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프로젝트 - 매일 글쓰기 5
나는 하드웨어로 창업을 했다. 그것도 IoT전자기기로 말이다. 공대 출신이냐 하면, 나는 지극히 문송한 경상계열이다. 그럼에도 대기업도 힘든 것을 어찌어찌 잘 해왔고, 1차 양산을 끝내고 이후의 안정성과 원활한 양산을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쓰고 있는 중이다. 기구설계 쪽 대표님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다가. 좀 흥분해버렸다. 처음엔 요즘 중국에서 부품 수급이 어렵다느니, 하는 정보공유를 하다가. 또 다른 청년창업 사관학교 졸업기업 이야기로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가 시작되었다.
3년 만에 목업이 나왔는데, 양산 설계도 안되어 있고
그 개발에 7천만 원이 들었데요.
예전부터 시제품 제작 업체들에게 눈 뜨고 코베이는 상황은 정말 여럿 봐왔지만, 그럴수록 내가 더 조심하고, 더 정보를 찾는 식으로 안심했다면. 2년이나 흐른 지금, 같은 기수의 스타트업의 목업이 이제 나왔다는 것도 충격적이고 비용이며, 내용들을 듣자니 내 일도 아닌데 화가 났다. 그러다, 얼마 전 있었던 IR내용으로 이야기가 번지다 정말 전문성 없는 멘토들이 멘토를 하는 상황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에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별로 없는 이유 중 하나 일거다. 학생이 양산 설계를 한다는 건, 단순 기구물이 아닌 이상에야 말도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하며. 개발 실컷 했다면, 이제 양산은 전혀 다른 산맥이다. 백두산 등반과 에베레스트 등반의 차이랄까.. 고려할 것들, 그리고 회로와 펌웨어 등등 소비자단으로 넘어갔을 때 오만가지 변수를 경험상 예측해서 보완해도, 변수는 무조건 생긴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한 멘토를 경험보다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멘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렇지, 내 경우에도 굳이 말을 하지 않았지 정말 어이없던 상황이 얼마나 많았던가. 화가 나도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생각보다 우리나라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로 더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아무리 경력이 있어도, '학위'로 시간당 컨설팅 비용이 달라지는 구조라던지. 학위가 없으면 아얘 멘토단에 끼어주지 않는 부분이라던지. 물론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전에 만났던 말도 안 되는 컨설턴트가 생각나서 좀 화가 나버렸었다. 그때도 혼자 씩씩거리면서 SNS 비공개 글로 혼자 풀어놨었는데. 문제는 지금에야 아 저건 무슨 쌉소리일까 넘겨버릴 수 있는데, 1년 차의 나였다면 분간도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렸을 거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의 'AI'의 약자가 뭔지 아냐는 질문과 같은 격으로 'BOM'의 약자가 뭔지 아냐고 내게 물어보고선, 모른다고 했더니 본인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던, 그 외에도 더 있지만 나중에 본인이 자격증이 있으니 제조 컨설팅받으라며 자리를 뜨던 그 사람. 제일 위험한 것이 모르는데 안다고 하는 사람이다.
양산 설계도 안되면서 뻥튀기로 시제품을 만드는 업체나, 이런 자격 없는 컨설턴트들이 멘토랍시고 초기 창업팀에게 조언하는 경우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된다. 세금낭비에, 시간 낭비. 그리고 창업자 본인은 결국 제품이 안 나오면 결국 신용불량자 되는 것 아닌가.
지금도 글을 쓰면서 조금 화가 나는데, 나 역시 꼬꼬마일 뿐이고 들은 내용들과 내 경험에 국한되었겠지만. 여러모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같은 기수의 그 대표님, 괜찮으실까. 어휴.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아무래도 이 글은 내일쯤 지울지도 모르겠다.
4월의 브런치 뉴비입니다.
21일 프로젝트로 매일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중이에요.
- 5일 차 2021.4.21
우리가 나눈 대화는 IR과 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