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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Jun 24. 2024

스트레스 안받으세요?

스트레스 그게 뭐 대수라고 하다가 큰코다쳐봤는데요

스트레스 안받으세요? 


이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되묻고 싶다. "스트레스를 받는게 디폴트 아니었어요?"

스스로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처음 느꼈던 때를 기억하시는지? 내 경우엔 이십대 중후반에 들어서야 스스로의 예민을 인정할 수 있었다. 인정하지 않고 자꾸 삼키려 드니, 몸에 이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즈음 나는 잠을 많이 자거나 잘 자지 못했고, 들숨은 늘고 날숨은 줄어 숨이 찼고, 돌부리마냥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기도 했다. 

병원에 갈때마다 스트레스 네글자는 마법처럼 통했다. 몸 너 사실 스트레스 덩어리 아냐? 협찬이라도 받는 건지, 이 몸뚱아리 곳곳마다 스트레스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더라. 광고 해시태그라도 달아야 할 판이었다. 의사선생님이 "스트레스가 아무래도" 라는 말을 할 때마다 무던한 척 하는 나는 자꾸 숨겼던 원인들을 들춰내야 했다. 

인정해야 했다. 나는 무던한 사람이 아니군. 

그렇게 인정을 하고 난 뒤, 이 예민을 다스리기 위해 이것 저것을 시도했다. 수면 리듬을 위해 루틴을 지키고자 했고, 감정의 수평을 위해 일기를 의무적으로 썼다.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는 법을 배우고 혼자서라도 울기도 했다. 일어나기 위함이니 무너지는 것에 의연해지자 라고 수없이 되새겼다. 그건 우울감과 달랐다. 나는 상처가 잘 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고, 그 순간에 우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자꾸 배웠던 사실은 상처가 잘 나는 사람이라도 그 상처를 빨리 낫게 하는 법이 있다는 것이다. 우울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고, 예민은 원인이 아니라 성격일 뿐이다. 

그런 사실들을 인정하고, 주변사람들에게 터놓다보면 사실 모두 다 각자의 예민이 있다. 스트레스는 디폴트일테다. 존재의 불안이 존재를 증명하기도 한다. 아무리 많은 일기를 쓰고, 아무리 많은 밤을 지새워도 가끔은 여전히 무너질테다. 스트레스 라는 네글자 그게 뭐라고 나는 속도 없이 그 네글자 모두의 모서리마다 걸려 넘어지겠지. 근데 무섭지는 않다. 어차피 일어나면 된다. 처음엔 스트레스를 다루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야 했는데, 이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고 나니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서터레스 받는거 뭐가 대수라고. 운동 몇번 하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고, 햇볕 아래 바삭하게 로스팅된 듯 고소한 냄새가 나는 고양이 털에 코도 박고. 혼자의 시간을 즐기고 함께의 시간에 웃다보면 또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런 질문은 의미 없다. 스트레스 안받냐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는 좀 더 나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다음엔 이런 질문을 해봐야겠다. 


스트레스, 어떻게 다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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