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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Mar 06. 2021

홍명보 감독의 너무나 화끈한 K리그 데뷔전

K리그1 1R 리뷰


전북 2 : 0 서울

득점 : 75' 김원균(자책골), 90' 바로우 

#기성용의존재감

 "나는 끝까지 갈 것이다. 모든 걸 총동원해서 꼭 진실을 밝힐 것이다. 자비란 없다." 전반 36분을 소화한 기성용은 최근 성폭행 폭로 논란에 관해 25분 가까이 기자회견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피해자측은 초등학교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며 폭로전을 예고했지만, 기성용은 단호하게 무관한 일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박진섭 감독은 기성용을 선발 투입했다. 팔로세비치-오스마르와 중원 조합을 갖췄고, 초반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압도했다. 특히 여유있는 탈압박과 전매특허인 정확한 롱패스로 공격 전개를 이끌었다. 이와 함께 나상호는 저돌적인 드리블과 과감한 슈팅으로 전북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전반 36분 허벅지 부상으로 기성용은 그라운드를 떠났고,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약속했던2골

김상식 감독은 평균 2골 이상의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치겠다고 약속했고, 어쨌든 개막전에서 2골로 보답했다. 답답했던 전반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빠른 시간 교체 카드를 택했다. 전반 24분 U22 카드 이성윤을 빼고 김승대를 넣었고, 후반 13분 류재문, 구스타보를 대신해 바로우, 일류첸코를 투입해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일류첸코가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경합해주고, 바로우 역시 빠른 발로 측면을 계속 두드리며 점유율을 높여갔다. 결국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던 전북은 행운이 따랐다. 후반 30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보경이 일류첸코를 향해 올린 크로스가 혼전 상황에서 김원균을 맞고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개정된 U22룰에 따라 유망주 김정훈이 송범근을 대신해 선방을 펼쳤고, 바로우가 종료 직전 문전에서 쐐기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북은 개막전 최강자의 신화를 10년(9승 1무)으로 이어갔다.



대구 1: 1 수원FC

득점 : 76' 김진혁 / 28' 양동현

#모아니면도

승격팀 수원FC는 영입과 방출을 합쳐 거의 50여명이 바뀔 정도로 완전히 새팀으로 2021년을 맞이했다. '모 아니면 도'라는 걱정과 기대가 많았지만, 일단 개막전에서 보여준 김도균 감독의 저력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전반 16분 만에 U22 자원(이기혁, 조상준)을 빼고 김승준, 정충근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대구를 몰아쳤다. 대구 측면 수비수들은 거듭 실수를 범하며 수원FC에게 공격권을 내줬고, 빠르게 몰아붙이는 수원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28분 김승준이 저돌적으로 골문으로 돌진하다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베테랑 양동현이 차분하게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골문 앞 마무리가 아쉬웠고, 후반 종료 직전에는 김승준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며 K리그1 복귀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수비수냐공격수냐

리그 최고 수준의 뎁스를 자랑하는 대구의 수비진은 리그 초반 매우 헤맸다. 이유는 주전 풀백 정승원의 공백이었다. 연봉 조정 문제로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은 정승원을 대신해 오른쪽 풀백에는 장성원이 나왔지만 여러차례 실수를 하며 위기를 노출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장 김진혁이 김승준의 돌파를 막아서다 PK까지 내주며 흐름을 내줬다. 오후성, 안용우이 막히자 에이스 세징야도 고립되기 일쑤였고, 그나마 베테랑 이근호가 투입되며 공격 기회를 서서히 잡았다. 아직 조직력이 100%가 아닌 수원의 수비진 뒷공간을 이근호가 계속 침투했고, 동점골은 전반전 PK를 내준 김진혁이 최전방에서 터뜨렸다. 후반 31분 황순민의 롱패스를 아름다운 볼 트래핑으로 잡아놓고 깔끔한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마무리했다. 수비수, 공격수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 김진혁의 진가가 드러난 원더골이었다.


포항 2 : 1 인천

득점 : 59' 신광훈, 71' 송민규 / 27' 아길라르

#김광석더비

늘 그랬듯 포항 홈 개막전에는 김광석의 이름이 선발 명단에 있었다. 하지만 포항 레전드 김광석은 어색하게 원정팀 인천의 파란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조성환 감독은 "정신적인 면의 관리도 잘하고 따로 주문할 것이 없는 선수다"라며 김광석의 선발출전을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대대로 오반석-정동윤과 함께 스리백으로 나선 김광석은 적극적으로 수비진을 리딩했다. 안정적인 수비는 듬직했지만, 공격이 문제였다. 무고사가 자가격리 중이라 나서지 못한 공격진은 김채운-유동규-박창환이 나섰지만 베테랑 포백이 이끄는 포항을 뚫지 못했다. 답답한 흐름을 바꿔준 건 작년처럼 아길라르였다. 전반 22분 교체로 들어온 아길라르는 6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도혁이 밀어준 공을 침착하게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강현무의 다이빙을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생존왕'으로 강등 언저리에 있었던 인천의 달라진 모습이었다.


#영플레이어상

팔로세비치(서울), 일류첸코(전북)를 나란히 경쟁팀으로 떠나 보낸 포항은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 하지만 포항에는 도움왕 강상우, 영플레이어상 강상우가 건재했다. 그리고 친정팀으로 돌아온 신진호, 신광훈, 오범석도 든든히 포항을 지켰다. 후반 14분 신광훈은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어냈고, 결국 후반 27분 역전까지 성공했다. 공격적으로 올라온 강상우가 여러차례 공을 접으며 수비수를 따돌리고 슈팅까지 연결했고, 이태희가 막아냈지만 불안하게 공이 튕겨나갔다. 송민규는 침착하게 공을 따내 골키퍼를 제치고 빈 골문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맹활약했던 지난해에 이어 송민규는 올해 첫 경기부터 거친 집중 견제를 받았다. 하지만 송민규는 “내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밝혔다. 리그 유망주에서 에이스로 발돋움하기 충분한 배포다.


수원 1 : 0 광주

득점 : 50' 김건희

#7년만에개막전승리

수원은 전석 매진(3,258명)과 함께 2014년 이후 7년 만에 감격적인 개막전 승리를 거뒀다. 헨리가 부상으로 빠지고, 니콜라오, 제리치가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수원은 전원 국내파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김건희, 유주안을 비롯해 총 5명이 매탄고 유스 출신이었다. 이에 맞선 광주 역시 펠리페가 부상으로 빠진 탓에 김주공이 최전방에 나섰고, 수원 출신 김종우가 친정팀을 상대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희망을 보여준 박건하 감독의 수원은 달라진 모습으로 압박을 이어갔다. 최전방 김건희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여러차례 슈팅을 날렸고, 고승범-한석종은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높여갔다. 김태환 역시 U22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상대를 자극하고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결국 후반 5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시도한 김건희의 슈팅이 굴절되며 결승골로 연결됐다. 한편 수원 팬들은 '은혜를 아는 개가 배은망덕한 사람보다 낫다'란 걸개를 걸며 최근 백승호의 국내 복귀 합의서 논란에 항의했다.


#징병지투혼

"어쨌든 슛을 많이 허용했지만 윤보상 선수 선방이 있었고, 한 골을 실점해 균형이 무너졌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 실점해서 전체적인 경기 운영에 차질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잘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김호영 신임감독의 인터뷰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펠리페의 빈 자리와 윤보상의 선방쇼. 제주에서 광주로 돌아온 골키퍼 윤보상은 신들린 선방을 선보이며 여러차례 위기를 넘겼다. 23개 2개. 슈팅수만 놓고 보더라도 1실점은 윤보상의 공이 컸다. 전반 30분 김건희의 중거리 슈팅, 김민우의 힐킥을 연이어 막아냈고, 후반 2분에는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헤더를 몸을 날려 쳐냈다. 수원 팬들 모두 아쉬움과 놀라움이 섞인 탄식을 터뜨리기 충분한 슈퍼세이브였다. 



울산 5 : 0 강원

득점 : 27' 윤빛가람, 53' 김기희, 57' 이동준, 63', 70' 김인성

#달라진강원

이영표 대표이사 부임 이후 강원은 김병수 감독이 원하는 자원을 여럿 데려왔다. 센터백 아슐마토프, 미드필더 김동현 등 유기적인 패스 축구에 적합한 선수들이 부족한 자리를 메웠다. 변칙 전술에 능한 김병수 감독은 개막전을 아슐마토프-임채민-김영빈으로 정통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윤석영, 김수범 윙백은 안정적으로 수비진을 백업했고, 한국영-김동현으로 중원도 두텁게 꾸렸다. 전반 3분 마사의 슈팅으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한 강원은 주도권을 가져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강원 공격수였던 김지현이 적극적으로 연계플레이를 하며 흐름을 가져왔다. 결국 김지현이 얻어낸 프리킥을 윤빛가람이 완벽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이광연이 몸을 날렸지만 워낙 가까운 거리에서 강력한 슈팅이라 손쓸 방법이 없었다. 전반은 그대로 끝났고, 후반 7분 임채민이 이동준을 막아서려다 퇴장을 당했고, 경기는 완벽히 울산 홍명보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더달라진울산

이동경의 교체 투입과 함께 김인성, 이동준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되살아났다. 프리킥 후 혼전 상황에서 김기희가 추가골을 터뜨렸고, 후반 12분 이동준의 골은 완벽한 호흡이 빛났다. 역습에 나선 이동경이 절묘한 스루패스로 수비라인을 깨고 파고든 이동준에게 연결됐고, 침착한 칩샷으로 마무리했다. 기세를 잡은 울산은 미친 화력을 선보이며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후반 18분, 25분 김인성의 멀티골은 백미였다. 윤빛가람의 패스를 김지현이 센스있게 다이렉트 패스로 연결했고, 김인성이 깔끔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여유있게 U22 카드 김민준, 김태현을 투입하며 경기 경험도 쌓게 했고, 5대 0 대승으로 기분좋게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고졸 신인 강윤구의 데뷔전 역시 준수했다.)  홍명보 감독은 "오랜만에 K리그 그라운드 위에 섰는데,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동안 입었던 유니폼 색깔과 달랐지만 피치 위에선 따듯한 분위기를 느꼈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성남 0 : 0 제주


#팽팽한공방전

제주와 성남은 3월 1일 빗속에서 치열한 혈투를 펼쳤다. 성남은 무서운 신예 홍시후와 친정팀으로 돌아온 박용지로 투톱을 꾸렸고, 새로 영입된 이규성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울산 출신 센터백 리차드 역시 마상훈, 이창용과 탄탄한 스리백을 꾸렸고, 골문은 역시 터줏대감 김영광이 지켰다. 이에 맞선 제주는 전원을 국내파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공민현-주민규-이규혁이 공격을 이끌었고, 이창민-여름으로 안정적인 중원을 완성했다. K리그2를 제패한 수비라인 스리백(정운-권한진-김오규 스리백)에 발빠른 윙백 정우재, 안현범까지 총출동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양팀의 개막전은 그렇다할 공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203cm드리블러

경기 중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203cm 장신 공격수 뮬리치였다. 전반 31분 홍시후를 대신해 투입된 뮬리치는 보는 재미가 쏠쏠한 외국인 선수였다. 큰 키에 당연히 타겟형 스트라이커일줄 알았지만, 은근히 여유로운 발재간과 프리킥으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반면 후반에는 김영광의 선방이 돋보였다. 이동률과 주민규의 슈팅을 연이어 침착하게 막아냈고, 후반 16분 역습 상황에서도 빠른 판단으로 실점을 막아냈다. 한편 분위기 반전을 위해 제주는 진성욱의 한방을 믿었지만, 도리어 후반 26분 팔꿈치를 쓰며 허탈하게 퇴장을 당했다. 이후 성남이 밀어붙였지만, 제주 역시 오승훈 골키퍼의 선방으로 무승부를 지켜냈다.


- 베스트 일레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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