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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현경 Jul 11. 2023

카이코우라 낚시 투어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기

이른 아침 7시, 카이코우라 낚시 투어를 나섰다. 원래는 오전 11시 출발이었으나 오후에 날씨가 안 좋아질 거라는 예보 때문에 이른 출발로 바뀌었다. 출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평선 너머로 솟아오르는 붉은 일출을 마주했다. 파도를 따라 뛰어오르는 돌고래 무리도 보고, 미리 던져놓았던 크레이피쉬 투망을 끌어올리는 모습도 보았다. 낚시 투어에 동양인은 우리 외에 중국인 커플이 한 팀 더 있었다. 처음에 눈인사만 주고받고 별다르게 말을 섞진 않았다. 



배를 타고 달린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낚시 포인트에 도착했다. 해저 바닥까지 미끼를 내려서 낚는 다운샷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낚싯줄을 수면에 드리우자 한참 동안 풀려 내려갔다. 그렇게 내린 낚싯줄을 다시 감아올리는 데는 또 한참이 걸려서 오른팔이 저릴 지경이었다. 수십 미터 해저에서 낚여 올라오는 물고기는 눈이 커다랗고 온몸이 빨간, 볼락을 닮은 물고기였다. 한번 낚싯줄을 내리면 두세 마리씩 건져 올리는데 그 과정이 여유롭기보다는 노역에 가깝게 느껴졌다. 던지고 낚고, 던지고 낚았다. 한 곳에 정박해 낚시를 하고 있으니 날개를 펼친 너비가 3미터까지도 자란다는 바다새, 앨버트로스가 그 위용을 뽐내며 낚시하는 주변으로 모여든다. 녀석들은 고기가 잡혀 올라오는 타이밍에 맞춰 물고기를 낚아채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포인트를 바꿀 무렵 멀미가 시작되어 두 번째 포인트에서는 낚시를 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 두 번째 포인트에서는 붉은 볼락과 함께 작은 상어가 올라왔다. 잡은 고기는 모두 즉석에서 뼈와 살이 분리되어 아이스박스에 넣어졌다. 돌아가는 길에 크레이피쉬 투망을 두어 개 더 끌어올렸고, 우리에게 두 마리의 크레이피쉬가 할당되었다. 볼락 살코기 한 뭉치와 크레이피쉬 두 마리, 세 시간 조업의 결과를 손에 받아 드니 뿌듯했다.



아침도 먹지 않고 낚시를 했으니 둘 다 배가 고팠다. 잡은 고기를 바로 요리해서 먹기로 했다. 기상 예보대로 날씨는 정오가 지나자 점점 먹구름에서 굵은 빗줄기로 변했다. 우리는 카이코우라 반도의 물개 서식지 포인트로 차를 이동해 바로 점심을 준비했다. 남편은 크레이피쉬를 손질하고 냄비에 쪄냈다. 점심은 볼락 회와 크레이피쉬 내장 볶음밥. 볼락 회는 살이 쫀득하고 맛있었다. 급한 대로 뉴월드 마트에서 초고추장을 찾아보았으나 팔지 않아 사시미 간장에만 찍어 먹었지만, 살이 아주 탱탱하고 쫀득하니 맛있었다. 

계란과 양송이, 베이컨과 찐 크레이피쉬 내장을 섞은 볶음밥은 자스민 라이스 세 개를 넣어 프라이팬에 가득 찰 만큼 넉넉했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이었다. 우리는 차린 식사를 남기지 않고 전부 다 해치웠다. 



점심 식사 후에는 카이코우라를 떠나 크라이스트처치를 향해 달렸다. 오늘 묵을 홀리데이 파크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쪽 외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고, 우리는 먼저 홀리데이 파크로 가서 체크인을 한 뒤에 쿠키타임이라는 쿠키 공장에 가서 지인들에게 나눠줄 쿠키 쇼핑을 했다. 그리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로 가서 지진으로 무너진 대성당과 기프트샵에 들렀다. 시내는 조용하고 깨끗해 보였으며 드넓은 면적의 공원이 인상적이었다. 스펜서 비치 탑텐 홀리데이 파크는 지금까지 가본 홀리데이 파크 중에서 가장 넓었다. 너무 넓어서 스산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배정받은 사이트 바로 옆에 캠퍼밴이 한대 있고 그 주변으로는 다른 차가 없었다. 



저녁은 양고기 구이와 크레이피쉬 꼬리 버터구이, 크레이피쉬 대가리를 넣은 라면. 갑각류로 우려낸 라면은 국물이 끝내줬고 익은 크레이피쉬 살은 무슨 수식을 붙일 필요도 없이 쫀득하고 맛있었다. 매일매일이 만찬이다. 나는 크레이피쉬의 대가리와 안쪽 내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바다에서 오늘 아침 바로 건져 올려서 살수율이 100에 가까웠고, 작은 다리 하나하나에 살이 꽉 차있었다. 정말이지, 밖에서 먹는 라면은 왜 그렇게 맛있는 걸까?



그날 밤은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새벽에 잠에서 깨니 차가워진 차 안의 공기에 입김이 나올 지경이었다. 침낭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애써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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