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07년 ~ 30년
오늘은 지난 주의 인더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지나, 드디어 익숙한 도시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얼마 전 리뷰했던 '로마인 이야기'와도 연계되는 바로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이다.
메트로폴리스
저자 벤 윌슨
출판 매일경제신문사
발매 2021.03.08.
아테네는 그 당시로서는 성공적인 국제도시였다. 도시는 외부로부터 사람들과 문화와 기술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번성할 수 있다. 아테네는 그런 조건을 갖춘 도시였다. 아테네의 개방성은 아테네를 국제도시로 만들었다. 아테네의 광장 아고라에서는 사람들은 토론하고 연설하면서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기도 하였다. 도시의 중심부가 중앙 권력이 하층민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성전이나 통보처가 아니라, 시민들이 의견을 나누고 철학을 이야기하고 투표를 하는 광장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공공 공간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흥미롭게도 조선의 한양과 피맛골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송도에서 한 번 놀랐는데, 종로 피맛골이라니 ㅎㅎ 말 타고 '물렀거라~~~!!'하는 양반들 지나다니는 거 꼴 보기 싫어서 골목으로 들어간 것이 피맛골이라니.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꼴 보기 싫은 것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 무서워서 피하나? ㅎㅎ
조선 시대(1392~1897년)에 평민들은 한양의 간선 도로인 종로에서 말을 타고 지나가는 양반들과 마주칠 때마다 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아가 치민 나머지 종로 바로 옆에 나란히 나 있는 좁은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피맛골, 즉 '말을 피하는 거리'로 알려진 그 비좁은 길은 군데군데 들어선 식당과 상점 덕분에 사람들이 모여 얘기하고 어울리는 장소였으며 한양이라는 대도시의 공식적인 부분을 관할하는 규칙에서 벗어난 비공식적인 공공 공간이 되었다.
국제도시로서의 아테네는 페니키아 사업가들이 전달한 페니키아 알파벳을 발전시켜 여러 언어가 탄생하게 하는 장이 되기도 하였다. 페니키아 알파벳은 이후 그리스 문자와 라틴 문자를 위시한 거의 모든 알파벳 문자의 기초가 되었다.
번성했던 아테네의 황금기는 반대로 이런 장점을 살리지 못하자 시작되었다. 아테네인들이 대내외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점점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적들이 생겨났다. 물론 결정적으로 역병이 치명타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특유의 개방성이 역병의 창궐을 부추겼던 것이었을까?
마케도니아가 그리스를 점령하고 아시아와 유럽에 이르는 광활한 원정을 하면 건설한 도시 알렉산드리아는 그야말로 진정한 국제도시라 할 수 있다.
세상에 문을 열고 있었던 아테네는 온갖 관념과 물건이 유통되는 시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거대한 무역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의 시끌벅적한 시장에는 그리스인, 유대인, 이집트인, 페르시아인, 메소포타미아인, 바빌론인, 아나톨리아인, 시리아인, 이탈리아인, 이베리아인, 카르타고인, 페니키아인, 갈리아인, 에티오피아인 같은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아마 인도인과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인도 왔을 것이다. 그 국제적 상업도시는 누구나 환영했다.
상상이 되는가 지금으로부터 2000년도 더 전인 기원전에 이런 국제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알렉산드리아가 번성하던 기원전 300년 경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는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온 고조선과 진한, 마한, 변한 이 탄생하던 즈음이다. 부여가 막 생성되려던 시기이며 아직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나기 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알에서 사람이 태어나던 신화의 시기에, 알렉산드리아에는 위와 같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 상업도시가 형성되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알렉산드리라의 모습을 보면 오늘날 미국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도시로 치자면 뉴욕 씨티의 모습이 보인다. 인종의 용광로, 문화의 융합. 결국 이런 힘이 도시와 국가가 강대해지는 엔진이 되는 것 같다.
알렉산드리아의 위대한 점 중에 하나는 학문과 문서를 모았다는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거의 무한의 현금을 무기 삼아 세계 각지로 요원을 보내어 구할 수 있는 한 모든 두루마리를 사 모았다. 알렉산드리아를 지식과 연구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나기도 전이다.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아테네는 철학과 정치학, 연극 분야에서 개가를 올렸고, 알렉산드리아는 과학, 수학, 기하학, 역학, 의학 등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렇게 위대한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에서 로마가 떠오르자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이 시기에 그 유명한 알렉산드리아의 딸 클레오파트라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카이사르나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푹 빠진 건 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리스와 이집트의 문화가 혼합된 알렉산드리아 자체에 매료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다음 주 화요기획! 메트로폴리스! 에서는 떠오르는 신성 도시 로마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드디어 B.C.에서 A.D.로 넘어간다. 4장 목욕탕 속의 쾌락, 로마
그럼 그때까지 우리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