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을 살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철근육 Dec 01. 2021

환상을 팔지 마세요.

그리고 사지도 마세요.

인터넷만 보면 돈 벌기 참 쉬운 세상이다. N잡이 성행하고 본업을 제쳐두고 월 천을 버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물론 그중 일부는 진짜로 그 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 글이나 영상을 클릭한 당신 덕분에 말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인터넷 방법대로 몇 가지 부업을 시도해 봤는데 다 뻥이더라!"는 글로 돈을 버는 것일 거다. 묘한 세상이다.


사실 이 묘함이 시작된 건 꽤 오래됐다. 유튜브가 흥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기존에 글이나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들을 동영상으로 접하게 되었다. 일례로 하이엔드 시계나 가방, 슈퍼카 등을 영상으로 보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이거 합성 아니야?'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바로 나의 클릭과 너의 클릭이 합쳐져 저 사람이 슈퍼카를 사게 된 덕분이다.


여기서 내가 짚고 싶은 얘기는 '왜 하필 그 사람이 슈퍼카를 사는가?'가 아니다. 그는 멍석을 깔았다. 3억짜리 슈퍼카가 궁금한 사람이 많은데 다들 '내가 돈이 어디 있어...'하고 있을 때, '각자 100원씩 내 봐! 내가 사서 보여줄게!' 한 사람이 바로 그 주인공인 것이다. 


시청자는 왜 클릭을 하게 되는가? 그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주인공이 해 주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는 각도는 어떻고, 엔진 배기음이 어떻고, 시동을 걸면 계기반에 어떤 색이 들어오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당신이 듣고 싶던 바로 그 얘기를 한다. 한국식 주차장 현실에선 옆 차와의 간격상 타고 내리기가 어렵고, 과속 방지턱 넘어가기 쉽지 않으며,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내용이다.


당신은 100원으로 가십 거리를 얻었다. '내가 봤는데 말이야.' 하면서 시작하는 그 가십은 식사자리에서, 술자리에서 슈퍼카의 '슈'자만 나와도 100번은 얘기할 소재가 된다. 100원에 100번의 가십이면 나쁘지 않고, 주인공은 그 수요를 모아 3억짜리 슈퍼카를 산다.


이벤트는 무궁무진하다. 이번엔 10원씩 줘 봐! 100원의 1/10이야. 내가 3천만 원짜리 시계를 사러 갈 건데,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가 볼게. 그러고 현금으로 플렉스를 하는 거야! 이번엔 1,000원씩 줘 봐. 30억짜리 아파트 보러 가서 실내가 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려줄게.


그는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소비자는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 윈-윈이다. 간혹 '왜 저 사람만?', '나는 왜 안돼?'라며 멍석을 새로 까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하게 건드리지 못한다면 그가 마주할 결말이 안타까울 가능성이 높다. 


수요를 건드린다는 건 교과서적인 정답이다. 즉 가장 최신의 시장에서도 결국 통하는 건 수요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휴대폰 시장의 틀을 바꾼 스티브 잡스가 가진 철학이기도 하다. 제품을 만들어 어디다 팔지 생각하지 말고,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는 것. 


Image by Firmbee from Pixabay


그러나 인터넷은 다른 걸 보여준다. 이 방법만 쓰면 월 천은 우습고, 저 방법까지 더하면 금세 부자가 된다는 사람이 천지다. 


다양한 길이 있는 건 맞다. 그게 누군가에겐 대학원 진학이 될 수도 있고, 이직이 될 수도 있고, 야근 2배가 될 수도 있고, 가게 창업이 될 수도 있고, 배달 알바가 될 수도 있고, 블로그 홍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한 길이 모두에게 지름길이 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좀 둘러가더라도 오르막을 피하는 게 나을 수도 있고, 가파른 절벽을 둘러가는 지름길이 너무 무서워 주저앉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나친 환상은 팔지 말자. 그리고 지나친 환상에 넘어가지도 말자. 분명 내게 맞는 길은 있으나 그게 그렇게 쉽게 한 번에 찾아져야 한다는 기대부터 버리자. 정답은 현실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제학과 위드 코로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