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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아네스캠프 Feb 15. 2023

10. 말레이시아 근교 도시 여행 <이포> 편

올드 타운 화이트 커피와 벽화거리 산책




쿠알라룸푸르에 여유 있게 머문다면 한 번쯤 꼭 가볼 만한 근교 도시 이포(Ipoh)에 다녀왔다.


이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서쪽으로 180km 떨어져 있는데, 왕복 교통편은 열차(ETS)를 택했다. 편도 2시간 20분이 걸리고, 열차 가격은 3인 왕복 217링깃(약 65,000원)이다. 버스는 더 저렴하지만 3시간이 넘게 걸리고, 시내까지 버스를 다시 갈아타야 해서 당일 여행엔 번거롭다.(택시투어는 600링깃 전후로 몇 배 비싸서 애초에 제외했다)



KT센트럴은 애간장을 타고

출발 이틀 전 표를 예약해 두긴 했지만, 아침잠 많은 아들과 오전 10시 반 열차를 타려니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날따라 숙소 주변 교통혼잡이 심해서 그랩이 두 번이나 취소되는 바람에 기차 시간은 다가오고 아주 애가 탔다. 15분 전에 겨우 도착했는데 이번엔 게이트 앞에서 예매해 둔 앱이 안 열렸다. 아내가 진땀을 빼며 G메일을 부랴부랴 뒤져서 겨우 게이트를 통과했다.(G메일과 사진저장은 필수다) 다행인지 열차는 10분 남짓 지연됐고, 난 그 와중에 KFC버거 2개와 허니레몬티를 샀다.


이포행 순방향 열차

아침부터 진땀을 뺐던지 출발하고 셋 다 1시간은 내리 잠을 잤다. 초록초록한 바깥 풍경과 KFC 버거가 눈에 들어오자 정신이 들었다. 굳이 사 본 fresh버거는 별로였지만(버거를 fresh하게 먹을 생각 따위를 하다니) 아들은 치킨 버거를 금세 해치웠다. 그렇게 1시간 남짓을 더 달려 이포역에 도착을 알렸다.


“Next station IPOH~”


기차역부터 벌써 예쁘다

이포역 도착. 어두운 실내를 지나 볕으로 나가니 크게 쓰인 IPOH, 고풍스러운 역사 건물, 푸른 잔디가 펼쳐진다. 비소식이 있었는데 이렇게 화창하다니 운이 좋다. 이포여행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플랫폼 주변을 떠나기가 아쉬울 정도로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이포 기차역(위)와 잔디 너머 보이는 시티 홀(좌)


도보투어의 시작, 올드 타운 화이트 커피

이포에 온다면 꼭 들러야 할 이포 커피의 상징, 커피 마시는 노인 벽화까지는 역에서 도보로 8분 정도 걸렸다. 2층 벽을 넘어갈 만큼 사이즈가 커서 찾기도 쉽다.


코너를 끼고돌면 그 유명한 올드 타운 화이트 커피가 있다. 카야 토스트는 바삭하고 노릇하게 잘 구워졌고, 클래식 커피는 믹스커피를 두세 개 탄 듯 달고 진했다. 이곳을 시작으로 중국풍이 강한 구시가지 건물들과 유명한 벽화들이 이어지는데, 굳이 방점을 찍고 찾아다니지 않아도 좋을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건물 하나하나 긴 세월의 숨결이 가득한 구시가지 골목 안쪽에는 오래전 광산 부호가 세 명의 부인에게 선물했다는 스트리트들이 있다. 좁은 길에 카페와 기념품, 수공예품 가게들이 분위기를 한껏 올려준다.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휴로우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넘어갔다.



벽화거리의 묘미는 여기서부터

구시가지 이름 있는 벽화들은 색이 바래거나 재작업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오히려 신시가지 초입 골목골목에 더 다채로운 벽화들을 눈높이에서 볼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마음껏 기량을 뽐낸 듯 걷는 재미가 넘친다.



이 골목을 돌면 소박하고 따뜻한 벽화가, 저 골목을 돌면 웅장하고 화려한 벽화가 쉴 새 없이 이어지다 보니 맘이 드는 사진 여러 장을 건졌고, 아내와 난 카톡 배경화면을 바꿨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들은 맘에 드는 장면을 보면 “나 오늘 집에 가서 이거 그릴래”라고 외친다. 아내와 내가 바라는 좋은 자극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아들이 덥다며 보챈다. 다시 구글맵을 돌려 해를 피할만한 작고 근사한 카페로 찾아 들어갔다. 점원이 QR코드 하나를 내미는데 그 링크에서 메뉴판 확인, 주문, 카드결제까지 다 들어있고 카운터는 현금도 카드도 받지 않는다. 작고 조용한 올드타운에도 스마트 포스를 잘 쓰고 있다는 게 새삼 인상적이다. 아들은 아이스크림 와플을 뚝딱.



로컬 노점에서 먹는 저녁

뭐 할까 했더니 벌써 기차 시간이 다가온다. 열차를 타러 가기 전, 로컬 향기가 물씬 나는 노점을 골라 이른 저녁을 먹었다. 느낌만 보고 들어갔는데 포스 가득한 아주머니가 주력 메뉴를 딱딱 집어주며 순식간에 음식을 내어왔다. 북적한 분위기에 정신없이 먹긴 했지만 우리 입맛엔 다소 어려웠다. 소화시킬 겸 기념품 상점들을 돌며 구아바 차를 샀다.(돌아와 마셔보니 맛이 일품이다. 더 사올걸)


back to KL 센트럴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열차는 여유 있게 도착해서 플랫폼을 둘러봤다. 내부는 우리네 오래된 지방 버스터미널 같은 느낌. 앱 예매와 비대면 승차가 어느덧 익숙해진 우리와 달리, 여러 번 검표를 하는데 번거로우면서도 옛날 생각이 났다. 돌아오는 열차에선 예매 자리가 없어 복도를 두고 셋이 따로 앉았다. 서로 계속 쳐다보고 웃으며 무사히 돌아가는 길을 자축했다. 그리고 난 쉬면서 이 글의 초고를 적었다.




이포는 쿠알라룸푸르와는 다른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서 시간이 된다면 방문해 볼만한 도시다. 편도 2시간 남짓 숙박 없이 당일 여행으로 충분히 둘러볼 만해서 부담도 덜하니,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의 본점에서 달고 진한 클래식 커피 한 잔 마셔보길 권한다.(카톡 프로필 맛집인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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