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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gram Mar 18. 2020

일의 (기쁨)과 빡침

사람 스트레스를 겪고 있나요?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작년 말 대 히트를 쳤다.


젊은 IT기업의 허와 실, 나아가 요새 직장인들이 느낄만한 감정들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나도 이 책이 조금 유명해졌을 때, 찾아보다가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 (분량이 길지는 않음!)


2010년대의 사회상을 대표할만한 책을 타임캡슐에 담으라면 이 책을 꼽겠다던 어떤 이의 서평이 참 적절했던 말인듯 싶다.


그 책을 다 읽고도 일의 슬픔은 알겠는데,

기쁨은 잘 모르겠더라!


유명한 동명의 고전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어쨋든 일 특히 일을 직장으로 생각했을 때 그곳에는 기쁨보다는 슬픔과 한, 빡침이 서려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일의 (기쁨)과 빡침이다!

일이 슬퍼서 운다면 그것은 필시 분노의 눈물일 것이다. 오늘 하루도 서럽과 분노하고 열받았던 분이 있다면, 함께 극복자는 차원에서 이 글을 마저 읽어주시길..


'당신의 단점은 무엇입니까?'


시간을 거슬러, 취준생 때의 기억이다.

취업 면접의 단골 질문 중 단점 말하기는 매번 준비할 때마다 가창 어려웠다. 적당히 장점 같은 단점을 말하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완벽주의, 워커홀릭은 제외하라는 말도 꼭 덧붙임),

때로는 솔직한 단점을 말해서 진정성을 어필하라는 조언도 꽤 있었다. 면접용 답변을 차치하고서라도 나의 단점을 (한 가지로) 파악하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 생활 4년 차에 드디어 1초만에 스스로 생각나는 나의 단점이 수면위로 살며시 떠올랐다.


물론 나에게는 무수한 단점이 있어왔지만, 지금 이순간 나의 가장 큰 단점은..

'인간 관계, 사람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것' 다.


면접 때 이런 대답하면 굉장히 프로페셔널해보이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태어났다..


어린 시절 나는 공부할 때도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에서는 세상 능동적이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그 분께 인정을 받고, 그 수업의 수제자가 됨으로써 팬임을 자했다.


싫어하는 선생님의 과목도 꾸역꾸역 하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억지로 스트레스를 참아가면서 따라갔다.


유년기의 습성은 20살이 넘어, 어른이 되어서도 줄곧 지속되고 있다.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에게는 열과 성을 다하지만, 적이라고 생각되면 마음의 성문을 굳게 닫고 매우 배타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어쩔 때는 이중인격 아닌가 싶을정도로 놀라워 고쳐보려고 노력하지만 표정관리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보다 회사 안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찾기가 1/10쯤 되는 것 같다.)


커리어와 사람

인턴 때부터 지금까지 5년 여 간의 짧은 기간 동안 서비스기획, 전략, 재경,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두루 해봤고 여러 상사들을 만나왔다. 지금까지는 나에게 맞는 업무와 아닌 업무를 구분해보려고 노력하고, 업무별로 적성과 흥미를 판단하곤 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업무는 거기서 거기였던 것 같다.


특정 영역만의 고유한 접근방법이나 바라보는 모니터화면과 쓰는 툴만 조금씩 다를뿐이지, 전반적으로 OOO뒤에 기획/전략/관리라는 단어가 붙는 문과 업무(ex.마케팅기획)는 어딘가 상통하는 제너럴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다.


짧은 경험으로 일반화하기는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업무들은 '논리적인 사고력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라는 핵심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즉 돌이켜보면, 그 업무를 할 때 그 업이 어떤 업적 특성을 지녔냐보다는 그 시점에 누구를 만났느냐가 나에겐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함께하는 사람들로부터 동기부여를 얻고, 리더십의 방향에 따라 나는 때론 다루기 힘들고 뭔가 표정이 어두운 사람이 되었고, 때로는 분위기 메이커에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해결사가 되기도 했다.


대학교 때도 뜬금없이 데이터 마케팅 수업을 쭉 듣고 모르는 통계 수업을 들어야하나, 대학원을 가야하나까지 고민했었는데, 당시 멋져보였던 교수님의 영향이었다. 신입사원때 재경 부서지원한 것도, 그 즈음 '숫자로 경영하라'라는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책을 보면서, 회계를 통해 기업 시스템과 경제 현상까지 척척 풀어내는 모습이 대단해보였기 때문이었다. (팬심은 온오프를 가리지않나보다)


물론 팬심만큼이나 안티 팬심(?)도 강하여, 누군가가 싫어서 특정 업무까지 관심과 애정을 잃은 경험, 누군가를 피해 회사 내에서 부서이동까지 한 경험도 있다. 지금도 그 떄의 기억은 트라우마처럼 깊이 남아 소스라치게 싫다. 볼드모트를 피하는 해리포터처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엮이지 않기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도전! 사람 스트레스 극복하기


올해 신년목표에도 사람의 영향을 받지 말자고 썼는데, 참 쉽지 않다. 업무 스트레스도 돌고 돌아 사람이 미워지는 경우가 다반사라 큰 일이다.


다시금 다짐을 다잡는 차원에서 오늘의 글을 두서 없이 쓰게 되었는데, 나름대로의 극복 계획을 적어보려 한다.


1. 회사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언어가 행동이되고 행동이 태도가 된다고 하였나.


속상하고 화나는 회사일, 기쁨과 빡침 중 후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에 빡칠 때면 늘 친구들에게 하소연하곤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정적인 에너지가 습관화되고, 괜찮게 살다가도 당장 여길 떠나야만 숨쉴 수 있을 것 같은 혼란 속에 빠진다.


그리고 나의 말투나, 업무 퍼포먼스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착한 말투는 이제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전투민족의 DNA만이 작동되며, 최대의 퍼포먼스를 내기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던 나에서 그냥 빨리 최대한 군말없이 끝내기위해 완주를 목표로 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살다보면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져 일상 생활도 뭔가 우울하게 되고 탈출구만 찾게 된다. 그리고 회사에서 하루종일 있었는데 또 회사얘기하는 것도 지겹다. 얘기해봤자 8할을 나를 화나게 한 일들과 그것을 처리했던 일들일텐데 굳이 에너지를 쓰지 말자. 퇴근과 동시에 회사를 머리에서 지우고 개인의 삶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겠다.

 

2. 원수를 사랑하라 (득도해라)


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

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딘가 삐걱거리는 사람과는 가능한 명제인 듯 싶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인간 관계를 조금이라도 개선시켜보던지, 싫은 사람에게 뭐 작은 선물이라도 해주자.


전 팀장에게 해외여행 다녀와서 나름 고급 초콜렛 선물을 준 적 있다. 한 걸음 다가가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좋아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도 나도 사람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증오의 불씨는  들불처럼 점점 번져만 갔다. (작은 선물 의견은 다시 취소하겠다.)


아무튼..! 개선의 여지가 있을 때는 어르고 달래보고, 감정적으로 먼저 다가서기도 하고 최악으로 치닫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해보길 권한다. 업무가 아닌 다른 주제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3. 삶의 지평을 넓혀라


회사에서 엑셀칸만 보고 있으면, 데이터 구문에만 천착해있다보면 사람이 옹졸해진다. 원래의 나였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일도 괜히 더 짜증이 나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오르는 법이다. (나만 그런 것일수도 있다..)


그릇에 물이 넘치려할 때, 물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삶의 지평을 넓혀 개개인의 스트레스 관리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가장 효과 빠른 건 여행과 독서다. 이 두 개로 세상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접하고, 상황을 맞딱들이다보면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 따위는 그저 세상의 미물로 보일 것이다. 특히 소설책을 읽는게 좋겠다. 특히 소설에는 한 개인에게 있을까 말까 한 일들을 담아내는 서사가 많다. 그 한 많은 사연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우리의 거대한 빡침 이야기는 인류의 차원에서 볼 때 일개 사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Epilogue


사람 스트레스는 사람으로 풀지 못하는 이유 ..

정작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 그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변화와 사과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포자기하는 심정은 싫지만 나를 바꾸는 연습에 집중하는게 가장 빠른 길인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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