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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희 Jun 19. 2024

과장인데 팀장이 아니라고요?

너무 헷갈렸던 직급과 직책

한국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제일 혼란스러웠던 것은 다름 아닌 직급/직책 체계였다. 경력기술서에 직급과 직책란을 두고 ‘도대체 둘이 어떻게 다른 거지?’ 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인터넷에 차이점을 찾아보니 직급은 직무 상의 위치 또는 서열을 뜻하며, 직책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권한을 뜻하는 것이라고 나와있었다. 설명을 듣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특히 과장, 부장, 차장, 이 장(長)이라는 글자 때문에 더 헷갈렸던 것 같다. 과장은 과를 맡고 있는 ‘장’, 부장은 부서를 맡고 있는 ‘장’, 이렇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장인데 팀장은 아니라고요?”라는 엉뚱한 질문을 했던 것이다.


직책의 무게

캐나다에서도 직급은 존재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조직적으로 이것을 명칭화 하여 사용하지 않고 채용을 포함한 인사적 업무 용도로만 쓰인다. 업계나 회사 또는 부서에 따라 부여하는 명칭이 조금씩 상이할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본다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Entry Level
Intermediate Level(주니어/시니어)
Leader(주니어/시니어)
Executive Leader

Job Title과 이에 따른 업무 범위와 권한은 오로지 직책으로만 정해진다. 내가 무엇을 담당하는 사람이며 이에 따른 책임과 권한이 어디까지인지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많은 기업들도 직급 통폐합/폐지등을 선언하며 인사적으로 많이 개편되고 있지만, Lead직(팀장, 실장 등)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도 업무의 범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책임 회피 같은 이슈들이나 연차로 인한 애매한 서열싸움이 발생하는 경우도 보았다.

연차가 아예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연공서열은 없지만 모든 채용공고의 자격요건에서 ‘requires at least X years of experince in…’ 같은 문구를 종종 볼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어떠한 성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나이에서 더 자유롭다는 점도 있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나보다 한참 어린애가…”라는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고 나이나 연차로 비교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서구권에서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서로의 나이를 모르는 경우가 더 많으며 유교적인 문화가 없다 보니 눈치 안 보고 오로지 성과로 승부를 보면 된다는 점에서 편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나 스스로 살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두려움으로 다가온 적도 많았다. 공정함은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기회로 다가오지만, 안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럼 승진제도는 어떻게 되나요?
연차와 상관없이 지원자격만 갖추고 있다면 본인의 업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연차가 쌓인다 해도 실력(정치도 실력이라고 본다면) 없이는 올라가기 어렵다. 수시채용으로 진행되며 공석이 생기면 내부/외부 채널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후보자들을 물색한다. 물론 어느 곳이든 내정자는 있기 마련이다. 이미 내정자가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는 채용면접을 토크니즘에서 비롯된 말로 token interview라고 한다.

A token interview is a practice where a company conducts interviews with external candidates for a position, despite having already earmarked a preferred internal candidate, sometimes a friend or acquaintance, who is highly likely to secure the role.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승진심사를 통해 승진자를 통보하는 식인 반면 캐나다에서는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단점이 있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내부적인 심사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 아직까지 회사 내에서 입지가 약한 경력직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되든 안되든 기회를 내가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그 기회를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굳이 먼저 손들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알아서 나를 평가하고 올려준다는 면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한자에 대한 보상 측면으로 본다면 어떨 땐 수동적인 게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길게 본다면, 채용시장에서 나를 매력적인 후보자로 만드는 것은 쌓인 세월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내가 만들어온 숫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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