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회원가입을 하면 항상 마주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이용약관 동의'인데요. PO나 PM으로 일하다 보면 이용약관을 써야 하는 순간 생길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나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은 따로 법무팀이 없어서 보통은 기획자가 작성하게 되는데요. 도대체 이 이용약관은 무엇이고, 왜 써야하며, 법을 전공하지 않은, 기획자인 내가! PO인 내가! 어떻게 쓸까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용약관이 무엇이고, 왜 써야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쓰는지 약간의 꼼수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과연 이용약관은 무엇일까요? 도대체 무엇이길래 모든 사이트마다 있는 것일까요? 어차피 유저들이 읽는 것 같지도 않은데 진짜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이용약관의 역할은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계약서'입니다. 우리가 일을 하기 시작할 때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처럼, 우리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체결하는 일종의 계약인 거죠. 다만, 일대다라는 특성상 오프라인으로 일일히 이용자들에게 계약서를 받아낼 수는 없으므로, 계약서를 '이용약관'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서 게시하고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이용약관은 ‘고객에게 제시하기 위해 마련해 둔 서비스 이용 계약서’에 해당하는 것이고, 고객이 약관에 동의함으로써 이용계약이 체결되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용약관에 제시하는 룰 내에서 이용자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용약관을 기반으로 처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엄연히 말하면 이용약관 작성은 반드시 법적으로 '필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법률이 필수라고 지정한 경우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흔히 "전자상거래법") 제10조 1항에 따라, 전자상거래(사이버몰)와 통신판매의 경우입니다. 이때에는 이용약관 게시가 필수이며, 사이트 어느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푸터에 넣어두는 이유도 이런 이유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경우에는 법적 의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용약관이 없는 경우는 오히려 서비스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웹/앱 서비스들은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결국 웬만하면, 특히 '회원가입'이 있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이용약관이 필수나 다름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이런 서비스 이용약관이 아닌, 위치정보/개인정보의 수집이 있는 경우에는 '위치정보이용약관'과 '개인정보취급방침' 게시는 법상 의무이고 그 항목도 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용약관은 사실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쓸까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변호사의 손을 빌리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알고 있으므로, 가장 잘 써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용약관을 위해 변호사 상담 비용을 지출하기에는 영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꼼수 3가지를 제안드립니다!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공하는 표준약관을 참조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에 대해서 표준약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예 백지에서 쓰지않고, 이런 표준약관을 바탕으로 우리 서비스에 맞게 수정하면 되는 것이죠.
-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바로가기
만약 커머스나 쇼핑몰이라면 카페24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이용약관을 참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카페24같은 경우 다양한 형태의 커머스몰이 등장하면서 개인정보처리방침,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내역 등등 여러 항목에 관해서 약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1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경쟁사 혹은 유사 서비스의 이용약관을 참조하는 것입니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표준약관보다 오히려 더 많은 방어 사항들과 규정들을 갖고 있어서 최대한 누락없이 우리 서비스를 위한 이용약관을 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이용약관을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게시하고 있기 때문에 참조하기에도 훨씬 편합니다.
특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서비스의 것이고 잘 유지가 되고 있다면 그동안 운영하면서 생긴 다양한 문제를 커버하기 위해 여러 사항들을 보완해왔을 것이므로 시행착오를 줄이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보통 한 번 정도는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므로 이미 어느 정도 보장된 약관이라고 할 수 있죠. 유사 서비스의 이용약관 2~3가지 정도를 참조하여 우리 서비스에 맞는 건 집어넣고, 맞지 않는 건 빼고, 서비스에 맞게 문구를 수정해야 한다면 문구를 수정해 사용하면 됩니다.
다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에 관해서는 한번 더 표준약관을 참조하면 좋습니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는 업계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모니터링을 하다보면, 가끔 업계에서 보이는 분쟁이나 이슈가 보이는데 이런 내용들은 한번 작성할 때 최대한 방어할 수 있도록 담아내면 좋습니다. 대신 이런 내용들은 처음부터 모두 담아내려고 하지 말고, 표준약관과 유사 서비스의 이용약관을 참조해 초안을 쓴 뒤, 퇴고하듯이 추가하면 좋습니다.
처음에 제시한 3가지 방법으로 쓰되, 아래 사항들을 추가적으로 신경쓴다면 이용약관을 훨씬 더 꼼꼼하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1. 웹/앱 서비스 플로우가 담겨있는지 확인하기
예를 들면 유료/무료 회원이 나뉘어져 있는 경우, 일반 일반/법인 회원의 가입 플로우가 다른 경우 등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2. 서비스 특성에 대해서 분명하게 하기
이는 특히 플랫폼인 경우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중개'만 한다면, 이에 대해서 분명히 하고 플랫폼 내에 판매자 - 구매자 사이에 생기는 분쟁에 대해서는 책임지기 어려움을 분명히 해야합니다.
3. 면책사항을 반드시 작성할 것
천재지변이나 유지보수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서비스의 장애나 중단이 발생되는 경우 등에 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에 대해 책임을 면한다(="면책")는 조항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에는 정말로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인데,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4. UGC(유저가 만드는 콘텐츠)가 있는 경우 정확히 규정할 것
커머스나 커뮤니티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조항인데요. 이용자들이 글이나 사진,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들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작권이 침해된 글, 사진, 파일 등은 업로드 할 수 없다는 것, 온라인 명예훼손, 영리 목적의 이용 금지 등에 대해서 규정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실제로 다른 서비스의 이용약관들을 보다보면 "~~한 규정에 어긋나는 경우 서비스가 이용자의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내릴 수 있다"와 비슷한 논조의 규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5. 환불 규정
이는 PG사를 붙이다 보면 어차피 반드시 추가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직접 결제를 하는 서비스라면 실제 배송되는 상품이 없는 구독형 서비스라고 해도 반드시 환불에 대해서 규정을 명시해 놓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독형 서비스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 전액 환불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가 정확히 어떤 기준인지 명시해 두는 것이죠.
6. 이용 중지, 약관 개정에 관한 내용
불량 이용자에 대해서는 서비스 입장에서 당연히 강제로 이용을 중지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용 약관에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다른 서비스들을 보면 보통 '아래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경우 강제로 이용을 중지할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명시해 두고 하단에 그 행위들을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또 서비스가 바뀌거나 추가되거나 혹은 문제가 생겨서 이후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경우 필연적으로 이용약관을 개정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개정할 수 있고, 언제 고지할 것인지 등에 대해 약관에 기재해 두어야 합니다.
7. 미성년자 가입에 관한 내용
통신판매업자는 미성년자와의 재화 등의 거래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때 법정대리인이 그 계약에 동의하지 아니하면 미성년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음을 미성년자에게 고지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이외에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만 14세미만자 가입의 경우 법정대리인 동의를 의무화하고 있어서 실제로 법정대리인 동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가입을 막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이를 약관에 명시해야 합니다.
8. 위치정보, 개인정보, 신용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위에 나열한 항목들은 보통 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입니다. 위치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에 따라 별도로 위치정보 이용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 신용정보 수집 및 이용에 관한 내용 등을 게시하여야 합니다. 각각의 약관들은 검색해보면 기본적인 내용 혹은 실제로 해당 약관을 게시한 서비스들의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으니, 참조하여 작성하되 법적으로 정한 사항들을 챙겨야 합니다.
위 내용 외에도 반드시 필요한 건 어쨋든 최종적으로 변호사의 검토를 받는 것입니다. 물론 비용이 지출되긴 하지만 처음부터 작성 자체를 맡기는 것보다는 적은 비용이며 아무리 다른 서비스들을 잘 참조하여 담아냈다고 하더라도 전문가의 검토는 필요한 부분이므로 장기적으로 우리 서비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서는 꼭 검토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 이제 이용약관을 다 작성했다면 끝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이용약관은 결국 방패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처음에 작성했던 이용약관으로 커버하기 어려운 케이스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서비스에 결제가 없다가 붙게 될 수도 있고, 중개만 하다가 직접 판매하게 되는 등 서비스의 형태가 추가되거나 바뀜으로서 이용약관 개정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오게 됩니다.
이럴 때에는 반드시 이용약관을 개정하되, 30일 전에는 고지가 필요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의 변경이라면 30일 전에 이메일 등으로 이용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시정 권고하였는데요. 보통 대부분 약관의 개정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바뀌는 것이라 웬만하면 미리 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용약관 외에도 개인정보처리방침 등에 관한 것도 동일합니다. 이런 이용약관 개정 메일 내용이 궁금하다면 여러분의 오래된 메일함에 '개정'만 검색해도 사례들이 나오니 그런 메일들을 참조하면 됩니다!
이용약관을 쓰고 관리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원활하게 서비스를 운영하고 분쟁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계약서'입니다. 갑자기 쓰게 됐다고 너무 당황하지 말고 위 사항들을 따라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