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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마음닿기, 나도 나를 몰라서

만약,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40세 이상이 계시다면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할 수 있다면, 20-30대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이 질문에 YES라는 답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40-50대의 마음과 지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조건이라면 가겠다는 조건부 답변은 있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에 대한 경험 데이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터널이 있으면 언젠가 끝날 거라는 경험치가 쌓이게 되니 어려운 시간에도 조금은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이따가 정신줄 놓고 먹을 테니 이 시간에 조금 먹어두자, 이런 상황은 피하는 게 좋겠다, 말을 험하게 하면 꼭 돌아오더라 등 자기만의 경험 데이터를 축적하게 되니 혼란과 고민이 좀 줄어들고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20대부터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첫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어른이 됐다는 충만감은 가득한데 어디에 손을 데면 뜨거운지 하나씩 알아가야 하는 모습은 신생아기와 다름이 없습니다. 10대까지는 가족, 지인과 같이 안전한 관계 속에서 경험을 하지만, 20대부터는 정글 속에서 스스로 새롭게 경험하고 알아가야 하므로 긴장, 혼란,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이후 10년, 20년, 30년 점점 쌓여가는 경험 데이터가 나 자신에 대한 예측과 통제의 기반이 되고, 이 덕분에 긴장이 좀 풀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20대부터는 세상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과 뿐만 아니라 10대까지 쌓여 온 무수한 경험과 자아들을 깨는 과정도 경험해야 합니다. 이는 나중에 다른 이야기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꽤 온화하고 차분한 외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꽤 안정된 사람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모습들을 곰곰이 돌이켜 살펴보니 내면 속에서는 온갖 갈등과 분노가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었을 뿐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저 역시 앞서 말한 무의식 자아들의 지배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 과거 경험 자아들이, 야생마 같은 잘못된 감정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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