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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Jun 03. 2024

멈추지 않으면 끝이 보이는 것들

하나만 더, 한번만 더.

크로스핏과 일주년을 맞이한 5월. 나의 첫 Full Murph를 어제 마쳤다. 크로스핏 와드에는 스프린트 (짧고 굵게) 가 있고 이렇게 머프처럼 장시간, 그저 묵묵히 해야 하는 종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둘 다 고통스럽지만 후자가 더 좋다.


머프는 정해진 시간이 엄격하지 않고 특별한 기구를 쓰지도 않는다. 대략 50분 동안 크로스피터들은 1마일 러닝 (1600미터) 후 100개 풀업, 200개 푸시업, 300개 스쿼트를 진행하고 마무리로 1마일 러닝을 가게 된다. 완전한 풀 머프는 10키로 중량조끼를 입고 진행하는데, 어우 그걸 보는 것 만으로도 고통이었다.


크로스핏 정신(?)에 맞는 운동이기도, 워낙 고통스럽고 지루한 운동이어서도 그런지 나름 제일 유명한 와드이고 많은 크로스피터들이 머프로 스스로의 지구력을 테스트 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이유는 머프는 “시즌” 이 있기 때문이다. 미군이었던 머프를 기리기 위해 5월 마지막주 주말(미국 메모리얼 데이) 에 거의 전세계의 박스가 머프 와드를 진행한다.


엄청난 숫자를 보고 있노라면 아득해지는 것이다. 시작 전부터 걱정이 마구 되었다. 나는 러닝도 싫어하고. 풀업도 못하고. 푸시업 이백개? 이 35도에? 투덜거림은 마음을 좀 가볍게 해주기도 해서, 생각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10개, 20개. 저기까지만 여기까지만. 그런 마음으로 운동을 하다보면 끝이 난다. 참 신기한 일이다. 멈추지 않으면 끝이 있다는 것이라는 사실은 왜 할때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할때마다 신기할까.


멈추지 않으면 끝은 보이고, 끝이 난다는 것은 이상하게 힘이 된다. 뭔가 더 할 필요는 없다. 멈추지만 않으면 되니까. 머프에서 100개의 풀업을 할때, 300개의 스쿼트를 할때. 나는 중량을 올리거나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서로에게 keep moving을 외쳤다. 멈추면 끝이 나버리고, 그 끝은 내가 원한 마무리가 아닐테니까. 기계를 멈출 것이냐 생산량을 끝낼 것이냐의 문제다. 나는 이 순간 밀빻는 기계처럼 스쿼트를 해낼테다.


그러니 가끔 약간 버거웠던 삶의 순간에 그저 되뇌인다. 멈추지말자. 멈추지 않으면 끝은 온다.


잔뜩 겁이 나 움츠러들 때 마다 만트라처럼 되뇌인다. 작게라도 간다. 그럼 끝은 있다.


작게 작게 가자. 하나 하나 스쿼트 하나 하나 풀업. 안멈추면 또 끝이 나기도 한다. 나는 그 끝을 내가 마무리 하고 싶으니 또 작게 작게 가는 법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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