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통근러의 고단하고 평범한 어느 하루
#직장인 #일기
성인이 된 후 인생의 반의 반 가량을 길에서 보내온 경기도민. 웬만한 이동수단은 잘 버텨낸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건, 출근길 붐비는 외선순환 2호선.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 차량에 몸을 싣고나면 손과 발이 꽉 묶여 아무것도 할수없다. 그때 유일하게 자유로운 건 귀. 그 조차도 작은 헤드폰 속에 욱여넣지만.
외선순환 열차에서 100bpm이하의 음악은 사치다. 이동할 땐 무조건 빠른 템포. 그래야 이 지리멸렬한 시간이 그나마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볼륨도 최대한 크게.
그래선지 가는 귀가 먹었다. 대화할 때 상대방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작으면 하나도 못듣는다. 하지만 알아들은 척을 할 때가 많다. 대화의 빠른 진행을 위해.
다행히 못알아들은 말로 인해 큰 실수를 한 적은 없다. 아니다. 실수에 대한 피드백마저 못알아들은 걸 수도 있다.
퇴근길 내선순환 2호선 역시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일부러 돌고 돌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그런데도 사람이 많으면 그땐, 서서 존다.
긴 이동 시간으로 인해 장시간 인공조명에 노출된 눈은 침침하다.
잘 안 들리고 잘 안 보이며 서서 자는 묘기.
경기도-서울 왕복 17년 뚜벅이 인생이 낳은 결실.
괜찮은 것 같다. 적당히 안 보이고 적당히 안 들리고 다리는 튼튼하고. 예전처럼 쉽게 우울하지도 쉽게 기쁘지도 쉽게 넘어지지도 않는 그런 삶.
추천하진 않는다. 무뎌지기까지 그리 쉽진 않았다.
2024년 2월 5일에 쓴 글.
마치 방금 쓴 것 같은.
또 한 번 되뇌이는 현재
8개월이 훌쩍 지난
10월 10일 목요일 자정, 그리고 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