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eorgigiana
Oct 11. 2024
수원-서울 장거리 통근 12년.
나에게 맞춰주는 유연한 직장을 찾아보자. 무리하면, 다친다.
수원 - 마포
수원 - 여의도
수원 - 상암
수원 - 종로
수원 - 서초
수원 - 성수 (현재)
수원 - 전국 출장 (현재)
수원에 산 기간 총 34년. 대학 시절 빵집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집 근처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다. '인 서울' 못한 한이 컸던 걸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통근할 땐 줄곧 도시철도와 광역버스에 몸을 실은 채 서거나 앉아서 기절해왔다.
통근이 가장 고되고 길었던 건 수원-상암, 그리고 고행을 진행 중인 수원-성수. 각각 왕복 평균 80km 이상의 거리를 자랑한다. 상암을 다닐 땐 수원역에서 서울역까지 기차를 탄 다음 공항철도를 이용해야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재, 성수동은 광역버스를 이용해 사당을 거쳐 2호선을 탄 후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내려야 편도 1시간 30분 내외로 사무실 입구컷이 가능하다. (러시아워엔 2시간 초과가 당연지사)
대학 전공의 특성상 콘텐츠 관련 업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제작사와 방송국이 많은 서서울에서 20대 영혼을 불살랐다. 나름 전업을 시도한 30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창작(기획)일을 하게 되었고 실험적 프로젝트를 하는 젊은 기업들이 모인 성수동에 4년째 발도장을 찍는 중.
이쯤되면 사주에 역마살이 득시글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하기사 서울 인구는 줄고 경기도 인구는 늘고. 장거리 통근러도 나날이 늘어가니 그리 특이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 행위를 이제는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줄지 않는 광역버스 줄만큼 고민도 늘어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 직장은 주5일 모두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재택! (어느새 외근과 출장이 늘며 그 마저도 무의미해졌지만) 나름의 탄력 근무가 가능한 곳이다. 그래서 4년을 버틸 수 있었다. 간헐적 버스파업이 있을 때나 직장 내 일부 이슈가 있을 때도 재택을 권장하는 팀이다.
가장 감사한 부분이다. 장거리 통근러에게 자율적 출퇴근을 허하는 직장은. 만약 출퇴근이 유연하지 않은 곳이었다면 채널에 하루에 1개 이상 강박적으로 영상을 올리며 "제발 하나만 터져라" 떡상만을 바라는 무명 크리에이터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는 크리에이터보다는 직장인으로서의 에너지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관성과 근성, 근심과 뚝심. 그리고 점심을 꼭 오후 1시 30분 이전에는 먹어야 하는 밥심추종자.
출퇴근이 나의 생체리듬에 맞아야 그나마 내일을 그릴 수 있다. 지하철도 버스도 진절머리가 나지만, 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경기도 인구 1,400만 시대에 출퇴근하다 객사하지 않으려면 직장이 하는 말보다는 내 몸이 하는 말이 더 중하겠더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길바닥 라이프 함께 하는 모든 분들, 지치지 말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