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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시집을 읽고 백현진의 노래를 떠올리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백현진 [빛]

by 제비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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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의 <빛>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백현진의 담백한 음색, 정갈한 리듬, 슬픈 가사에 슬프지 않은 멜로디를 좋아한다. 이 노래는 잘 만든 한 그릇의 평양냉면 같다. 슴슴하지만 깊이가 있는 노래다. 노래 <빛>에서의 주인공은 어떤이를 떠나 보내고, 고개를 젖히니 문득 보이는 오묘한 세갈래 빛을 보며 생각에 잠기고 자연으로 부터 위로를 받는다.



한강 작가의 시 <여름날은 간다>를 읽고 백현진의 <빛> 노래가 떠올랐다. 시에서의 화자도 누군가를 잃고 우연히 차창 밖의 나무들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무심하게 서있는 나무들을 지나치며 떠나간 이에 대해 "우린 너무 짧게 만났지"라며 한탄섞인 슬픔을 내보인다.



한강 작가의 시와 백현진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했다.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란 어떤 것일까. 한 사람과 머물다간 추억을 떠나 보내는 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자연의 힘에 기대어 마음을 비워내는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젖히면 우연히 보이는 오묘한 세갈래 다정한 빛이 보였다 사라지는 일. 세상의 어떤 풍파가 있어도 우뚝 서있는 늦여름의 나무들을 지나치는 일. 세상은 무심하게 늘 흘러만 간다. 우리는 전부 자연 순환의 일부 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일도 결국 자연의 이치라고 받아들이면 위로가 조금은 될까. 백현진의 노래를 듣고, 한강의 시를 읽고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본다.



https://youtu.be/sWVRM13rS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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