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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Oct 12. 2021

결국 나를 만드는건, 지루한 일상속의 꾸준함이라는 진리

낯선 곳에서의 하루도 지루한 일상 없이는 새로울 수 없다.

낯선 풍경을 정말 좋아한다. 처음 해외 여행에 맛이 들린 이후로 삶이 지루하다 싶으면 꼭 해외 여행을 가곤 했다. <어린 왕자>의 여우가 된 것 마냥, 10월을 프랑스를 8월부터 기다리는 것도 좋았고 똑같은 컵라면도 새로운 곳에서는 또다른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여행길이 막힌지 2년, 분명 우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코로나 시국이지만 도망칠 수 있었을 때에는 잊고 있었던 삶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고 있다. 결국 나를 만드는 것은, 이 지루한 일상 속의 꾸준한 습관이라는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 한지 2년이 다 되어 가는 요즘. 지난 9월에는 슬럼프가 세게 왔다. 2주 정도를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리 책을 읽고 동기 부여를 위해 이것 저것을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슬럼프에도 내가 습관적으로 멈추지 않았던 것이 있더라. 바로 올해 시작한 스페인어 배우기와 챌린저스와 함께 몇 주째 하고 있는 걷기 운동이었다. 두가지 모두 대단한 목표를 세워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스페인어는 1주일에 한번 인증을 하면 공짜로 배울 수 있다기에 시작했을 뿐이고, 챌린저스도 걸어둔 돈이 아까워서 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던 그 2주 동안에도 그 두개 만큼은 그저 습관이라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니 이상한 힘이 생겼다. 힘들었던 슬럼프였음에도, 뭐야. 나 뭔가를 하고 있었잖아?를 깨닫자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 두개의 습관이 지난한 슬럼프에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코로나도, 슬럼프도, 그 어느 것도 삶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없으면 좋은 손님이지만 어쩌다가 분명히 만날 수 있는 인연이기도 하다. 빨리 끝나면 좋지만,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계속 된다고 거기에 백날 천날 메여 있기엔 내 하루가 너무 찬란하지 않은가. 코로나 속에서 슬럼프를 겪은 9월에 깨달은 것은, 이 지루하고 지난한 일상 속의 감사함은 일부러 알아보지 않으면 너무 쉽게 지나가 버린다는 것이었다. 매일 하는 습관적인 행동일지라도 나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 은근히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 꾸준하게 하는 좋은 습관을 하나쯤 만들고, 시간을 내서 고마워하다 보면 그저 지나치던 일상의 지루한 순간 속의 눈부신 찰나를 발견할 수 있다. 


 아예 새로운 시작을 하는 건 무서운데, 매일 하는 일이 몇개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새로운 시작의 두려움이 조금은 덜해진다. 아마 2주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다시 CV를 쓰는 일이 정말 무서웠을 것이다. 2주를 버렸다는 생각이 나를 압도했겠지. 그런데 2주동안 운동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쉬는 시간을 가졌을 뿐이지 않은가? 싶었다. 꾸준한 무언가는 몸과 마음 여기 저기에 축적되어 외부의 공격과 내부의 작은 스크래치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역할을 해주나보다.


 생각해보면 낯선 곳에서의 하루도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없이는 새로울 수 없다. 틀에 박힌 듯 하지만 평화로운 루틴의 하루 하루가 모여 익숙한 풍경이 눈에 박힐 때쯤이 되어서야 낯선 풍경이 정말 새로와지는 것 아닐까. 여행지로 도망치며 슬럼프를 억지로 모른체 하곤 했던 나는, 코로나 시국이 되어서야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전엔 도망치고 싶었던 이유들이 이제는 감사해야 할 이유가 너무 많은 이벤트가 되어주고 있다. 예전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답답하다 불평하곤 했는데, 이제는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가족과의 시간이라 생각하니 엄마를 안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22년이 81일 남았다. 새로운 습관을 완전히 몸에 익히려면 66일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오늘은 조금 늦었으니, 내일부터 시작할 새로운 나의 꾸준한 습관을 만들어서 나만의 쿠션을 또 만들어 봐야겠다. :) 

태국에서의 이 시간도 소중했지만, 나의 오늘도 똑같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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