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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최집사 Nov 15. 2023

7. 영원한 그리움

영원히 그리울, 나의 고양이 유자

유자와의 이별이 벌써 10개월 전의 일이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 시간은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흘러간다. 무정히 흘러가는 시간 탓인지, 덕인지, 이제는 웃으며 유자 이야기를 하지만, 여전히 그리움의 웅덩이는 너무가 크고 깊어, '언젠가는 메워 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도 감히 하기가 힘들다.





유자가 떠난 뒤 나는 오랜 시간 유자가 남긴 것을 붙잡으려고 애썼다. 그 작은 생명체 하나가 사라진 자리가 너무나도 커서, 다른 것들로 그 자리를 채워보려고 애썼다. 그간의 추억, 사진, 위로의 글,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는 라떼와 율무까지. 빈자리를 채워보려 할 수록 오히려 유자의 자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는 것이 더 확실한 진실로  다가왔다. 

사진은 우리가 함께 한 추억을 나눈 추억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게 해주고, 남은 고양이들은 여전히 우리의 가족이자 행복이지만, 그것으로 유자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전에 말했듯, 유자는 세상에 하나 뿐이라. 고양이가 둘이나 더 있어도, 유자는 하나 뿐이라. 유자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결국 영원한 그리움 뿐이다.


엄마든 오빠든 일단 깔구 뭉개는 냥아치


아주 최근, 내가 유자를 떠나보낸 무렵과 비슷한 시기에,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지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자를 보낼 때의 상황과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덤덤하게 웃으며 시작한 이야기는 두 사람의 눈물로 끝이 났고, 우리는 울다가 또 다시 막 웃으며 말한다. "아직도 이러네. 한 동안 안 그랬는데." 유자를 보낸지 10달도 더 지났는데. 이젠 안 울고 이야기 할 자신이 있었는데. 

엄마 역시 최근 삼냥이의 얼굴이 담긴 커스텀 담요를 선물로 받고, 택배를 열자마자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세 고양이의 얼굴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오랜만이라서. 이제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만큼 회복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유자는 훅 치고 들어와 깊은 슬픔과 그리움을 건들인다. 그럴 땐, 내가 유자를 잊고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아닌 죄책감마저 든다. 


유독 배를 까고 자던 유자
사랑스러운 나의 고양이



유자 생각이 떠나지 않는 날엔, 핸드폰 속 유자의 사진을 꺼내본다. 보드라운 뱃털을 자랑하면서 발랑 누워 잠자는 모습을, 거식증을 이겨내고 간식 앞에서 호랑이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영상을. 투병하며 3년을 버텨준 덕에 핸드폰 용량이 터질 정도로 가득 채워진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웃음짓는다.

이 그리움은 영원하겠지만, 무엇으로도 극복되지 않겠지만, 무엇에도 의지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오롯이 감내해 내야 할 몫이다. 유자와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이별은 예정되어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유자를 그리며 남은 우리의 몫을 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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