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로 이사와 환한 채광을 맞으며 거실에 앉은 일요일 오전,
거제도로 오고 나서 정말 신기하게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상품을 만들고, 브랜딩을 하고, 또 솔로 앨범을 위해 작사/작곡(멜로디)도 하고 있으며 거제 테라피 살롱 '로원드'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때문에 요즘 할 일들은 많이 있는데 이 중에 어떤 게 핵심인지 내 업의 정의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었다. 각각의 실행은 하고 있지만 채널도 각각, 업도 각각이라 효율이 좋지 않았다. 그 각각은 다 '로원'이라는 한 사람이 하고 있는 건데 기획자의 입장에서 나를 한 문장으로 설명을 못하겠다. 그래서 조금 갈피를 못 잡는 기분을 느끼다가, 아 뭔가 뇌를 말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눈앞에 있는 책들 중 '폴리매스'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폴리매스는 E북으로 봤다가,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어서 실물 책으로 다시 구매한 책이다. 30년 조금 넘는 삶을 살면서 내내 '한 우물을 파야한다'라던지, 여러 가지를 하는 걸 이상하게 보는 일반적인 눈초리들을 다소 겪어왔기에 지금 내게 누구도 뭐라 하지 않지만 괜히 눈치를 보는 습관이 생겨버린 거다. 그런 와중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며 나온 이 책은 읽는 내내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감과 더 없는 자기 확신을 주는 책이었다.
많은 걸 잘하면 특별히 잘하는 게 없지만, 하나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낫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읽는데 폴리매스라는 말에 "많은 걸 잘하면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가 있다는 저 말이 난 너무 기꺼운 거지. 그렇게 맞아 맞아 용기를 얻으며 다음 장을 넘기는데 나는 순간 너무 놀라고 말았다.
현재 준비 중인 살롱 로원드는 이미 예전부터 내가 원하던 거였구나, 내가 책에 썼던 글을 통해 잊고 있었다가 기억해내었다. 사실 며칠 전, 거제시청에서 청년 관련 정책에 의견을 내는 모임을 어쩌다(?) 참석하게 되었는데,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고 왔는데 주 내용이 '살롱'이 필요하다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느낀 점은, 여러 가지를 하지만 참 꾸준히 사랑하고 관심을 이어오고, 또한 그걸 만들어내고 있구나란 걸 다시 한번 느꼈고. 결국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어차피 할 것이고 그런 성향을 가졌더라면 남들의 눈에 굳이 구애받는 것은 정말 불필요한 일이 아닌가.
누군가는 N잡, 다능인, 사이드 프로젝트, 딴짓으로 표현하는데 그 단어들 조차도 한 켠의 '업'으로써의 표현이지 어떤 인간 고유의 자유스러움을 반영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다. 꼭 업이 아니어도, 혹은 재미에 의해 숨 쉬듯, 자연스레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거잖아. 꼭 어떤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수익이 되느냐 마느냐는 둘째 치더라도. 오랫동안 편협한 관념에 갇혀있던 우리들은 근본적으로 마음의 자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더. 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스스로 묶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