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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남매의 우애는 지켜질 수 있을까

-일상 에세이

by 양양

독일 남부 어느 소도시의 광장. 그 중심에는 한낮의 열기를 식히는 분수대가 있고 얼른 봐도 족히 열댓 명은 돼 보이는 아이들이 그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깔깔거리고 놀고 있었다.

나는 광장 한 귀퉁이 앉아 아이스크림을 오물거리며 평화롭다 불러도 좋을법한 이 광경을 무심히 바라봤다.

불쑥, 한 어린 남자아이의 울음소리가 귀청을 찢었다. 4살쯤이나 되었을까, 짙은 갈색 곱슬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한 이방인 아이가 저보다 서너 살 위로 보이는 두 누이의 뒤꽁무니를 쫒으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왜 막내만 아이스크림을 못 얻었을까? 누이들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향해 두 손을 뻗어든 아이의 몸짓이 하도 애처로워 공연히 내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이 다 민망했더랬다.

아이는 제 누이들이 선선히 아이스크림을 내놓을 것 같지 않자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는 제 어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제 어미를 조르기 시작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팔목을 잡고 타일러 보았으나 아이가 울음을 그칠 기색이 없어 보이자 마지못해 가방을 뒤적거리며 지갑을 꺼내 들었다. 동전을 세어보는 어미를 보고 나서야 아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런데 어째 엄마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아뿔싸, 돈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아이는 이제 발까지 동동 구르며 고레고레 악을 써댔다.

엄마가 주위 사람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든 두 누이도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구야, 누구야", 결국 엄마가 딸아이의 이름을 불러댔다. 첫째가 고개를 떨구며 엄마의 부름에 순종하여 불려 갔다. 그리고 잠잠히 엄마의 말을 듣더니 제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남동생에게 건넸다. 악을 쓰고 울던 아이는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첫째가 터덜터덜 둘째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좀 전까지 같이 놀던 둘째가 무리들 틈에 섞여서는 좀체 언니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쭈뼛쭈뼛 둘째의 뒤꽁무니를 쫒던 첫째의 발걸음이 불안하게 주춤거렸다.

그렇게 얼마간, 첫째가 돌연 몸을 훽 틀어 저도 다른 무리들 틈바구니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다행히 광장 분수대를 가득 메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 민망한 광경을 감쪽같이 덮어주었다.

고래고래 울던 막내의 입에 아이크림이 들어가니 광장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주변 더 시끄럽지 않게 사태를 빨리 종결지은 엄마의 얼굴에도 안도감이 깃들었다.

그러나 어째 내 입안엔 삼킬 수 없는 모래알 같은 껄끄러움이 남는 것이었다. 과연 삼 남매의 우애는 지켜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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