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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Dec 27. 2020

브런치 BM (비즈니스 모델) 분석

귀국 전 가벼운 연습

얼마 전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이 발표됐다. 명단을 보니 내가 종종 찾아 읽던 분들도 계셔서 반가웠다.


물론 나 역시도 매년 열심히 응모를 한다. 필력이나 소재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브런치를 하며 내가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진짜 많다는 사실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한 게 더 크다.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하겠지만 적어도 글쓰기에서 만큼은 이 정도 편의성을 보여주는 플랫폼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애정만을 보이진 않는다. 더러는 공개적 비판을 남기고 브런치를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종종 그런 글들도 주의 깊게 읽어보는데 이는 그들의 심리가 궁금한 탓도 있지만 가끔은 브런치 담당자로 빙의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고민해 보는 연습을 하는 목적이 더 크다.


마침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다. 그동안 품고 있던 생각을 좀 풀어, 업무에 복귀할 연습을 해야겠다.




1. 문제의 발견


1)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선 이상점과 현황 사이 간극을 보는 방식이 수월하다. 브런치는 초기부터 글 쓰는 사람을 위한 플랫폼을 지향했으므로 이상점은 당연히 '글 쓰는 사람들이 많이 모 지속적으로 양질의 글을 남기고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2) 그러나 현황은 이에서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 먼저 고려할 것은 수익 창출이 안 되는 구조 때문에 이탈하는 이용자다. 이 중 양질의 글을 쓰는 사람 그들이 작성했을 글의 숫자만큼 브런치는 이상점서 멀어지는 셈이다.


3) 다음으로 염두에 둘 건 브런치 북 프로젝트 당선자들이다. 이들은 브런치 플랫폼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입지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일부 계정을 보면 당선 후 많은 글들을 지우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2. 문제의 분석 - 수익 창출 문제


1) 수익창출이 안돼 떠나는 이용자의 의견은 간하기엔 무거운 주제다. 별 내용 없는 글에 사진과 링크로 멋을 부린 블로그 글도 수익을 창출하는데 오히려 선정 과정을 거쳐 엄선된 양질의 글이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건 이용자의 반감을 얻기 십상이다. 또한 갈수록 저작권, 지적재산권, 초상권 등 자신 연관된 권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사회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


2) 일부'대상을 타면 출판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느냐?'라고 반론한다. 그러나 이것이 갖는 문제점은, 우선 그 수혜자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고, 다음은 그 글들이 사라져 되레 브런치 존재 목적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3. 문제의 분석 - 사라지는 글들


1) 언뜻 보기에 브런치 프로젝트는 신춘문예 당선과 유사해 보이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등단'을 통한 '작가'라는 타이틀을 주느냐 마느냐의 차이도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응모하는 글이 공개된 상태냐 아니냐'에 있다. 브런치는 이미 발행하고 공개된 글들이 심사 대상이다. 


2) 이 부분이 요한 이유는, 당선자들이 출판을 하기 위해서는 새 글을 쓰거나, 기존 글들을 묶어 책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 글을 쓰기 위해선 브런치 당선에 70% 정도의 역량만 발휘하고 진짜 전력을 출판 글에 실어야 하는데 - 마치 육상 선수들이 준결승에선 결승에 오를 정도만 달리고 결승에서 비로소 세계 신기록을 위해 달리 듯 - 정작 세계적 육상선수도 가끔 이 전략에 실패하거니와 글쓰기는 달리기와는 달라서 들인 노력과 독자의 반응이 매칭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더한다.


3) 그렇다면 자연히 당선자는 기존 글을 모으고 다듬어 출판을 진행하는 게 우월 전략이 되는데 브런치는 글에 수익이 붙지도 않으니 당연히 인세가 붙는 출판에 싣기 위해 기존 글을 비공개로 돌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것이 브런치 이상점에 가장 치명적이라는 데 있다. 그 플랫폼에서 가장 유명한 이용자가 가장 먼저 떠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4. 해결의 고민


1) 우선 당선  대상자를 붙잡아 두는 모델을 생각해 보자. 외부 출판을 위해 내부 글을 지워야 한다면 차라리 외부 출판사와의 연계를 끊고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낫다. 가장 간단한 예로 대상 당선자의 글을 유료로 전환해 주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웹툰이 이미 회당 얼마라는 식의 유료 모델을 활용하고 있으니 충분히 응용 및 적용이 가능하다.


2) 만약 유료화가 내부  방향과 배척된다면 대상을 '등단' 격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브런치가 일반 대중의 글쓰기 저변을 넓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중 사이의 작가라는 의미 부여가 충분히 가능하다.


3) 그러나 현실적으로 1)과 2) 모두 어렵다면 아예 브런치를 '떠나는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방식이 있다.



5. 나는 모델


1) 지금처럼 수상자가 먼저 떠나는 모델은 '무공이 완성됐으니 하산하거라.'의 형태다. 그런데 하산을 완벽하게 해 주기 위해 전시회라든지 강연이라든지를 집중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직 남은 사람이 더 많은데 하산한(할) 사람을 위해 더 신경 쓰는 모습은 남은 사람의 의욕을 키우기보다는 박탈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2) 다음으로 누구나 왔다 떠날 수 있는 지하철 플랫폼 모델을 생각할 수 있다. 수시로 프로젝트를 띄우고 그에 맞는 사람을 그때그때 뽑는 방식이다. 브런치 라디오, 나도 작가다,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등이 좋은 예다.  방식은 큰 포상은 없되 소소한 재미를 준다. 대신 담당자가 프로젝트를 계속 창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용자를 플랫폼에 더 잘 묶어둘 수 있다.


3) 최근 브런치를 보면 1)에서 2)로 전환하는 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내에서 어떤 논의와 피드백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냐하면 이를 통해, 인터넷 플랫폼이라는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좀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수익이나 다른 효용을 안겨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4) 특히 넷플릭스 스토리텔러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기존 수시 프로젝트와 다른 성격의 글에 (라디오에 읽힐 만한 수필성 글 vs. 비평이 녹아 있는 글) 다른 매체와의 접합이 (넷플릭스라는 타 플랫폼 및 영상이라는 매체) 생긴 데서 기인한다. 앞으로 이런 확장이 적극적으로 늘어나 다양한 분야에 '브런치 출신 자유기고가'가 늘어나길 기원한다.




회사 보고서를 이 정도로 얕게 쓰진 않는데 현황을 분석하는 사고의 타래는 이와 유사한 방식을 띤다. 소소한 잡상도 편하게 남길 수 있는 이 플랫폼에 다시금 감사를 표하며-.


* 보통은 연말이면 한해의 소회와 독서나 자기 계발 (운동을 비롯) 등의 진척을 곱씹곤 했지만 2020년의 특수성에 숨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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