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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마음닿기, 시작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지옥의 굴레. 

제게는 그 지옥의 굴레가 일이었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일이었지만, 동시에 고통의 굴레도 되었습니다. 때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나 상황의 도피처가 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연인과의 결별의 아픔,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아픔, 직장 내 관계가 어렵게 느껴질 때 등등. 여러 상황들이 발생할 때마다 빨리 털고 정신 차리게 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20, 30대의 혼란 속에서 일이 가장 현실적인 바로미터일 것 같았고, 길게 보면 남는 것은 내 업무의 발자취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도한 책임감과 도덕심도 타인에게 피해되지 않도록 완수해야 한다는 욕심을 활활 태워대기에 좋은 땔감이 되었겠죠. 


자연스럽게 일이 계속 더해졌고, 잘 시간을 쪼개가며 사는 이 굴레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인정과 승진의 화려한 순간은, 개인 삶의 바닥의 순간쯤에 왔던 것 같습니다. 약간의 추가 임금과 승진은 추가의 책임과 업무를 양심의 가책 없이 얹기 위한 암묵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직장 생활 10년 차. 나이에 비해 과분한 업무들 속에 허우적 대며 겨우겨우 버티고 이렇다 죽는구나 하는 자각과 함께 첫 내려놓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간이 쌓여 이제 20년 차 직장인이자 10년 차 마음 수련인입니다. 기술 영업을 해왔고 글로벌 회사의 한국 영업 총괄 담당으로 100여 명의 조직까지 담당하며 다양한 계층과 국내, 해외 회사의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해 왔습니다. 


그리고, 퇴사와 함께 온 쉼표 구간에 그간의 배움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0년 차 마음 수련인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10년 전인 2013년 가톨릭상담심리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처음 접한 것이 본격적이고 집중적인 수련의 시작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삶 속에 “나”를 탐색하고 성장하는 수련자입니다. 고난은 어떻게 다음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으로 전환되고, 고민은 근원적 질문을 끌어내는 동기가 됩니다. 함께 가는 수련자로서 제 나눔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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