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2R 리뷰
득점 : 68' 안현범 / 55' 이승기
지난해 극적으로 K리그1 역전 우승에 성공한 전북과 압도적인 승점차로 K리그2 제패한 제주가 만났다. 김상식 감독은 무려 7명(이지훈 박진성 이유현 정혁 최철순 최보경 구자룡)의 선발 선수를 개막전과 다르게 꾸리는 로테이션을 선보였다. 전반은 버티고 후반전 교체 카드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특히 U22 카드 이지훈은 적극적인 1대1 돌파와 전진 패스로 눈도장을 찍으며 빠르게 경기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후반 7분 구스타보, 이지훈, 정혁을 대신해 일류첸코, 이승기, 김승대로 승부수를 띄웠고, 이는 맞아떨어졌다. 후반 11분 일류첸코-김승대로 이어지는 패스를 이승기가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승기는 50골-50도움 클럽에 2골을 남겨뒀고, 부상에서 돌아와 기분 좋은 복귀전을 치렀다.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제주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창민의 중거리 슈팅, 공민현의 일대일 찬스 등 여러차례 공격적으로 전북을 몰아붙이다 결국 동점골을 뽑았다. 후반 24분 안현범의 환상적인 개인기와 침착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올라온 안현범이 속도를 붙여서 측면을 파고 들었고, 침착하게 공을 접으며 수비수를 따돌렸다.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까지 파고든 안현범은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경기 내내 활발했던 안현범은 최철순, 이승기 등 노련한 선수들을 연이어 속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역전골을 위해 제주가 계속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켄자바예프, 제르소 등 외국인선수들이 자가격리로 100%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짜임새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남기일호의 K리그1 생존이 기대된다.
득점 : 12' 구본철, 37' 아길라르 / 15' 김진혁
2020년 인천은 리그 첫 승을 무려 16경기 만인 8월에 거뒀다. 당시 무고사가 결승골을 터뜨린 상대는 대구FC였다. 하지만 올해 인천은 달라졌다. 무고사가 없는데도 다시 대구를 만나 2골을 퍼부으며 2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조성환 감독의 선택은 4백이었다. 지난해 마하지가 세징야를 전담 마크했던 방식 대신 조직적인 수비로 대구를 괴롭혔다. 오재석-김광석-오반석-김준엽의 노련한 수비라인에 문지환을 3선에 세워 안정감을 더했다. 득점은 모두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전반 12분 김도혁의 크로스를 김현이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골키퍼가 막아냈고, 쇄도하던 구본철이 가볍게 밀어넣으며 리드를 잡았다. 뒤이어 아길라르의 2번째 골 역시 네게바의 슈팅이 튕겨 나온 걸 차분하게 마무리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화려한 드리블로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은 네게바, 헌신적인 포스트플레이로 팀에 보탬이 되는 김현 등 무고사를 대신한 공격 자원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린 것도 큰 수확이다. “홈 개막전에서 승리로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다. 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조성환 감독의 자신감은 그저 립서비스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대구만의 색깔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이병근 감독의 인터뷰에는 부상 선수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에드가, 박기동, 홍정운 등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지만, 인천도 마찬가지로 전력의 핵인 무고사가 빠졌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천에게 전반 12분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빠르게 동점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전반 15분 세징야의 코너킥을 정태욱이 헤더로 연결했고,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은 김진혁이 침착하게 머리로 밀어넣었다. 후반전 이병근 감독은 안용우를 대신해 이근호를 투입해 흐름을 바꾸려 시도했고, 세르지뉴 역시 K리그 데뷔 무대를 치렀다. 수세에 몰리자 김진혁 역시 수비수에서 최전방으로 올라갔지만, 더 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다. 세징야의 프리킥과 김진혁의 슈팅 역시 골대를 벗어났고, 인천 역시 잠그기에 돌입해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득점 : 37' 김민준
"신뢰를 보여주면서 시간을 줘야 한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위축되고, 잘하면 자신감을 얻게 된다." 홍명보 감독의 U22 선수를 대하는 노하우가 이번 경기에도 빛을 발했다. 개막전엔 강윤구가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광주전에선 김민준이 선발로 나와 승점 3점짜리 결승골을 터뜨렸다. 팽팽한 경기 흐름은 전반 37분 코너킥 이후 흘러나온 공을 김민준이 곧장 강하게 차넣으며 울산쪽으로 기울었다. 유스팀 출신 2000년생 김민준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후반 4분에는 골대를 맞고 나온 공을 재빠르게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까지 노렸지만 윤보상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12분 이청용과 교체되기 전까지 김민준은 충분히 제몫을 하고 떠났다. 화려한 주전 스쿼드를 구축한 울산은 올해 김민준, 강윤구, 김태현 등 U22 자원이 경쟁팀 전북보다 강력해서 부담이 덜하다.
1골 이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울산 골키퍼 조현우, 광주 골키퍼 윤보상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로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광주는 8회의 슈팅, 그 중에서 5개나 유효슈팅을 시도하며 개막전보다 공격력을 끌어올렸지만 조현우가 모두 막아냈다. 특히 김종우의 날카로운 왼발 슈팅은 아슬아슬하게 조현우의 다이빙에 막히며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났다. 홍명보 감독 역시 "감독 입장에선 든든하다. 조현우의 활약 덕에 팀이 힘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광주는 지난 수원전에 이어 1골차 2연패를 당했지만, 이번에도 윤보상의 활약이 빛났다. 특히 후반 4분 이동준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오자 김민준이 추가골을 노렸지만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쳐내며 추가 실저을 막았다. 지난 시즌 제주에서 경기를 뛰지 못해 의문부호가 있었지만 윤평국, 이진현 등 경쟁자를 밀어내고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득점 : 21' 김대원 / 51' 고영준, 70' 하창래, 78' 권완규
4-2-3-1 포메이션을 가져온 김기동 감독의 최전방 카드는 팔라시오스였다. 부지런한 송민규-이승모-임상협 2선의 화력 지원을 기대했지만,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강원의 강한 전방 압박에 흐름을 내줬고, 김대원의 크로스에 가까운 프리킥을 수비진이 아무도 건들지 못해 골망으로 빨려들어갔다. 답답한 전반전 분위기를 180도 바꾼 건 신예 고영준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체 투입된지 2분 만에 왼발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후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포항의 수비수들이 헤더 연속골을 터뜨렸다. 후반 26분 신진호의 코너킥을 하창래가 뛰어올라 머리로 밀어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입대를 2일 남겨둔 하창래의 고별 선물이었다. 완벽히 흐름이 넘어온 포항은 후반 34분 권완규의 헤더골까지 더해 깔끔한 3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아직 신입 외국인 선수가 100% 녹아들지 않은 상태에서도 빚어낸 훌륭한 스타트다.
포항은 2연승, 강원은 2연패로 전혀 다른 시즌 2라운드 성적표를 맞이했다. 김병수 감독의 색깔을 논하기에 앞서 평균 실점 4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경기도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박경배, 고무열이 연이어 슈팅을 시도하며 골문을 두드렸고, 이적생 김대원이 전반 21분 프리킥 선제골도 뽑았다. 전반 내내 라인을 끌어올린 수비진의 압박이 먹혀들어갔고, 포항의 장기인 측면 공격도 잘 틀어막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시 후반전이었다. 1라운드때도 후반에만 4골을 먹히며 무너졌는데, 이번에도 후반에 3실점하며 역전당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은 게 뼈아팠다. 골키퍼 김정호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추가 실점까지 내줄 뻔 했다. "저희도 2연패를 자각하고 있다. 아주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는 김병수 감독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득점 : 40' 김민우
지난 시즌 스플릿B로 떨어져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수원의 올해 목표는 '우승'이다. 그리고 2경기가 펼쳐진 현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한석종-고승범의 탄탄한 중원과 이기제, 김태환이 지키는 측면은 웬만한 리그1팀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상황이다. 180cm이 채 되지 않는 스리백(박대원-민상기-장호익)은 203cm의 성남 뮬리치를 준수하게 막아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효율적인 압박,역습을 이어가던 수원은 전반전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올해 염기훈에 이어 27대 주장으로 선임된 김민우였다. 측면 돌파에 성공한 김태환이 길게 크로스를 올려줬고, 김민우는 다이렉트 발리슈팅으로 김영광도 어찌할 수 없는 골로 마무리했다. "좋은 팀보다 강팀이 되고 싶다."는 김민우의 목표를 증명한 원더골이었다. 후반전에는 수적 우위를 영리하게 이용하며 계속 공격을 몰아쳤고, 니콜라오, 제리치, 최정원이 나란히 무대를 밟으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수확까지 얻었다.
개막전에서 제주의 퇴장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성남은 수비진에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새로 이적한 장신 이종성, 박정수를 나란히 스리백에 세우는 변칙 작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수로 나온 이종성은 친정팀 수원에서처럼 거칠고 과감한 태클, 몸싸움으로 경기를 풀어가다 전반 36분 경고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38분 박정수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무리한 백태클로 퇴장을 당하며 완전히 계획이 틀어졌다. 위험 지역도 아닌 곳에서 의미없는 반칙으로 수적 열세로 후반전을 맞이했다. 뮬리치를 향한 단조로운 롱패스밖에 할 수 없었지만, 뮬리치는 오히려 발밑이 더 편한 공격수였다. 홍시후, 이재원이 후반전 교체 투입되었지만 그렇다할 공격을 하기엔 역부족이었고, 수원의 중원이 노련하고 침착했다. 연제운의 입대, 임승겸의 이적으로 부족해진 수비라인을 100% 메워주기엔 신입 선수들에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지난해 강등권에서 피말리는 살얼음판 승부를 펼쳐본 성남에게는 여유가 없는 게 문제다.
득점 : 27' 정동호(OG), 51', 79' 나상호
개막전에서 전북에 패한 서울, 대구와 비긴 수원FC가 만났다. 분위기는 수원FC가 더 긍정적이었다. 골결정력 부재에 울었지만, 대폭 바뀐 베스트일레븐이 화끈한 역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은 기성용의 허벅지 부상, 학폭 루머에 이어 박정빈의 합의서 논란까지 이어지며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경기를 열어보니 정동호의 자책골로 시즌 1호 득점을 성공했다. (1호 실점 역시 자책골이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성용은 건재했고, 완벽한 롱패스로 추가골까지 어시스트했다. 기성용의 서울 소속 100경기 출장을 스스로 자축하는 명장면이었다. 후반 6분 최후방에서 기회를 노리다 제자리에서 곧장 롱패스를 뿌렸고, 최전방의 나상호에게 정확하게 전달됐다. 나상호는 침착하게 트래핑해 일대일 기회를 잡았고 골로 연결했다. 윤종규의 패스미스, 유상훈의 불안한 볼처리 등 막막했던 서울의 팀 분위기를 한방에 바꾸는 아름다운 패스였다. 한편 지난해 서울에서 임대생 신분으로 맹활약한 한승규는 수원FC 소속으로 나와 박수 갈채를 받았다.
김도균 감독은 지난 경기에 이어 이번에도 U22 카드를 전반 이른 시간 교체했다. 조상준과 이기혁이 나란히 전반 20분 무릴로, 정충근으로 교체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가 사실상 무의미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교체였다. 수원의 결정적인 기회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기성용의 반칙으로 얻어낸 골문 앞 프리킥을 무릴로가 강하게 오른발로 때렸지만 양한빈이 가까스로 막아냈고, 정충근이 재차 슈팅까지 시도했지만 골대를 맞고 나왔다. 수원FC 역시 활발한 역습과 강력한 압박으로 서울과 정면 승부를 펼쳤지만, 서울 스트라이커 나상호의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기성용의 패스가 돋보인 추가골에 이어 쐐기골은 완벽한 개인기량이었다. 공을 건네받은 나상호는 중원으로 툭툭 치고 들어오다가 수비수 사이로 낮고 빠른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공격진의 마무리가 큰 고민이었던 박진섭 감독의 답답함을 한 방에 내려주는 시원한 멀티골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이인규의 PK 실축은 2% 부족했지만, 서울은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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