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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May 20. 2024

가끔 편하게, 언제나처럼.

자주 불편한 것 보다 나을지도


 언젠가부터는 내가 나서지 않으면 평생 같은 사람들을 끌어안고 살 수 도 있겠다 싶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시간도 많이 없고, 삶에 치이고 관계에 받히다 보면 그런 새로운 시작들이 부담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20대 후반 한동안은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하는 마음으로 살다가 어떻게 외국에 나와보니 반강제로 새로운 사람들로만 하루를 채우게 되기도 한다.


 나와살다보면 어떻게든 자주 연락을 하게 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고, 멀리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가끔 연락을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요즘은 소셜미디어가 너무 잘 되어 있고, 인스타그램이든 뭐든 생존신고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보니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조금 덜 하고, 나는 그게 정말 가볍게 좋다.


좋든 말든, 이 모바일 기기의 발전 덕에 나는 24시간 누군가들과 연결되게 되었다. 각종 메신저 앱들 마다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게 되었고, 사실 그 빨간 뱃지에 질려 관계들을 정리한 적도 있다. 대체로 연락을 잘 받아주는 편이라 그런지 거의 매일을 연락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매일의 연락도 꽤나 필요하다. 나는 저녁에 술잔을 기울일 시간도, 그때까지 이 감정을 가져갈 마음도 없다. 지금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히 투덜거리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던가.


그런데 그렇게 자주 매일같이 연락을 한다는 것이 그 사람이 편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닌 것 같다. 가끔 편하게 연락하게 되는 사람의.특징은 무엇일까 고민했던 지난주였다. 단순히 공유하고 있는 시간의 테가 두꺼워서 일까? 혹은 함께 기울인 술잔이 더 많았나. 약간 불편한 자주도,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좋다는 말 처럼 필요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편한 가끔이 주는 시원한 환기가 좋다.


이따금은 옛날 얘기로, 대체로는 요즘 근황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 칭찬처럼 들릴 때도 있고 변했다는 말이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는. 그런 가끔 하는 연락이 편하게 따스할 때가 있다. 불편한 자주에 약간 질려버릴 때면 그런 편한 가끔이 정말 좋기도 하거든.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스토리 답장도 보내는 거야. 별 의미도 없는 걸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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