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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May 31. 2021

[이것저것끊어보기] 유튜브 디톡스 1일차

근데 이제 인스타그램은 곁들인



평균적으로 현대인이 휴대폰을 깨우는 횟수는 1일 기준 150회라고 한다. 여기서 깨운다 의 의미는 시계를 보거나, 잠금 해제 후 어떤 작업을 하거나의 행위 모두를 포함한다. 처음에는 이 숫자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백번이라니. 그렇게 확인해본 휴대폰의 스크린타임 깨우기 횟수는 146회. 정말 적은 날도 98회. 시계를 본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각종 알람들은 늘 들어와 있기 마련이니 뭐라 핑계댈 것은 없다. 유튜브를 너무 자주 보는 것 같아 유튜브 앱을 지운지는 1년 정도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불편을 감수하고 사파리로 들어가게 되곤 한다. 유튜브 앱을 지운 이유는 유튜브를 줄이기 위함이었지 안보기 위함은 아니었던지라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휴대폰을 150번 깨우면 80번 정도는 새 비디오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습관이 생겨버려서 결국 5일간 유튜브를 끊어보기로 했다. 


 왜 한달도 아니고 5일이냐고 자문하며 그게 뭐 어렵겠냐 생각했는데 1일차부터 고비다. 나는 미치게 유튜브가 보고 싶다. 하물며 간단한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asmr 이 있으면 좋겠고, 월요일 쯤 업로드를 하는 브이로그 유튜버의 새 컨텐츠가 궁금하고, 요즘 관심가던 아이돌의 무대영상마저 보고 싶다. 혹시 이거 FOMO 인가..? 유튜브를 보지 않으니 인스타그램을 많이 들락 날락 거렸는데, 이마저도 반나절이 지나니 재미가 없다. 유튜버가 공유하는 일상의 느낌과 인스타그래머가 공유하는 일상의 느낌은 천차만별로 다르니까. 세상은 너무 고요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생산성은 높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유튜브가 사무치게 그립다. 하지만 마치 전남친의 sns처럼 기껏 마음 먹은 것 다 깨먹고 들어가보니 새 비디오도 하나 없고 새 뉴스도 하나 없이 나만 또 진심이었던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서 5일을 버텨보기로 한다. 


유튜브를 본다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과정이 내포되어 있다. 우선 사이트나 앱에 들어가서 제목과 썸네일을 면밀히 봐야 한다. 좋아하는 유튜버라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컨텐츠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곁눈질이 가능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 브이로그나 때때로는 간단한 정보가 담긴 영상, 썰이 담긴 유쾌한 영상도 괜찮다. 집중해서 글을 써야 하거나 다른 작업을 해야 하면 asmr이나 관심이 있지만 길어서 평소에는 안보는 강의 영상이 적합하다. 그런데 asmr 영상의 길이가 57분 정도면 뭔가 집중이 중간에 끊어질 것 같아 애매하고, 시간이 적당해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테마면 끌리지가 않는다. 제대로 보지도 않을 브이로그도 제목이 안끌리면 별로다. 그렇게 고르는 시간이 고스란히 우주 어딘가로 버려지는 셈이다. 


 주식 차트에서 녹아 없어져버리는 숫자들은 아깝고 통탄스러운데 이렇게 없어지는 시간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시간은 무한하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내일로 미룬 일이 내일 모레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공포가 문득 나를 덮쳤다. 그러니 지금의 유혹을 조금만 참아내고 토요일 오후,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진심을 가득 담아 밀린 영상을 보리라. 절대 안보겠다는 말은 못하겠다. 술 끊는데도 6년이 걸렸는데, 하루에 100번씩 클릭하던 유튜브를 어떻게 5일만에 끊어버리겠어. 그래도 5일은 참겠다는 마음으로, 첫날은 이별의 슬픔을 담아 강제적인 생산성을 높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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