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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마음닿기,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는가

뇌는 어떻게 거짓말을 할까요?

매맞는 아내는 신체 학대의 순간에 몸에 통증이, 마음에 공포와 슬픔을 일어납니다. 이 감각만으로도 '이곳은 안전하지 않아. 피해. 도망가'라고 판단할 수 있음에도, 그보다 더 압도적인 공포 대상이 있다면 뇌는 이를 왜곡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시선, 경제적 자립에 대한 두려움이 압도적으로 크다면, 뇌는 이에 적응하기 위해, '남편은 사실 나를 너무 사랑하고 있어, 저이도 통제할 수 없는 습관이니 오히려 안쓰운걸 어쩌겠어, 바깥보다 여기가 안전해'라고 생각을 일으킵니다. 위험한 곳을 안전한 곳으로 왜곡 인지를 일으켜 내가 지키길 원하는 것을 지키게 하는 것이죠.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이런 인지 왜곡은 쉽게 자동적으로 일어납니다.

내 인생의 신념체계, 약한 자존감과 같은 자의식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뇌가 작동하게 되면 주관적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고, 분노와 행복을 만들어냅니다. 현실과 다르더라도요. 


뇌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나는 나에게 속아 넘어갑니다. 


내가 보는 현실은 다른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다른 자아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그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경험자아로 인해 왜곡되는 감정

아기가 처음으로 불 가까이에 손을 대고 깜짝 놀랍니다. 이제 불에 대한 경각심이 생깁니다. 과거 경험 지식은 나의 생존과 안전을 지킵니다. 감정도 다양한 과거 경험에 의해 현재의 느낌이 강화되거나 과장될 수도 있습니다. 경험자아가 나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잠재되어 있다가 발현이 되는데, 과거와 오늘의 상황에 차이가 나면 결과적으로 왜곡된 반응이 될 수 있습니다.  


봄을 감싸는 따듯한 햇살, 뺨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아이들의 깔깔 웃는 소리, 공원에 화려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튤립들. 그 봄날이 따듯하고 기분좋은 감정으로 남아있습니다. 오늘 미팅에 나온 남자가 튤립이 한창이라며, 튤립꽃을 건냈습니다. 아직 그를 잘 모르지만, 따듯하고 기분 좋은 감정이 일어납니다. 


중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억울하게 혼나고 맞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연말 개별 면담을 하는 중에 상사를 가만히 보니 눈썹이 그때 선생님과 묘하게 닮았습니다. 공포와 분노가 일렁입니다. '이 상사는 억압적이야.' 라는 판단을 내립니다. 중학교 담임선생님과의 과거 경험이 작동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알아차리기엔 너무 깊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김주환 교수님이 쓰신 <내면소통>의 문구를 인용해 봅니다.




배럿에 따르면 감정이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세상을 구성해내는 방식 그 자체'이지 세상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즉, 우리 몸이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리저리 애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가 감정이다. -내면소통(김주환 지음) p411 


우리 신체의 여러 기관들은 끊임없이 온갖 내부감각 정보를 뇌로 올려보낸다. 대부분은 별의미 없는 노이즈에 가까운 감각정보다. 이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 중요하지도 않노이즈에 불과한 잡다하고도 정상적인 상태의 내부감각 신호의 볼륨을 마구 케워서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의식으로 올려보낸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냥 지나쳤을 평범한 내부감각 정보들이 '이상신호'로 둔갑하고 이로써 의식에 비상 경고등이 켜짐에 따라 환자는 강한 공포심이나 불쾌감 혹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수많은 내부감각 신호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해석하고 여기에 확신이 더해져 증폭이 반복되는 소용돌이에 갇히는 것이다. - 내면소통(김주환 지음) 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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