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제도를 좋아하는 이유 하나 더,
지난 금요일, 거제 시청 행사가 있어서 거제의 대표격 호텔인 '삼성호텔'에서 하루종일 일정이 있었다. 삼성호텔은 거제의 대표 조선소인 '삼성조선소', '대우 조선소' 중 도심에 위치한 삼성조선소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이다. 이 근처에는 조선소뿐 만 아니라 삼성 근무자들이나 해외에서 배를 발주하는 '선주'(말 그대로 배 주인) 업체 손님들이 살고 있는 삼성빌리지도 바로 옆에 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우리 집에서 차 타고 4분이면 오는 위치라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하루 종일 잘 먹으면서 일하고 싶을 때 오는 곳이 이곳이다. 왜냐하면 라운지에서 홍차 티팟을 시켜놓고 하루 종일 일을 하다가 런치 시간에 점심을 먹고, 또다시 바로 일을 하기 너무너무 좋은 곳이기 때문에. 주말과 성수기를 제외하면 사람들 그리 북적이지 않아 내가 참 좋아하는 곳이다. 그리고 맨발로 땅을 밟아주면 좋은 '그 라운딩', '어싱'을 하기에도 좋은 잔디밭이 뷔페와 라운지 층과 같은 층이라 그냥 문 열고 나가서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 소나무들을 눈에 담으며 후-하-후-하 멍 때리다가 다시 들어오곤 하는 것이 내 '집 근처 호텔에서 일하기 루틴'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번 우릴 수 있는 홍차 티팟에 점심 뷔페로 든든히 먹어두고 밀린 일을 쳐내면 그야말로 가성비 좋은 투자이기에 집 근처에 이런 호텔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1인인.
날씨가 좋을 때 자주 오다가 겨울 이후로는 통 오질 못했는데, 마침 참가해야 하는 행사가 삼성호텔에서 있으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연회장에서 행사를 하다가 점심식사는 바로 밑의 호텔 런치 뷔페로 가는, 아주 동선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날씨는 어느덧 봄이 오는 빛을 하고 있었고 늘 혼자 오다가 이번은 여럿이 북적이자 조금은 기분이 들떴다. 뷔페 접시를 들고 다니다가 마지막 디저트를 먹으러 갔는데, 새로운 디저트가 보여서 빤히 보고 있자, 옆에서 누군가 말을 더했다.
"요 레몬 케이크는 새콤해서 입가심하기 너무 좋습니다"
"아, 그래요?" 딱히 옆을 보지는 않았다. 시선은 케이크를 고정한 채 반사적으로 옆에서 가이드를 주니 한 번 담아볼까 담으려는 찰나
"달기도 많이 달아요" 라고 한다.
"앗.. 단 거는 안 좋아하는데.." 하며 내려놓았다. 나는 많이 단 걸 싫어한다.
그래서 옆에 있는 다른 케이크로 시선을 돌리자 이어지는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설명을 곁들여 레몬 케이크를 포함한 그 외 디저트를 담았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뭐든 맛있는 거 먹고 하루종일 행복한 기분을 느끼면 되는 겁니다"
그때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본 것 같다. 흰색 셰프 옷을 입고 인상 좋은 얼굴로 환히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혹시 셰프님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빙긋 웃으며 그렇다 대답하고는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웃는 얼굴과, 여유를 담은 마음을 전달하는 작은 배려랄까, 마음일지 그런 것들이 전해져 일순 행복해진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 돌아와 일행들과 대화를 이어 나갔지만 이후 작은 텀이 생겼을 때 그때의 장면과 감정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거제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또 추가되었다.
호텔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의례적으로 느끼는 몸에 밴 친절함, 고급 서비스의 느낌이 아니라 푸근한 아저씨의 모양새였다. 어딘가 깊이 우러나 배이는 정과 같은 걸 느낀 셈인데 동네 백반집에서나 느낄 따스함을 호텔에서 느낀 부분은 굉장히 의외이면서 색다른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뭔가 안 어울리잖아. 그래서 뭔가 소중한 경험이라 가치를 매기게 되는.
거제는 참 묘하다. 제주를 제외하고 서울에서 가장 먼 도시인데, 그럼에도 시골은 아니고 공업도시 특유의 느낌도 아니고 푸근한 인심과 여유가 얼핏 설핏 느껴질 때면 매번 그 의외성에 반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이 타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될 때는 그 사람의 의외성에 기인한 반전을 보았을 때라고 하던데, 이 섬, 이 도시가 가진 다양한 얼굴을 내가 있는 시간과 온몸을 통해 느낄 때면 늘 그렇게 반하게 되는가 보다.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Kim Ro won
- 거제도 사는 서울 사람 / 경험을 상품화 하는 자유인
거제 에세이 얼룩소 연재 중 - https://alook.so/users/notw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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