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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ing Jul 01. 2024

이런 글이 쓰고 싶었던 게 아닌디..

가끔 내가 쓴 촉촉한 글들이 좋다. 그날의 감정, 그 사건의 물기가 가득 서린 것 같은 글들은 더 그렇다. 오글 거리는 표현이 왕왕 있다 해도, 그 과함이 필요했던 마음은 아니었을까 하는 과한 이해심도 부려본다.


그런 글을 오늘도 쓰고 싶었는데, 오늘은 마음이 좀 건조해서인가, 일상이 다소 퍽퍽했던가. 약간은 심심할 수 있었지만, 그럴수록 좀 더 정리되었던 주말. 생리통과 일에 식욕을 잃었던 주중. 그래도 하늘은 예뻤고 웃는 날도 많았는데. 글이 건조하다는 것은 마음 깊은 곳까지 즐거움의 물기가 닿지 않았다는 것 아닐까. 그 얄팍한 촉촉함이 글에 묻어나지 않아 아쉬운 밤이다.


그럴 때는 어떤 이야기든 써내려가본다. 어차피 더 즐거우려고 쓰는 글. 촉촉함은 아래에서 만들어져 위로도 갈 수 있겠지.


어쩌면 그 촉촉함의 많은 부분이 음식에서 오지는 않을까? 외국에 나와 살면서 점점 식욕이 많이 줄더니, 요즘은 저녁을 안먹는게 또 일상이 되어버렸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근데 이게 나이가 들어서인지, 여기에서는 그렇게 맛있는 걸 찾기가 어려워서인지 조금 헷갈린다.


사실 한국처럼 맛있는 걸 쉽게 먹을 수 있는 나라도 없다. 특히 배달은 더 그렇다. 땅덩이가 좁아서인지 전부 다 조밀 조밀 붙어있어, 식사를 하고 옆에 마카롱 가게에 가는게 너무 쉽지 않은가. 탕탕후루후루는 길목마다 있고, 맛있다 싶은 것들은 걸음을 떼기가 무섭게 들이 닥치지. 걸음을 뗄 필요도 없다. 문 열면 마법처럼 도착해있는 배달 음식 덕에 옷을 입지 않고도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구.


여기도 맛있는 것들은 많은데.. 쉽지 않다. 익숙한 맛이 아니라서라고도 생각했고, 배달을 받으려면 1층까지 내려가 되지 않는 말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도 불편하다 생각했다. 음식 맛을 가늠하기 어렵고, 모르는 맛을 원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요리를 하는게 낫고, 요리를 하면 조금 더 귀찮으니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안전한 메뉴가 있는게 좋지. 그런데 나는 쉽게 질리는 성격이라. 안전한 메뉴는 재미가 없다.


그런 이유로 식욕이 많이 없다. 안먹는데 할 일은 운동밖에 없어서 몸이 조금 좋아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 그게 또 원동력이 되어 이젠 식단를 하게 되기도 한다. 뭐 어디든 나는 마음이 편하다면 괜찮기로 했다. 닭가슴살이 퍽퍽해서였나, 일상이 퍽퍽해서였나. 아마 글이 건조한건 지금 마음이 퍽퍽해서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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