 개인은 어떤 자세로 살아갈지에 대한 선택도 치열할 필요가 없어진다. 음지에서도 꽃을 피워내기 위해 온 힘을 다 해 볼 생명의 자세가 우리 인간의 특권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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