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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Apr 18. 2022

퇴사하면 뭐 할 거냐고?



14년 9월 15일에 입사한 지금 회사.

햇수로 벌써 구 년째 일하고 있네...

좋소 기업 중의 좋좋소지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다녔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 나도 버티는 삶을 보낸 것 같다.

이제는 몸도 버티기 힘든지 곳곳이 아프고, 무너진다. 참지 못할 정도의 고통을 안겨주는 건 아니지만, 곧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아주 맛이 가기 전에 알아차렸으면 운동이라도 하고 해야 할 텐데, 아직은 남의 손을 빌려 추나요법을 받는 정도의 노력밖에 못하겠다.


어차피 내 인생에 도움도 안 되던 회사, 이제는 그만 때려치우라고 남편이 응원을 해준다.

결혼 전에는 엄마한테 생활비를 어떻게든 줘야 하니 되는대로 아무 회사에 취직했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참, 나 너무 나한테 한심하게 굴었구나 생각이 들어

내가 너무 불쌍하고 짠하고 한편으로는 화도 치밀어 오른다.


당장 그만둔다고 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도 딱히 모르겠지만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던 생활을 좀 해보고 싶다.


하루 종일이라는 시간이 생기면 뭔가 다양하게 한 두 가지씩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으면 눕고만 싶다.

정말로 밥 먹고 앉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아서 잠드는 순간에도 소화가 안되어

남편 손을 빌려 배 마사지하는 날이 잦았으니 퇴사를 하고 나면 이렇게 살진 않겠지.



남편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챙기고

커피를 마시고 잠깐 쉬다가 집안일 좀 하고,

할 일이 없으면 책도 보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린다던지

날이 좋은 낮이면 사진을 찍으러 카메라를 들고나가 예쁜 카페를 가는 김에 산책도 하고 싶다.

가서 책을 봐도 좋겠다.

이렇게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도 종종 쓰고 싶다.

나는 주로 블로그를 하지만, 아는 사람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글은 브런치에 쓴다.



그동안 나는 나를 잘 몰랐으니까,

앞으로 브런치에 창피해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털어놓고 싶고,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도 찾고 싶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글로 뭔가를 털어놓거나, 어떤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때

그것이 나의 진심이 맞나? 습득된 무언가의 정답을 이야기하는 거 아닐까?

마치 MBTI나, 심리테스트를 할 때 실제 살고 있는 나의 답이 아니라 되고 싶은 나를 정해놓고 답을 결정하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라도 솔직해야 하는데 이제는 뭐가 내 진짜인지도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항상 혼자 글을 쓰거나, 듣기만 하는 입장이다 보니 내가 말을 할 때에 한국말이 아닌 외계어를 뱉는 기분이 든다.

가끔은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거나, 의미를 모르고 하는 말이 많은 것도 같아.

말하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집에 돌아와 오랜 시간 되짚어보는 일도 있다.


사회성이 너무 떨어지나.



일단 어디 짱 박혀있는 나를

찬찬히 둘러보고 고장 난 데가 있으면 고쳐주고, 손도 봐주고, 모난 곳은 둥글게 만들어주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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