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5cm, 매력은 2 톤
각 브랜드에게는 상징적인 디자인이 있다. 버버리(BURBERRY)에는 트렌치코트와 체크, 펜디(FENDI)의 바게트 백, 프라다(PRADA)의 사피아노, 셀린(CELINE)의 홀스빗 등 명품 브랜드들은 그 명성에 걸맞은 디자인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샤넬(CHANEL)은 유독 상징적인 디자인들이 많다. 블랙과 화이트, 캐비어, 그리고 트위드 등. 샤넬의 이런 디자인들은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유독 그 디자이너, 그러니까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을 상징화한 듯한 디자인이 많은데, 이때 꼭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샤넬의 투톤(Two-tone) 신발이다.
샤넬에 투톤 슈즈가 등장한 것은 1958년이다. 가브리엘 샤넬이 이 투톤 슈즈를 출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디자인과 더불어 실용성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샤넬의 첫 투톤 슈즈는 다리를 더 길어 보이게 해줄 베이지와 발을 작아 보기에 해줄 블랙 컬러에 당시 남성들의 신발을 모방한 슬링백 형태였다.
거기에 당시에 유행하는 스틸레토 형태에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5cm 굽을 달아 조금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신을 수 있게 만들었다. 블랙으로 장식된 토 부분도 날씨나 마모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You leave in the morning with beige and black, you dine with beige and black, you go for a cocktail with beige and black. You're dressed from morning to evening!
- Gabrielle Chanel -
투톤 슈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샤넬은 "당신은 베이지와 블랙으로 아침에 집을 나서고, 베이지와 블랙으로 점심을 먹고, 베이지와 블랙으로 칵테일파티에 간다. 베이지와 블랙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한다."라고 선언했는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언론에서 '신데렐라의 새 신발(Cinderella's New Slipper)'이라고 할 정도로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되었다.
이런 혁신적인 투톤 슈즈에 본격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칼 라커펠트(Karl Lagerfeld다. 우리에게 이제는 슬링백보다 더 익숙한 투톤 발레리나를 처음 만든 것도 칼 라커펠트다.
1986년 칼 라커펠트는 샤넬의 투 톤 슈즈를 발레리나 형태로 출시하여 대히트를 치고 1994년 발목에 스트랩을 더한 메리제인 형태로도 출시한다. 이후 샤넬 투톤 슈즈의 변주는 탄력을 받아 발레리나, 메리제인,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레이스업 슈즈, 부츠, 그리고 에스파듀까지, 이제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슈즈에 투 톤 코드를 찾아볼 수 있다.
슈즈 디자인은 물론이고, 소재와 컬러에도 다양한 변주를 준다. 골드와 블랙, 실버와 블랙, 화이트와 블랙, 레이스와 블랙 등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화려해지는 디자인들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오리지널 투톤 슈즈가 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다. 칼 라커펠트는 코코 샤넬의 투톤 슈즈에 대해"가장 현대적인 다리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신발"이라며 2015-2016 가을 / 겨울 레디-투-웨어 패션쇼에서 코코 샤넬의 1957년 오리지널 신발에 섬세하고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발표할 정도로 오리지널 투톤 슈즈는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게다가 그 수많은 변주 속에서도 다른 슈즈들은 사라져도 여전히 샤넬 공홈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 베이지와 블랙 컬러 투톤의 슬링백! 역시 진짜는 진짜다.
각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는 디자이너가 아무리 바뀌어도 살아남는다. 샤넬의 투 톤 슈즈가 단순히 배색으로 매치한 컬러 디자인 이상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은 단순히 '예뻐서'라기보다 그 속에 든 철학이 그 아름다움보다 더 견고하기 때문이 아닐까!
글 / 이미지 편집 1103호 다락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