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name Nov 09. 2024

마흔-24 철저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누구누구는 직장 잘 다니다가 투자해서 1억을 날렸다더라."


그 누구누구가 내가 되니 이것참 

그럴수있지.


일단 그럼 배우자를 찾는 일은 멈추어야겠다. 


변호사분들께 상담을 받아본 결과, 우리나라 법 상 사기죄로 형사고발하긴 어렵고, 

민사를 하더라도 그 사람이 돈을 이미 빼돌린 후라면 그것 역시 소용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바보라서 사기를 당하는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철저하지 못했고 타인의 말을 어쨌거나 종국엔 믿었다는 사실이 문제다. 


뭔가를 할땐 철저하게 배우고, 배운 후 어느 정도 습득을 한 후에 이행해야한다. 


여러모로 경솔했다. 

시간을 되돌린 순 없다. 


오늘 아침 눈을 떠서 한 생각은 


"1억짜리 수업료라니, 꽤나 비싼걸."


의연하진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본 기억에 비추어볼때 

이건 아무일도 아니게 느껴지지만 


어쨌거나, 열심히 일해온 나 자신에겐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뭔가를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경솔하지 말아라.

사람 함부로 믿지 말아라. 

제대로 배워라. 

네 몫은 네가 챙겨라. 

돈을 아끼고 보듬어라. 


결국 타인은 타인이다. 


1년 전 구남친에게서 연락이 왔다. 장본인에게 문자로 이야기하라고 하니 계속 통화를 하자고해서 전화를 해야하는데 혼자서 전화를 하면 또 판단력을 잃을까봐 무서웠다. 


일단 오늘 통화를 해야하니 옆에만 있어줘. 

1년만에 만난 구남친은 무척 반가웠다. 반가워서 몇번을 반가워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인간적인 정인데 하여튼 신기할 정도로 너무너무 반가웠다. 그러고보면 오래 못보던 사이를 만나면 진짜 철천지 웬수가 아닌 이상 반가운 마음이 한가득 드는 편이다.. 


그것참 그것도 문제네 

어쨌거나 커피숍 구석에서 내 통화를 듣던 구남친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말했다. 


"그냥 옆에 있기만 하면 돼, 혼자 전화받는건 무섭거든."


전화를 끊은 후에 구남친은 말했다. 


"내가 듣기론, 내용은 잘 모르지만 네가 너무 정중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어." 


진짜 나는 똥멍청이구나. 

이렇게 착한 사람에겐 못된 말도 했었는데, 돈 달라고 제대로 화 한번 못내고, 또 정중하게 전화를 끊었다. 


결국은 가스라이팅이다. 


"내 말만 믿어라. 다른 사람 말은 믿지도 말고 이런 이야기는 하지도 말아라. 그렇게 하냐 어리석게."


패턴이란 이렇게 드러나는데, 

에이구 거참 비싼 수업료다. 

작가의 이전글 마흔-25 어제, 내 인생 첫 5km완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