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사는 법
1. 오늘저녁
저녁을 빨리 조금만 먹고, 맛있는 디저트와 차를 마시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을 상상했다. 저녁을 빨리 조금만 먹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저녁 먹고 들러야 하는 이 카페는 디저트가 맛있기 때문이고, 빨리 먹어야 하는 이유는 카페가 저녁 8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무슨 카페가 저녁 8시에 문을 닫느냐고 투덜댔지만,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친구의 성화에 서둘러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일정의 하이라이트! 드디어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는 아담했다. 테이블은 10명 이내의 손님만 앉을 수 있을 정도였다. 테이블과 의자 곳곳의 느낌은 바깥의 텁텁한 공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원목 가구가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있었고, 좁지만 아기자기한 소품들에는 애정이 묻어있었다. 그런데 주문을 하려고 사장님에게 다가간 순간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한마디가 들렸다. "저희가 이제 곧 마감이라서요."
저녁 8시가 아니라, 6시 반에 문을 닫는 다구요? 왜냐고 다그치고 싶었지만 선한 사장님의 설명에 숙연해지고 말았다.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면 다음날 새벽 빵을 굽고 디저트를 만들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얼마 전까지 8시까지 영업을 했지만 이런 이유로 마감을 6시 반으로 당겼다고 했다. 새벽마다 오늘 팔아야 하는 쿠키, 디저트와 빵을 매일 만들고 있구나를 생각하니 나의 저녁시간은 양보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30분 만에 커피와 함께 마들렌, 휘낭시에, 까눌레 그리고 두바이 초콜릿까지 서둘러 먹고 나왔다. 이제 저녁을 먹지 말고 카페로 바로오기로 약속. 이렇게 사장님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또 유치하셨다.
2.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라는 문구는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간판에 있는 문구이다. 이 문구가 생각난 이유는 이렇게 커피도 맛있도 디저트도 맛있어서 인기 있는 카페가 일찍 문을 닫는 이유는 아마도 사장님의 적당히 벌고 잘 살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면 대부분은 사장님은 퇴근하고 남은 시간은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가게문을 열어놓는 결정을 하지 않을까? 더 좋은 빵을, 더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새벽에 나와 일하며 저녁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삶이 적당히 벌고 잘 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3.
소설가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작가의 말에서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 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가끔 이 말을 떠올린다.
빚이 없는 삶을 살고 싶지만 빚도 자산이라며 벼락거지를 면하려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고 난리다. 여기저기서 나에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느라 바쁘다. 인스타에는 다 부자들만 있는 것 같은데 유튜브에서는 다들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고 당장 실행에 옮기라고 난리다. 아무도 적당히 버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가난을 면치 못할 것 처럼 말한다. 하지만, 고개만 돌려보면 이렇게 적당히 벌고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도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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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시르
[ BLANCHIR ]
조리용어로는 다음 3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 데치다. 미리 슬쩍 데치다. 날 것 상태의 재료를 끓는 물(소금이나 식초를 넣기도 한다)에 넣어 데치다. 데친 재료는 즉시 찬물에 넣어 식힌 다음 건지거나, 또는 그냥 뜨거운 상태에서 건진 다음 본 익힘 과정을 진행한다. 이렇게 미리 데치는 목적은 재료를 단단하게 하기, 깨끗하게 정화, 소독하기, 소금기 제거하기, 떫은맛 없애기, 껍질을 쉽게 벗기기, 부피를 줄이기 등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 재료를 찬물에 넣고 처음부터 함께 가열해 끓이기도 한다(감자, 염장 삼겹살 라르동, 미리 물에 담가두었던 흰색 내장이나 부속, 닭고기, 고기 또는 뼈, 라이스푸딩용 쌀 등). 사보이양배추나 양상추 등의 채소는 끓는 물에 바로 집어넣어 데친다.
- 달걀노른자와 설탕을 볼에 넣고, 거품이 나며 색이 흰색에 가깝도록 연해질 때까지 거품기로 힘차게 저어 섞다.
- 감자튀김을 할 때 첫 번째 기름에 넣어 색이 나지 않도록 튀겨내다. 바삭한 식감과 노릇한 색을 내려면 온도를 높인 뒤 다시 한번 튀겨낸다.
[네이버 지식백과] 블랑시르 [BLANCHIR]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 강현정, 김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