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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Apr 08. 2024

우리는 서로를 절대 알 수 없지.

그래서 더 좋아. 

 물을 쥐고 있으려고 노력하는 것마냥 모든 게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있는 한 주였다. 금요일, 위태로워보이는 나를 알아주듯 집으로 초대해준 친구에게 달려가 안겼다. 나는 안으며 하는 인사를 좋아한다. 심장을 맞대며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별것 아닌데도 위로가 되는 날이 있으니까. 

 그렇게 정신없이 많은 친구들을 안고, 웃고 떠들다 보니 끝난 주말. 강력한 중력으로 나를 작아지게 했던 그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더 크면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문제들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남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더 더 그렇다. 나는 너의 마음을 절대 알 수 없다. 언젠가 한번 나는 동생의 "둘째"로서의 기분을 평생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동생이 "첫째"의 인생을 모르듯, 우리 모두 서로의 인생을 완전히 알 수 없겠구나. 그런 생각은 가끔 위안이 된다. 내 맘을 왜 몰라줘? 하는 생각이 들 때에는 더욱. 어차피 우리는 서로를 절대 알 수 없다. 다만 받아들일 뿐이다. 솔직히 때로는 받아들일 여유도 없기 때문에 어휴 하고 넘어가버리기도 하잖아. 

 그런 생각을 하고 부터는 나 스스로를 조금 더 자세하게 보곤 한다. 내가 너를 알 수 없다면, 나는 나라도 잘 알아야한다는 마음이다. 언제 우울해지는지, 언제 슬퍼지는지. 그럴 때에는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 지금까지 파악한 나는 이렇다. 생각보다 미루기를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내 기억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어렵다. 

 여기서 집중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기억보다" 였다. 내가 나에 대한 생각인데도 변화한 것이다. 그래서 나를 조금 더 잘 봐야 한다. 나 스스로를 조금 더 잘 들여다보고, 구렁텅이에 빠질 것 같아 보이면 득달같이 꺼내줘야 한다. 친구의 초대가 나를 끌어내줄 때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우울을 먼저 알아봐준다면 그것만큼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일이 없겠지만, 사실 나를 온전하게 일으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는 그 사실이 못내 외롭기도 하지만, 대체로 힘이 된다. 그 말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일어날 수 있다는 확언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대신 나를 좀 더 살피기로. 오늘의 기분은 좋다. 언제나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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