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aSue May 20. 2023

0. 내가 불행한 이유는, 내가 나를 미워하기 때문이다

나 대신, 누군가 나를 사랑해 주길 바란다. 내가 못하니까.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

긍정적인 사람은 밝고, 좋은 에너지가 흘러 넘치고, 그 에너지로 인해 좋은 일들이 생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긍정적인 사람은 활기있고, 뭔가 반짝반짝 하다. 행복해 보인다. 나는 그 밝음과 행복이 부러웠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지 사람들을 관찰하고,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한 결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래서 나도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로 하고, 긍정 문장도 외쳐 보고, 감사 일기도 써 보고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슈퍼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해 가는 것 같지가 않았다. 왜 나의 생각은 언제나 부정적으로 흐르는 걸까. 거울에 대고 모든게 잘될거야! 라고 외치면 뭐해. 뒤돌아서서 땅이 꺼져라 한숨 쉬는데. 


다시 돌아서 거울을 본다. 

온통 맘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도 맘에 들지 않고, 

이상과 꿈은 높게 가지고 있으면서 현실은 빌빌대고 있는 내 자신도 맘에 들지 않고,

이렇게 나를 비난하는 나 자신도 맘에 들지 않는다.

나는 왜 더 예쁘고 완벽할 수 없나 

나는 왜 더 똑 부러지고 야무질 수 없나

나는 왜 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나

내가 나 자신을 긍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나의 삶을 긍정할 수 있겠어.



아이러니 한 것은,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 나를 기죽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칭찬해 준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은 오직 나다.

모두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데도, 나는 그들의 말을 마음 속 깊이 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자꾸만 더 나를 알아달라고 징징거렸고, 애정과 관심을 더 표현해 달라고 갈구했던 거겠지. 내가 나에게 줄 수 없던 확신을 남이라도 나에게 주길 바랬으니까. 하지만 내가 나에게 줄 수 없는 확신은 남도 나에게 줄 수 없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이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는데 감히 '남'이 나를 어떻게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수 있단 말인가.


내가 가장 불행해서 견딜 수 없었을 때, 그 때 나는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외부 상황이 아니라

불행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더 싫었다. 나는 결국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이 가장 싫었다. 





내 마음 깊은 곳 어디에 용기가 있었는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는 작은 믿음이 나를 떠나게 만들었다. 처음으로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나의 모습과 실제 나의 모습이 일치했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뿌듯함은 내가 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만들었고, 처음으로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미소지을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구나, 를 알았다 .


물론 그건 아주 작은 한 발짝일 뿐이었고, 그 이후로도 나는 아직도 종종 괴로워하고(이유도 제대로 모른채), 남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외로워하고, 그러다 나를 미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나의 이런 면을 왜 이렇게 미워할까 생각해 보고, 그러면서 내가 미워했던 나의 면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좋은 면도 하나하나씩 찾아내면서, 그렇게 조금씩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나르시시트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있는데 어째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지 그렇게 항상 남(이상향)과 나를 비교하고 우울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생각하는 '남'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머릿속에 존재하는 '완벽한 누군가'일 뿐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와 같이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스스로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살아간다.


높은 자존감, 나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끊임없는 여정이다.

흔들림 없이, 변함없이 100%의 자기애와 긍정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긍정의 길로 습관을 들인 사람이 있을 뿐. 모든 사람은 때때로 부정적인 감정에 빠진다. 다만 얼마나 자주 빠지느냐, 거기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 쉽게 돌아오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나의 여정을 걸어오면서, 어느 영화의 제목-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 -처럼 나는 내가 날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하나하나 찾아 냈다. 그런데 10가지 이유들을 하나하나 대면하면서 그 이유들이 곧, 내가 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10가지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나는 충분히 사랑스럽고, 멋지고, 아름답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 아직 어리고 그것들을 알지 못해 많이도 울었던 과거의 나를 달래주면서 화해한다.


괜찮아. 나는 나대로 충분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