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생각도 않기로 해
매주 토요일마다 의미 없는 일을 하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을 소비하고 있는 중이다. 벌써 11주 차다. 나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한 선배는 이 스트레스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겠다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 얼마 전 나에게 포기를 선언했다. 선배 때문에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철저히 이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대단한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언니가 백기를 들었던 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 도전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그냥 간다.로 내려졌다. 포기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벌써 3회 차 모의고사를 보았고, 다음 주면 4회 차 수업이다. 8회 모의고사 과정이므로 벌써 반을 보내는 것인데, 나는 아직도 답을 쓸 수 있는 문제가 몇 개 되지 않는다. 매주 동그라미로 시험지가 꽉 차는 수강생들 속에 내가 외톨이 같아 그 시간이 너무 싫지만 지금 나는 뭘 어떻게 해도 이 판을 뒤집을 수는 없다. 그냥 이 시간을 견디는 수밖에.
견디는 것. 외로움을 견디고, 부끄러움을 견디고, 주변의 시선을 견디고, 바보 같은 나를 참아 낸다. 그리고 나는 싫은 마음을 다독이고, 괴로운 마음을 위로하고, 나를 사랑해 준다.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은 단 한순간도 없다는 말을 다시 되새기며 마음을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