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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파크 Aug 24. 2023

조용하게 웃기는 사람이 좋다?

묘하게 웃기는 개그맨 김수용, 이제 그의 시대가 왔다



오래된 개그맨 중 가장 웃긴 사람을 한명 꼽으라고 하면 김수용이라고 하겠다. 김수용의 개그를 좋아한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묘하고 이상한 드립을 치는 그의 개그가 좋다. 김수용의 개그는 박장 대소라기 보다는 웃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타입에 가깝다. 왁자지껄하게 웃기는 개그보다 김수용처럼 은은하고 묘하게 웃기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https://youtu.be/GFgSydg5huw



김수용의 개그는 내가 좋아하는 개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부조화의 묘미를 개그에서 자주 써먹는편이다. 생각치도 못한 이질적인 것들을 가져와 개그로 구현해내는 역량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웃음은 예상하지 못함에서 종종 터지는 것이다. 부조화의 묘미를 잘 살린 역량을 잘 보여주는 사례과 바로 그의 레전드 썰 '리니지 현피'다. 연예인이 PC방에서 고등학생과 현피뜬 썰이라니. 그 시절 김수용의 리니지 아이디는 무려 ‘겸댕이’였다고 한다. 그는 본능적으로 본인과 가장 반대되는 이미지의 단어를 알고 있고 유머로 구사할 수 있는 위트, 순발력, 창의력을 가진 개그맨이다.


https://youtu.be/tSCFYGYb-nk

김수용의 레전드 현피 썰


김수용의 개그를 요즘 스타일의 개그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의 개그가 전통적으로는 비주류의 가깝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개그콘서트에서 보아온 주류 개그맨이라 하면 과장된 연기와 행동,  큰목소리의 말투가 떠오른다. 성대모사와 표정연기등 소위 대놓고 웃기는 개그맨들이 주류였다. 반면, 김수용의 개그는 조용하면서 묘하다. 생각해보아야 웃긴 개그도 종종있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려고 억지 부리지도 않고 조용하게 위트로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개그 힙스터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스러움을 예전보다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억지스러운 몸짓과 과장된 연기의 개그에서 싫증을 느끼는 사람도 꽤 있을 것 같다. 김수용의 개그는 자연스럽고 무해하다. 누구를 공격해서 웃기지 않는 편이다. 김수용의 MBTI를 보면 그의 개그가 납득이 간다. 김수용은 INTP라고 한다. 내향적이고 이상주의 적이며 논리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질적인 네가지의 조합이 김수용을 만들었다. 확실한 자신만의 엉뚱한 세계관에서 살고, 그런 독특한 사고를 통해 사람들을 웃긴다. 



김수용과 같은 계열로 Nathan Fielder 라는 미국 개그맨을 좋아한다.  캐나다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망해가는 동네 상점을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일명 미국판 '골목식당' 콘텐츠를 했었다. 어이없는 컨설팅을 해주는 페이크 다큐였다. 해당 콘텐츠에서 Nathan의 너드 연기는 정말 어이없고 웃겼다. 그가 진짜 평생 공부만한 슈퍼 너드였나 의심이 갈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Nathan 역시 김수용 처럼 묘하게 웃기는게 특징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 부조화에서 피어나는 유머를 즐겨 사용한다.


https://youtu.be/h0TRpGP8yH4


웃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내가 사랑하는 웃음은 조용히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유머다. 불협화음에서 나오는 어이없음, 그리고 누구도 다치지 않는 개그. 그게 바로 요즘 스타일의 개그다. 누군가의 약점을 때리는 것에서 나오는 웃음의 시대는 이제 갔다. 조용한 사람도 웃길 수 있다.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묘하게 웃기는 개그맨이 사랑받는 시대. 김수용, 이제 그의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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