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칭찬이 버겁다. 단순히 내가 뭔가를 했거나 하는 척 하는 순간에 잘했다고 책임감 없이 평가하지 말았으면. 왜냐면 타인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나를 돌이켜 보며 어설픈 자아상에 자책하고, 쓸데없이 비대해진 메타인지를 작동시키면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아서 혼란만 커지기 때문이다.
많은 걸 대충은 해봤지만, 제대로 마무리하고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본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채용도, 보상도, 인사관리 전반에서 시간없음을 핑계로 기우고 덧대었던 조직이 쇠퇴하는 걸 보며 많은 감정이 들었다. 그것이 윗 사람의 잘못, 누군가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하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최선을 다했으니 면죄부를 받는게 가당한 위치였단 말인가?
최근에는 경력직 면접도 일부 보고 있다.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고, 공채 준비를 하다 아무 생각 없이 기본 자소서로 원클릭 지원했던 회사들에서도 나를 찾는다. 면접장에서 4년 간의 경력을 두서없이 푸는데도, 고마운 면접관들은 나의 이야기를 흥미로워하며 들어준다. 집에 돌아가 후련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다가도 전형 단계가 심화되면은, 전 직장에서의 경험이 망령처럼 나를 붙잡고 끌어내리는 것 같다. 너가 그만한 자격이 있느냐고, 너는 문제의 본질을 탐색하고 해결할 수 있는 위인이냐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어딘가 부정적인 마음을 털어버리고 싶으면 글을 찾게 되는 듯 싶다. 모든 걸 아는건 나 뿐이기에, 결국 내가 이야기 나눠야하는 건 타인이 아니라 매듭을 끊지 못하고 만지작 거리는 나 자신이기에. 얽혀있는 마음을 끊어주고, 다시 어디선가 쓸모없는걸 주워와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뒤통수 쳐 일으켜 세워야 하는 것도 어른이 된 나의 역할이다.
자성하는 순간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간 속 나는 평범하고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사람의 사회인인 듯 싶다. 그래서 떠오른 김에 문득 글을 써봤다. 이래선 안돼 하는 급한 마음에 마구잡이로 인풋을 때려넣다보면, 배워 익히고 숙성해서 original think로 변환시킬 시간이 부족해 버려지는 시간에 그치게 된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바빠서라는 핑계로 미뤄왔던 일인데, 퇴사한 후 잉여로운 삶을 보내면서도 뭐가 그리 바쁘고 손대기 두려웠는지.
아무래도 큰 일이 없다면 일을 다시 시작할 순간이 머지 않은 듯 싶다. 나는 결국 대기업을 가거나 BD/기획 파트로 틀지 못한 채 평생의 아쉬움을 남길지도 모르겠지만, 남은 며칠 동안 후회가 없도록 충분히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