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웹툰 원작 콘텐츠는 정말 없나
디즈니플러스에서 정해인 배우 주연의 <커넥트>가 공개됐다. 하도 홍보를 의미심장하게 해서 궁금해서 당장 보러 달려갔는데, 결론은 사두사미에 불과했다. 그럼 바로 리뷰 고.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 <커넥트>는 원작 웹툰이 재밌었던 만큼, 소재는 흥미롭다. 한번 상상해보면 꽤 재밌고 신기한 소재다. 그래서 <커넥트>는 이야기 전체 흐름과 캐릭터를 놓고 보면 겉으로 보기에 재밌어 보인다. 하지만 그걸로 끝인 게 아쉽다.
보통 흥미로운 소재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게 되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커넥트> 역시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사건과 소재를 늘여놓고 거기서 끝날 뿐이다. 원작의 줄거리와 소재를 따와, 그 줄거리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다.
<커넥트>가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결국 몰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커넥트>에는 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빠져서 볼 만한 어떤 원동력이 없다. 전개는 구멍 투성이이고,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기 그지없다. 그러다보니 <커넥트> 속 모든 사건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 동수(정해인)의 행동 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거기에다 메인 빌런 진섭(고경표)의 매력도 부족하다.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매력적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동수(정해인)와 대립하면서 극을 탄탄하게 끌어가는 힘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살인마가 만든 살인현장만 시각적으로 화려할 뿐 우리가 몰입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너무 부족하다.
만약 <커넥트>가 영화였고, 2시간 짜리 러닝타임으로 담아내려고 했다면 좀 달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6회짜리 콘텐츠가 중간 중간 개연성도 구멍투성이이다보니 위와 같은 단점들이 더 두드러진다. <커넥트>를 보는 내내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다.
동수를 도와주는 이랑(김혜준)은 왜 '커넥트'라는 존재를 신인류로 생각하고 있는지? 뭔가 대단한 존재라고 설명은 하는데 <커넥트> 6화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이랑(김혜준)이 만약 싸움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포인트를 보여줬다면 모를까, 그냥 본인이 싸움에서 유리하게 꼼수를 잘 부리는 장면만 나와서 이랑(김혜준)의 주장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동수(정해인)가 왜 진섭(고경표)의 살인을 막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만약 동수(정해인)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집착으로 빼앗긴 눈알을 찾으려고만 했다면 오히려 이해가 잘 갔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괴물'이라고 놀림 받았으면서도 왜 인간에 대한 애정 혹은 어떤 정의감으로 살인을 막으려고 하는지 <커넥트>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건 최이랑(김혜준)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대체 왜 커넥트를 신인류라고 생각하는가? 뜬금포 동수와의 러브라인은 무엇인가? 커넥트에 대한 우월감은 왜 생겼는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의문들투성이다. 진섭(고경표)과 직장동료 사이의 베드씬도 아예 납득이 안간다. 진섭의 소름끼치는 성격을 보여주기 위함으로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냥 눈요깃거리였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극은 늘어지고, 초반에 몰입할 수가 없으니까 6화 내내 지루하다. 배경음악만 긴장감이 잔뜩 넘칠 뿐 계속해서 시청자인 내가 겉도는 느낌이 든다. 6화나 써놓고, 중간중간 이음새가 부족하니 몰입할 수 없고, 몰입할 수 없으니 <커넥트> 전체가 재미없다.
여기에다 주요 등장인물과 조연들의 연기력이 아쉽다 보니 더욱 몰입을 방해한다. 동수 역을 맡은 정해인 배우와 형사 역을 맡은 김뢰하 배우의 연기만이 <커넥트>를 이끌어가고 있을 뿐, 고경표 배우가 연기한 진섭이나 김혜준 배우가 연기한 최이랑이나 자꾸만 다른 캐릭터가 생각났다.
김혜준 배우는 최이랑이었을까? 보면서 자꾸만 <구경이>속 주인공이 생각난 이유는 무엇일까? 최이랑은 대체 어떤 캐릭터인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고경표 배우가 연기한 진섭은 고경표 배우와 살짝 맞지 않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그 캐릭터를 살려내기 위한 많은 요소들이 애써서 진섭이라는 캐릭터를 간신히 해내는 것처럼 보여서 아쉬웠다.
게다가 여기에 조연 배우들의 연기까지 너무 아쉽다보니 안 그래도 전개가 구멍투성이인데 자꾸만 몰입을 방해했다. 아마 배우들도 이 각본을 보면서 캐릭터를 그리기 어려웠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워낙 전개가 구멍투성이이다보니 웹툰 원작을 보지 않는 이상 각각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그려야할지 애매했을 것이다. 그래서 연기가 어려웠지 않았을까?
이런 전개와 구조를 가지고, 전반적으로 회색빛의 푸른 느낌이 나는 화면을 쓰고 있는데 소름끼치고 기괴한 느낌'만' 내서 보는 동안 피로도만 증가했다. 게다가 가끔 불필요하게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다보니 <커넥트>를 보는 동안 시각적으로 불편하기도 했다. 만약 몰입할 수 있었다면 이 정도는 별로 거슬리지 않았겠지만 전개 자체가 지루하다보니 왜 화면에 이런 톤을 썼는지, 왜 이 장면은 이렇게 잔인해야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많은 내용들이 시즌2에 몰려있을 것 같은 결말이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시즌2를 보고 싶게는 만들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냥 궁금하기만하고 재미없는 시즌1로 끝나서 시즌2가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 <커넥트>였다.
<미생> 이후 만족스러운 웹툰 원작 작품을 보기 참 힘든 것 같다. 영화들도 매번 실패했는데, <미생> 처럼 영상 콘텐츠의 장점을 완벽하게 살려 계속 생각나는 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