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빡세지만 즐거움은 2배! 우린 힘들지 않아!
게으름 피울 수 없는 패키지여행이기에 우리는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시차 적응에 대해서 주변인들이 많이 물어봤는데 시차적응이 힘들지 않았다. 열심히 관광하고 오면 너무 피곤해서 기절할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 타고 도착하자마자 시차에 완벽 적응했다. 피곤해도 밥을 건너뛸 수 없는 우리기에 한껏 부어있는 눈을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모든 호텔들 동일하게 빵과 버터, 베이컨, 햄은 동일하게 있었다. 다른 곳과 다르지 않은 조식이었지만 동유럽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중에는 조식이 제일 맛있었다. 짜지 않고 담백한 조식이 최고야..!
식당에는 우리와 함께 패키지여행을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비즈니스 차 들린 본토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먹거리를 한가득 담아왔는데 소박하게 담아서 먹는 본토사람들을 보며 조금.. 아주 조금 부끄러웠지만 먹고 또 먹었다. 멈출 수 없어. 맛있는 조식.
조식을 아주 맛있게 먹고 여행을 하기 위해 우리는 버스로 모여들었다. 버스만 타면 4-5시간 이동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타게 된다. 너무 긴 이동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나는 정말 버스만 타면 기절했다. 내 친구는 너무 잠만 자는 내가 걱정됐었다고 …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할슈타트! 거의 다 도착해 갈 쯤에 버스 안에서 보이는 풍경에 입이 쩍 벌어졌다. 눈이 살짝 덮여 있는 산맥들. 그리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주택들.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보이는 절경에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뛰었다.
영화와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라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절경이고 장관이기에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할슈타트는 알프스 산맥과 깨끗한 호수로 이루어져 있는 작은 마을이다. 백조와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강아지보호자들과 강아지들도 오붓하게 산책하는 평화로운 분위기에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 여유 없이 바쁘게 살며 끊임없이 나를 맴돌았던 불안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 들만큼 평화롭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겨울에 여행을 간 거라서 날이 풀린 봄엔 더 예쁜 풍경일 것 같다고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이 절경도 아름다웠기에 우리는 계속 사진을 찍고 감상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서 찬찬히 구경했다. 아기자기한 소품샵들이 많았다. 겨울이라서 상당수의 가게가 문을 닫았지만 그 덕분에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감성적인 가게와 골목의 정취를 느끼며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분위기는 오스트리아스러웠다. 뭔가 뷔페 느낌도 살짝 나면서 내추럴하고 쾌적한 곳이었다. 패키지여행이라서 그런지 식당들은 그냥저냥 그랬다.
오늘은 슈니첼이란 음식을 먹을 예정이다. 독일어로 얇게 저민 살코기라는 뜻인데 망치로 두들겨 연하게 만든 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음식이다. 돈가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원래 이곳에서는 딸기잼을 찍어 먹는데 한국사람들이 케첩을 너무 찾아서 케첩으로 주셨다. 아! 이런.. 가이드님이 딸기잼에 먹어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케첩이 나오니까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딸기잼 조금 줄 수 있는지 여쭤봤고 흔쾌히 주겠다고 하셨다. 그리하여 작고 소중한 딸기잼을 얻을 수 있었다. 30명의 사람들과 나눠먹어야 했지만 이렇게라도 본토식으로 즐길 수 있어서 기뻤다. 슈니첼과 딸기잼의 조화는 나쁘지 않았다. 단짠느낌이랄까? 하지만 돈가스소스가 더 맛있는 것 같다. 내 입맛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 것인가..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끝내고 또 관광을 하러 출발!
오스트리아 여행은 모차르트로 시작해서 모차르트로 끝나는 것 같다. 하긴 모차르트가 아주 유명하긴 하지.. 여행을 와서 관광을 해보니 더 실감이 났다. 맞아 모차르트 대단한 사람이지. 밥을 먹고 나서 향한 곳은 모차르트 어머니께서 태어난 곳, 그리고 모차르트 누나가 정착해서 살았던 곳. 장크트 길겐. 나도 유명해진다면 우리 어머니 고향과 내 남동생의 거처가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 못 될 것 같다. 가족들의 거처까지 유명한 곳이 되어버릴 정도면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사실 이곳은 여름 휴양지여서 진짜 유령도시 같았다. 텅텅 비어 있었고 가게는 다 문을 닫았다. 여름에는 활기차고 축제도 연다고 하는데 상상이 안 갔다. 약간 파주영어마을 느낌도 나고.. 내 친구와 계속 여기 파주 아니냐고 하면서 다녀서 가이드님이 진 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랬다면 정말 죄송해요.. 가이드님..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을 돌아다니다 보니 모차르트가 바이올린을 키는 동상이 나와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상과 함께 찍은 사진은 절대 찾아보지 않게 되던데.. 동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찾지 않게 될 걸 알아도 뭔가 동상을 보게 되면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사이좋게 친구도 찍어주고 나도 한 장 남겼다.
장크트 길겐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츠벨프호른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가면 알프스 맛보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알프스 맛보기라니 상상이 안 갔다.
케이블 카를 타고 출발하자 또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와.. 밖에 안 나왔다. 이것이야 말로 cg 아닌가… 친구랑 계속 이거 진짜 맞지? cg 아니지? 하면서 사진을 엄청 찍었다. 눈에 보이는 게 믿기지 않아서 사진 찍는 것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자꾸 핸드폰을 잡은 손이 내려갔고 눈으로 실제가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멋진 절경을 보다가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아니! 이 높은 곳을 스키장비를 둘러메고 직접 눈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가이드님께 저분들은 왜 직접 올라가냐고 여쭤보니 여기 사는 사람들은 직접 올라가는 것 까지가 스키의 묘미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대단하다.. 빨리빨리 편하게 사는 한국인들과 다른 바이브랄까? 뭔가 멋있었다.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구름이 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안개와 눈으로 덮인 전망대에서 친구와 뛰어다니며 재밌게 놀았다. 정말 뛰어다녔다. 왜 뛰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으로 뒤덮인 산과 나무를 보니 영화 한 장면 같아서 신이 난 것 같다. 물론 정상에서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그래도 만족했다. 케이블카에서 본 절경으로도 충분히 감동했다.
버스를 타고 잘츠카머구트 유람선을 타기 위해 이동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배경이었던 잘츠카머구트. 도착해서 유람선까지 걸어가는 길에 놀이터가 있었는데 기구들이 크고 위험해 보였다. 성장이 남달라서 그런가..? 한국의 놀이터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놀이터의 위엄에 살짝 쫄았다. (왜 쫄았는지는 모른다.)
유람선에 도착했다. 유람선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관광을 하러 오랜 시간 돌아다니니 추워서 으슬으슬해졌다. 유람선 위로 올라가면 실감 나게 알프스를 볼 수 있다는데도 추워서 살짝 고민됐다. 그래도 나가야지. 언제 여기를 다시 또 오겠어. 주섬주섬 챙겨서 나갔다.
바람이 불어서 너무 추웠지만 그래도 유람선 위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젊은 부부분들도 올라왔는데 서로 눈치 보다가 서로 사진 찍어 드릴까요? 하면서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하하하 웃으며 사진을 찍다가 너무 추워서 다시 유람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음료를 먹을 수 있도록 되어있었는데 가이드님이 음료를 쏜다고 하셔서 다들 신나게 음료를 주문했다. 나는 따듯한 티를 주문했고 친구는 핫초코를 주문했다.
추운 날 마시는 따듯한 음료에 마음도 녹아내렸다. 창 밖으로 보이는 알프스산맥에게 마음속으로 안녕을 말했다. 즐거웠어, 오스트리아.
숙소로 향하는 길. 드디어.. 우리는 마트를 갈 수 있게 됐다. 환호.. 우와 드디어 우리 과자랑 음료 기타 등등을 맛볼 수 있는 거야? 친구는 감격의 탄성을 내질렀다. 패키지여행이다 보니 이런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그 대신 15분 안에 결제까지 마쳐야 했다. (숙소로 가야 하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 신나게, 빠르게 이것저것 담다 보니 바구니가 가득 찼다.
음료 쪽으로 가서 고르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위에 있는 음료를 꺼내달라고 부탁하셔서 꺼내드렸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소통이 다 되는구나. 뭔가 뿌듯함을 두배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는 타협과 협의 끝에 장보기를 마쳤다.
숙소에 도착했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배정받은 방문이 열리지 않았다. 룸키가 잘못된 거였는데 다시 잘 넣어보라고 해서 내 친구만 왔다 갔다 뜻밖의 운동을 했다. 결국 직원이 직접 해보더니 이해할 수 없다며 한숨 쉬더니 다른 룸키를 줬다. 너무 짜증을 내서 우리가 잘못한 줄 알았다. 절대 미안하다고 안 하는구나.. 친구와 나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자파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잊기로 했다.
넷플릭스로 마틸다를 틀어놓고 과자를 먹으며 품평회를 진행했다. 과자들은 대체로 양이 아주 많았다. 한국처럼 질소과자가 아니라 진짜 감자칩과자였다. 감동… 친구가 고른 푸딩들은 다 망했다. 식감이 물컹하고 달지도 않고 약간 콧물먹는느낌이라서 푸딩은 실패.. 음료는 낯설지 않은 환타맛이었다. 오레오과자는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서는 왜 안 파냐며 친구가 성을 냈다. 그러게 말이야.. 나는 과자를 먹다가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친구에게 진짜 미안하다고 말한 뒤 쓰러졌다. 그렇게 잠에 들었던 적은 처음이다. 수면제 먹으면 이렇게 잠드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절했다. 그렇게 여행 3일 차.. 무사히 막을 내렸다. 숙소는 묵었던 곳 중에서 제일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