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쇠러 대전에 가면 동생을 만난다.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지를 모셔오고 모셔다 드리는 일은 우리 형제 몫이다. 차로 요양원까지 30분, 그러니까 가고 오고 2시간은 삼부자의 시간이다. 동생과 내가 꽤 솔직해지는 시간이다.
아버지가 일상의 말씀을 잘 못하시니, 소리 나는 대화는 둘뿐이다. 하지만 삼부자의 대화다. 근황을 주고받지만 우린 곧 과거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우리의 과거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동생의 중고등학교 시절, 주먹 쓰던 얘기를 생생하게 들었다. 역시 무서운 놈이었다.
동생의 얘기를 들으면, 난 반갑고 다행이고 후회한다. 몰랐던 과거를 알려줘서 반갑고, 질풍노도를 잘 건너줘서 다행이고, 내가 살피지 못한 걸 후회한다. 어젠 특히 더 그랬다. 나도 어렸지만, 동생의 과거 속에 내 역할이 필요했던 틈이 선명하게 보여 미안했다.
동생은 20년째 타이어가게를 운영한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지만, 난 내 차 타이어와 엔진오일 교환을 부탁했다. 동생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오래돼 보이는 기계와 연장들도 대견해 보였다. 25년 차에 다시 평기자로 일하는 내 삶도 돌아보고 성찰했다.
동생이, 나와 오랜 시간 한 방을 쓰고 한 이불을 덮고 잤던 동생이 좀 생경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친구 같기도 하고, 형 같기도 하다. 그가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동생의 미래에 혹시 내 역할이 필요한 틈이 보일 때, 내가 더는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