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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쩨리 Aug 29. 2021

미필이 본 넷플릭스 [D.P] : 폭력의 달콤함

기다리던 배우 구교환, 정해인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가 드디어 공개됐다. 예고편을 봤을 때는 그냥 코미디인가 했는데 1화를 보고 나서 단숨에 그자리에서 6화까지 보고 나니 예고편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



별점 5점 만점에 5점이요

스토리, 연기력, 연출 면에 있어서 흠 잡을 데 없는 드라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까지도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배우 김성균과 손석구, 조석봉 일병 역을 맡은 배우 조현철, 황장수 병장 역을 맡았던 배우 신승호 등 연기력 구멍이 하나도 없다.


이병 안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은 88년생이고 상병 한호열 역할을 맡은 배우 구교환은 상병은 커녕 예비역까지 끝냈을 82년생인데 실제로 배우들 나이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연출이나 연기가 뛰어나다.

누적 조회수 1,000만뷰를 넘은 김보통 작가의 웹툰 이 원작으로, 메가폰을 잡은 감독은 영화 <차이나 타운>, <뺑반>을 연출한 한준희이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차이나 타운>과 <뺑반> 연출이 감독을 맡았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든 드라마다.


드라마 내내 어둡고 미묘하게 소름끼치는 색감이 이 드라마의 분위기가 주는 미묘한 거슬림과 잘 어울린다. 마치 좀비 영화에 나올 법한 색감이라고 해야할까? 이 드라마가 왜 미묘하게 거슬리는지 이제부터 얘기해보려고 한다. 



"왜 그들은 탈영병이 되었나"

이 드라마의 다루고자 하는 내용, 그리고 드라마의 핵심은 포스터 속 질문에 있다.


그들은 왜 탈영병이 되었나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이 질문에 대해 6회에 걸쳐 끈질기고 착실하게, 완성도 있게 그려냈다. 머리를 식히기 좋은 3, 4회를 제외하고 나면 탈영병의 자살을 다룬 1회부터 이 드라마는 5회까지 차근차근 빌드업하여 마지막 회에 그들이 하려는 이야기를 터뜨린다.


훈련소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내가 이 드라마가 얼마나 현실감이 있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겠지만, 그동안 주변에서 보고 들어온 얘기를 생각해 보면 만약 군대 내 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당한 사람이라면 PTSD가 우려될 정도로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끈질기고, 지루하고 지리하게 군대 내 폭력을 다루고 있다. 꽤 구체적으로, 은근하게. 미묘하게 거슬리는 방식으로. 




폭력이 주는 그 달콤함과 중독성


군대 내 폭력은 경험해 본 사람은 경험해봤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군대 내 폭력은 군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 아래에 참 쉽게 용인되어 왔다. 가볍게(?)는 단체 얼차려부터 심하게는 개인에게 행해지는 상식 이상의 폭행, 더 심하게는 성희롱, 성추행까지.


넷플릭스 드라마 는 이런 폭력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장면을 전부 다 나열하기 보다는 마치 군대 내 폭력이 군대 내에서 자연스럽게, 은근히 용인되는 것을 은유하듯이 드라마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다.


폭력은 달콤하고 중독적이다. 사람의 공포를 이용하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고 조종하기 쉬운 수단이니까. 그래서 폭력은 그것이 언어의 형태이건 물리적 형태이건 교육과 훈육에 있어서 쉽게 정당화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서도 교묘하게 그런 심리를 이용한다. 코를 너무 심하게 골거나, 근무 중에 기면증처럼 잠이 들거나, 흔히 말하는 '오타쿠'이거나. 뭔가 사람들이 불편해 할만한 요소를 꼭 집어넣어서 얼핏 보면 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일부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 드라마가 그런 식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람은 살다보면 필연적으로 어떤 집단에 속할 수 밖에 없고, 그 집단에는 언제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이상한'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잘 때 방독면을 씌워 잠을 못 자게 하는 행동이 허용되는가? 성추행해도 되는가? 동물원 원숭이 취급을 해도 되는가? 폭력이라는 방식이 쉽게 선택받는 이유는 폭력을 이용하지 않고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계와 분위기가 주는 무기력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등장인물들을 참 잘 배치했다. 폭력의 주동자 황장수 병장은 신체적 조건이 뛰어나다. 그가 괴롭히는 병사들에 비해 키나 덩치가 크고 그런 겉모습에서부터 위압감을 준다.


그러나 조석봉 일병이나 안준호 이병이 알고 보면 쉽게 밀릴 것 같은 사람은 아니다. 둘 다 전문적으로 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조석봉 일병은 유도를 했고, 안준호 이병은 복싱을 배웠다. 심지어 황장수 병장이 아닌 다른 선임은 오히려 조석봉 일병보다 마르고 키도 별로 크지 않고 물리적으로 조석봉 일병이 충분히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군대 내 폭력이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습된 무기력 때문이다. 저항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느낌, 저항하면 다음에 더 심하게 당할 것이라는 공포 속에 학습된 무기력은 서커스의 코끼리를 묶은 쇠사슬과도 같다. 


넷플릭스 드라마 안에서 이런 설명을 잘 뒷받침 해주는 것이 가정 폭력을 겪은 안준호 이병이다. 안준호 이병은 아버지한테 맞지 않기 위해 복싱을 배웠다고 했지만 그래서 그는 가정 폭력에서 벗어났던가?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던가?


이런 이야기를 <D.P>가 굳이 끼워 넣은 것은 군대 내 폭력을 당한 사람이 마치 그럴 만했다거나, 약해서 당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야기들에 대한 반박이자 비판이다.



폭력 속에 학습된 방관자들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 안에 비상식적인 폭력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또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방관자들 덕분이다. 원래 꾸준하고 질긴 폭력은 방관자들에 의해 완성된다.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태생이 강약약강이다. 대충 한 14살 넘어서 저지르는 '나쁜 행동'들은 사실 몰라서라기보다 그냥 그 밑바탕에 '그렇게 해도 된다'라는 마음이 깔려 있어서이다. 사이코패스라면서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도 다 보면 지들보다 힘이 세거나 못 이길 것 같은 사람은 안 건드린다. 


방관자들은 그런 폭력의 가해자들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라는 마음에 힘을 실어준다. 자기가 그런 행동을 하는 데에 어떠한 제지도 없고, 마치 응원하는 것 같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 안에서는 더 쉽게 방관자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외부에 알리기 쉽지 않고, 24시간 같이 있는 가장 폐쇄적인 집단이기 때문이다. 방관은 적극적인 폭력보다 편한 선택이다. 특정 집단 안에 폭력의 피해자가 있으면 불똥은 방관자들에게 튀지 않으며, 폭력 사태가 문제로 이어져 책임 추궁이 이어졌을 때도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폭력을 직접적으로 행하는 가해자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똑같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결코 그 폭력의 굴레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마지막 6회에서 정확히 언급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정 집단 안의 꾸준한 폭력은 20% 정도의 주동자와 70% 정도의 방관자가 완성한다.  그러니 방관자인 너희들 또한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사람은 필연적으로 한계가 있고 서로 다른 사람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한 현실적으로 모든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순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탈영하게 만드는, 탈영이 군대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떠나는 형태가 되게 하는 악독하고 처절한 폭력은 그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D.P>는 탄탄한 스토리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단단하게 담아 굉장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미 외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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