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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햇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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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예슬 Sep 21. 2019

적당함






공기는 아주 적당했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의 풋풋하고 파릇한 냄새가 났다. 어디선가 가득 들어오는 아침 햇볕도 바깥에서 들려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무언가 들의 소리들도 아주 적당했다. 강아지풀 마냥 살랑이던 고양이의 꼬리가 계단 밑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나는 이곳의 의도되지 않은 적당함에 매료되어 알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모든 부분에서 적당함을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아주 적절하고 완전한 상태. 사람들과의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모든 일이 순조롭기 위한 순서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정서의 온도. 스스로 만들어내려는 적당함은 완전을 위한 아슬아슬한 줄타기였고, 그 완벽을 가장한 적당함 속에서 가끔은 그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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