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이 서비스명을 바꾼 이유는 뭘까?
오늘 당근마켓이 서비스명을 '당근'으로 바꿨습니다. 프로덕트를 다루는 기획자들도,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계속해서 언급이 됐을 정돈데요. 사람들이 알아서 홍보해 주는 리브랜딩이라니,,, 부럽읍니다,,, 나도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서 리브랜딩 소식 퍼다날라주는 서비스 만들고 싶당 ^0^ 당근마켓은 "이제 당근은 ‘마켓’을 떼어내고 ‘당신 근처’로 나아가기 위한 긴 여정에 닻을 올립니다."라며 지역 기반 커뮤니로서의 포부를 밝히면서 서비스명을 바꾸었는데요.
사실 서비스 확장을 꾀하며 이름을 바꾼 건 당근마켓 뿐만이 아닙니다. 컬리(Kurly)도 2022년 11월 '마켓컬리'에서 '컬리'로 바꾸었는데요. 컬리는 이때 공지사항을 통해 “뷰티컬리 서비스를 공식 오픈하면서 식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 쇼핑 경험을 드리기 위해 서비스명을 변경하게 됐다”며 11월 2일부터 서비스명을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컬리 후라이~ 맥도날드 컬리 후라이 재출시 점ㅋ
리디(RIDI)도 원래는 서비스명이 리디북스였지만, 2022년 4월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목표를 내세우며 '리디'로 서비스명을 바꿨습니다. 이때 리디는 전자책 중심의 서비스에서 웹툰·웹소설 등로 콘텐츠 영역을 넓혀가며 '플랫폼'으로서의 모습을 점점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꽤나 납득이 갔습니다. 심지어 유저 입장에서 4글자보단 2글자가 나으니까요. 이제 서비스명도 별다줄?
당근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이상 '중고거래'의 의미를 담고 있던 '마켓'을 벗어 던지고 '당신 근처'에 집중해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서 거듭나겠다는 것이죠. 당근당근 바니바니 당근..당근..
예전에는 강남역 지오다노 앞에 서 있으면 누군가 어색하게 물었습니다. "저,, 혹시 OOO님이세요?" 어느 지역이든 만남의 광장이 있기 마련. 그곳에선 다양한 약속들이 서로 어색하게 이름을 주고 받으며 만났었죠. 하지만 이제는 "저...당근이세요?"가 대세입니다.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주변 지인들에겐 팔긴 애매하면 이제 사람들은 그냥 동사처럼 표현합니다. "당근해~". 너덜트는 '당근마켓 남편들'로 단숨에 핫한 채널로 등극했습니다. 왜? 너무 공감이 가서! 이렇게 보면 당근마켓은 누가 봐도 굉장히 혁신적인 서비스가 아닐까요? 사실 한국의 그 어떤 서비스도 새로운 동사를 만들어 내진 않았습니다. "쿠팡에서 찾아봤어?" 라고 하지, "쿠팡했어?"라고 하지 않고, "검색해봤어?"라고 물어보지 "네이버했어?"라고 하지않으니까요. 그나마 저기 먼 나라의 구글 정도가 '구글링'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죠.
그런 의미에서 당근마켓의 리브랜딩은 리브랜딩이지만, 훨씬 더 유저에게 가까워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유저들이 쓰는 단어 그대로, 드디어 당근마켓이 응답한 거니까요! 실제로 당근마켓의 유저들에게도, 이제는 당근이 더이상 '마켓'이 아닙니다.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로서 알바도 구하고, 지역 내 소모임도 하고, 스터디도 하는 누구나에게나 열린 '지역맘카페'처럼 느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컬리나 리디가 이름을 바꾸긴 했지만, 솔직히 유저 입장에서는 컬리 안에서 화장품을 팔든 신선 식품만을 팔든 서비스 자체가 바뀐 느낌은 아니거든요. 리디도 사실 부르기 편해진 건 말곤 유저로서 리디북스나 리디나... 예,, 그냥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졌습니다.
당근마켓은 진즉부터 '마켓'의 성격이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중고 물품을 팔거나 사러 들어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역글도 보고, 스터디 모임이 있나 없나 찾으러 가고, 지역 내 찹쌀순대 트럭이 어디 언제 왔는지 찾아보러 들어갔으니까요.(오늘도 찾아봄ㅋ) 그리고 어떨 때는 아주 대단한 인맥이 있어야만 구할 수 있는 국산 고춧가루와 국내산 참기름을 구하러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 보면 당근마켓의 '당근'으로의 변화가 그들끼리만 좋고 멋있는 리브랜딩 소식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공감이 됩니다. (나는 아직도 인터파크의 로고 변경을 이해할 수 없..)
이번 리브랜딩 소식을 발표하면서 당근마켓은 '당근'이라는 이름이 이미 서비스를 만들 때 나왔던 이름이었다고 밝혔는데요. 그들이 처음에 목표했던 서비스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근마켓은 서비스 이름을 변경하면서 로고도 새롭게 공개하고 그 의미를 밝혔는데요. 당근마켓을 너무 사랑해서인지, 설명을 보기 전에, 이미 의미가 살짝 보였습니다. 하단에 당근의 몸통(?)은 흔히 위치를 표시하는 핀 뱃지이고, 그 위에 달린 잎파리(?)는 이웃끼리 얘기하는, 이웃 사이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무언가, 자세히 보면 하트를 살짝 닮은 무언가를 생각했는데요.
실제로 당근마켓은 당근마켓 블로그에서 리브랜딩 소식을 전하면서 아래와 같이 로고를 소개했습니다.
새로워진 당근 로고에는 당근이 추구하는 지역(Local), 연결(Connect), 그리고 삶(Life) 세 가지 핵심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지역 위치를 나타내는 당근 몸통의 주황색 ‘핀 Pin’ 위로, 이웃과 연결되는 순간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초록색 ‘당근 하트’가 만났습니다. 핀과 이파리, 두 가지 단순한 요소로 구성된 당근의 새 로고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함께 할 때 이로운 삶’을 상징합니다.
- 당근마켓 블로그
사실 이전 로고에 있던 이파리는 채소로서 당근 모양을 구성하는 요소였습니다. 예, 사실 당연한 얘기;; ㅋㅋㅋ 마치 얼굴은 몸통 위에 있는 있는 요소로서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와 비슷한 얘기죠...하지만 리뉴얼된 당근 로고는 '피어나다'는 느낌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뭔가 위치에서 뭉게 뭉게 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웃들의 이야기, 사랑 뭐 그런 것들이 아닐까요?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인가요? 원래 리브랜딩이란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하지만 당근마켓의 이번 리브랜딩은 꽤나 많은 공감이 간다는 게 주목할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내부사정이야 모르겠고 그들끼리 혁신을 외치는 리브랜딩은 많이 봤지만, 유저 입장에서 서비스의 목표와 성격에 공감되는 리브랜딩과 서비스명 변경은 오랜만에 경험했습니다. 당근! 이제 매출도 뭉게뭉게 피워보자구!! 당근당근 바니바니!!!!
자료 출처
당근마켓 블로그 혹시...? 네, ‘당근’입니다!
그리고 내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