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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gram Jul 06. 2019

어느덧 3년차 사원  

: 내 꿈이 뭐였지?

직장인을 흔히 미생이라고 한다.



드라마 미생이 한창 유행할 때 입사했지만, 당시에는 그 의미를 체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3년 간 직장생활을 해보니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내가 하기에 따라, 완성되어 갈수도 튕겨져 나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내 의지는 회사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밀어내기엔 늘 역부족이었다.


삶의 대국은 대개 내 예상을 벗어났고, 맞은 편에 앉은 현실은 집요하게 나를 막아세웠다. (현실. . 너 왜 거기 앉아있니?)



판세를 뒤집어온 경험과 역전의 기쁨,

내게도 있었을 법한 영광의 기억조차 희미해질 무렵, 문득 궁금해졌다.





'내 꿈이 뭐였지?'



꿈과 현실의 줄다리기 끝에 남은 건 지쳐버린 나 자신 뿐이었다. 튕겨져 나간 꿈은 어디론가 굴러갔고, 내가 붙잡고 있는 현실은 탄력없는 밧줄과 같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원하던 회사에 들어와 너무도 기뻤고, 포부도 넘쳤다.


그러나 반복적인 operation, 커리어에 대한 고민, 대기업의 복잡한 프로세스, 특유의 위계질서에

점차 지쳐갔다. 표정도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민물장어의 꿈> 노래 가사가 맘 속 깊이 공감되었다.

이렇게 점점 작아지다가는 곧 소멸하지 않을까? 두려워졌다.



근 몇 달 간 힘들게 들어온 이 '좁은 문' 밖으로 탈출하고자  꽤 노력했다.



자격증 공부, 부서 이동 신청, 타사 면접보기, 이직 스터디 등 적극적인 탈출구 모색도 했고,

해외 여행, 취미 활동 찾기, 원데이 클래스, 독서 모임처럼 나를 달래보기 위한 일시적 처방도 이어갔다.  

 



난관의 연속이었다.



우선, 3년차 사원은 애매했다.

입사한 지 이제 2년 반째이고 수습기간을 떼면 일한지는 겨우 2년 남짓한 시간이다.


        -  일을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  돈을 모은 것도 아니고 못 모은 것도 아니다.

        -  신입사원으로 원서를 넣기에도, 경력직 이력서를 쓰기에도 애매하다.   



그러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인 것은 아니었다.

발버둥을 치다보니 최소한 가라앉지는 않았다.




회사 내에서 업무를 바꾸를 기회를 얻었고, 문어발식 자기 계발(?)을 통해 나의 취향에 대해 스스로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여전히 고군분투 중인 사원 나부랭이지만,

싫은 상황들을 시간의 힘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바꾸어갔다는 사실이 어쨋거나 뿌듯했다.



  




'기록(記錄)'





적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작아지기 전에, 또 다시 사라지기 전에 나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영화 '메멘토'처럼 적힌 기록들을 엮어 나를 재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에 있는 다른 작가들처럼 인문학적 식견, 힙한 라이프스타일, 동경할만한 특별한 경험 등과 달리, 내세울 것 없는 기록이겠지만, 나처럼 2말3초 서른 무렵 두번째 사춘기를 맞이하는 이들과 공감을 나누고 싶다.


유기체처럼 성장과 도태를 반복하는 나의 꿈에 대한 관찰일기를 시작하는 이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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