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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gram Nov 09. 2023

rush hour! happy hour..?

 군중 속의 고독, 수천분의 일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외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

곧 죽어도 얼죽아인 사람, 쪄 죽어도 뜨아인 사람(나)

통근(편도) 1시간 40분이내 인 사람, 아닌 사람(나..)

착한 사람.. 나쁜 사람..(...)


1시간 40분 걸려서 회사에 도착하고 나면

이미 오늘 해야할 일을 다 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시간이 걸려도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하고 있다. 속도보다 여유를 택한(=9호선 김포공항~신논현까지 급행 대신 완행을 타는..) ‘출퇴근 트래블러’를 선언한 이래의 변화랄까? 미쳐버린 장거리 출근족..

러시 아워! 해피 아워..?

완행 열차를 타면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사람들 틈에 낑겨 있는 시간을 군중 속의 고독 시간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앉아갈 확률이 높아지면서 무릎 위의 공간을 확보하게 되었고, 에어팟을 낄 수 있게 되었다.(선물 받은 작고 소중한 에어팟 프로2.. 잃어버릴 수 없기에 흔들림없이 안전할 때만 낄 수 있음.)

노이즈 캔슬링 또는 유튜브에 흘러나오는 나의 최애곡들(주로 곽진언)을 들으며, 가방에서 책(요새 최애 정지돈 작가의 글)을 주섬주섬 꺼낸다.

곽진언 / 정릉 (2022)


나만의 54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3n년 만에 알게된 것은 나는 귀가 예민하다는 것.. 일단 작은 것에도 잘 놀란다. 내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것도 가끔은 너무 크다고 느낄 때가 있어 혼잣말도 작게 한다(...msg죄송)

나는 한번 들은 것을 쉽게 지나치지도 못한다. 피드백 수용체에 가까워서 뭔가 얘기를 들으면 행해야한다. 피곤해진다. 체력도 좋지 않기에 나는 조용한 시간, 고요한 시간이 필요하다. 방해받지 않는, 방해받지 않는 것이 담보된 어떤 약속된 시간들을 가져야만 한다. 습기를 잃으면 죽는 개구리가 물가로 돌아가듯이.. 나는 나만의 터로 돌아가야하는 사람이다.


김포공항역~신논현까지 출근 전 정해진 54분.

노이즈캔슬링과 함께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 나는 수 많은 군중속에서 역설적으로 고독을 느끼는 것이 이른 아침의 루틴이 된다는게 설렌다.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 정지돈
나는 반복된다

셀프로 2시간으로 늘려버린 통근 시간이지만

나는 방전 대신 충전이 된 채 사무실에 들어간다.

몇 십년 만에 되찾은 숨은 재능 발견인데..

나는 학창시절에 자투리 시간을 참 잘 쓰는 학생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지하철 안에서, 급식 줄서며, 화장실가는길에도 공부를 놓지 않았다. 다만 메인 시간을 버렸..


자투리라 하기엔 조금은 긴 시간이기에..

자투리의 메인화랄까..

어쨌거나 자투리 시간 활용의 소질을 되찾은 나는 요새 조금 더 충전된 에너지와.. 나만의 루틴을 찾아가는 재미로 장거리 출퇴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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