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리뷰
세상에는 정말 많은 자기성장 프로그램들이 있고, 다양한 기법과 전통 수행이 있다. 열심히 어반몽크를 꾸려가는 생업 영성인으로서 계속해서 다양한 영역의 영성 프로그램을 배우고 접하는 경험을 이어가고 있다. 마음의 영역을 다른 시선과 체계로 접근해나가는 경험은 내가 나라는 우물 안에 고여있지 않고 바다로 갈 수 있는 좋은 땟목이 된다.
최근에는 요가수트라를 기반으로 한 요가명상 체계들과 신체감각을 기반으로 한 트라우마 심리치료 기법들을 관심갖고 경험해보고 있다. 워크샵, 수련코스, 집중수행,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수업에 참여하면서 아쉬움이 있을 때도 있고, 생각보다 더 좋은 경험을 할 때도 있다.
나 역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동시에 이런 영성 프로그램을 애정하는 참가자의 입장에서 좋은 명상 프로그램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에 대한 글을 정리하고 싶었다. 꼭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뿐 아니라, 자기성장을 위한 실천을 하고 있다면 한번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다.
목표와 목적은 비슷한 느낌의 단어지만 의미를 살펴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목적은 내가 이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며, 어떤 노력을 통해 만드려고 하는 궁극적인 결과이다. 목표는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도우면서, 성취를 점검할 수 있는 성과지표이다.
예를 들어서 다이어트를 할 때 목적이 '건강한 아름다움'이라면, 목적을 달성해 가는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로 '몸무게'와 '체지방율' 또는 '운동시간', '일일 섭취 칼로리'같은 목표들을 만들 수 있다.
목표와 목적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것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까?
1)목적은 바르나 구체적 목표가 부재한 경우
예를 들어서 명상을 해서 '자존감을 높히자'라는 목적만 가지고 있다면, 자존감의 낮고 높음을 어떤 기준으로 측정할 것인지와 그 과정을 어떤 목표로 평가하고 진행해 갈 것인지가 빠져있다.
올바르게 목적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목표와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실행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TIP -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으로 행위목표와 성취목표와 초점으로 목표를 설정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행위목표 - 행위목표는 목적 달성을 위한 나의 실천을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언젠가 어떤 보디빌딩 책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당신이 6개월간 매일 5km 달리기, 풀업 100개, 푸쉬업 500개, 중량 스쿼트 10x5세트를 한다면 거울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 몸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바른 실천은 바른 결과와 연결된다.
행위 목표를 만드는 질문
Q.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실천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이 있을까?
성취 목표 - 성취목표는 목적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성취를 상징하는 모습들이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이 연속해서 10분을 달리기 어려워 했다가 어느 순간 30분을 연속해서 달리는 순간이 바로 성취목표라고 할 수 있다. 성취 목표는 성장의 점진적인 단계로 설정할 수 있으며, 다음 단계는 1시간 연속 달리기가 성취 목표가 될 수 있다.
성취 목표를 만드는 질문
Q. 단계적으로 목적을 이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모습들은 무엇이 있을까?
앞서 자존감을 예를 들면, 내가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또는 자존감이 아주 높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게될까? 하고 질문해 볼 수 있다.
2)목표는 있으나 목적이 부재한 경우
말만 들었을 때는 이런 경우가 어떻게 가능한가?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경우가 존재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오히려 목표가 없는 경우보다 목적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서 학교 공부가 있을 수 있다. 공부를 왜 하는가 하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한다. 좋은 성적이란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한번 더 물어서 그렇다면 좋은 성적은 왜 필요한가?하고 질문한다면 또 대부분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좋은 대학도 목적은 아니다. 대학 자체를 다니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가?하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번 더 왜 좋은 대학을 가야하는가?하고 질문한다면, 아마도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 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바로 이것이 목적이다. 누구도 대학을 다니는 것 자체를 목적해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수단으로 좋은 대학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목적과 목표의 차이다. 만약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대학보다 더 방법이 있다면, 그 목표는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행복해지고 싶다는 목적은 수정되지 않는다. 목표는 목적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전략적 선택이고, 전략은 효과성에 따라 수정될 수 있지만, 목적은 그것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도달상태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마인드풀니스, 마음챙김을 수련한다면, 그 사람의 목적은 심리적 안정인 것이고, 목표는 생각이 아닌 신체의 감정에 집중하는 방식에 숙련되는 것이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전략(방법)은 마음챙김 수행인 것이다.
2. 수행의 원리와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원리가 명확한 것이 반드시 쉽다는 것은 아니다. 기계공학이나 열역학의 원리는 명확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 처럼 원리가 복잡할 수는 있다. 반대로, '내 전생의 카르마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수행 근기가 낮아서 그렇다', '십일조를 하면 복을 주신다' 같은 이야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같은 이야기는 전혀 어렵지 않으며, 사람들의 감정에 어필하고
2007년 시크릿이라는 책이 출간된 이후, 사람들에게 큰 반향과 열풍을 일으켰다. 시크릿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말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이다. 물론 나는 시크릿이 모든 의미에서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의 영역'에서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바라는 것이 결과를 일으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은 위험한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우리가 어떤 심상과 내면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무의식적 심상화의 의미에 대한 좋은 사례로,
캘리포니아 대 심리학 교수 셰일리 테일러가 "Harnessing the imagination(상상력을 이용하기)"이라는 연구를 소개한다.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둔 캘리포니아 대 1학년 77명을 연구실로 불러들여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룹 A: 과정 시뮬레이션. 중간고사 점수 A를 받기 위해 자신이 공부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그룹 B: 결과 시뮬레이션. 중간고사 점수 A를 받는 자신의 모습을 시뮬레이션
그룹 C: 실험 희생양. 다른 그룹이랑 비교하기 위한 제어집단(control group). 아무것도 안 했다.
그룹 A 학생들은 자신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 침대에 누워서 공부하는 모습, 도서관에 앉아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책 어느 부분을 공부하는지, 필기를 어디서부터 다시 훑어보는지 상상했다. 텔레비전을 끄고 음악을 멈추는 것도 하루 과정에 넣었다. 친구가 놀러 나가자는 걸 거절하는 자신의 모습도 그렸다.
그룹 B 학생들은 시험에서 성적 A를 받은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지시받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중간고사 점수를 기다리다 자신이 A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다. 연구실에서 배운 멘탈 시뮬레이션을 시험 전 일주일 동안 매일 5분 동안 하게 했다.
시험 결과, 과정 시뮬레이션을 한 그룹 A 학생들의 점수가 눈에 띄게 높았다. 그룹 A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그룹 B보다 6점, 그룹 C보다 8점이 높았다. 그룹 A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시험공부를 시작도 빨리했고, 공부량도 많았다. 그에 반해, 그룹 B 학생들은 '멘탈 시뮬레이션'을 전혀 안 한 그룹 C 학생들보다 평균 2점이 높았지만, 그룹 A 학생들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기서 제일 슬픈 애들은 버려진 그룹 C 학생들이다.
(티스토리 블로그 - 판다 영감)
실험의 결과에서 보듯이, 성공한 미래를 시뮬레이션 한 그룹은 기존의 그룹에 비해 평균 2점이,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 그룹은 8점이 올랐다. 결과를 심상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감정과 모티베이션을 제공하지만 결국 좋은 결과는 과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과정없이 좋은 결과가 존재하기는 거의 어렵지만, 좋은 결과에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좋은 결과가 존재한다.
만약 시크릿의 말을 믿는 사람이 인생에 내가 바라는 일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관련된 노력을 전혀 하지않고 시간을 보낸다면 어떨까? 복권에 당첨되고 싶으면 복권을 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결과만 원하고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복권을 사지않고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크릿이 분명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음에도 이렇게 비판하는 이유는, 시크릿의 내용의 대부분이 현실에서의 물질적 풍요를 이룬 사람들의 사례와 함께 믿음의 힘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말을 매칭해서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그동안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내가 믿음을 갖지 못해서라고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믿음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 이 말은 익숙하지 않은가? 수 많은 사이비 종교와 착취적 영성공동체에서 교주가 하는 말과 놀랍게 일치한다. 자기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 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로 자기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가진 모든 사람이 모두 성공하는가?라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 세상은 사실 매 순간 현실과 내 믿음이 충돌하는 볼링장과 더 닮아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정확한 근거를 검증하려는 노력보다는 인상깊은 말, 인상깊은 리더, 인상깊은 사례를 쫓아간다. 이것은 표층적 믿음이다. 마치 면접을 볼 때 그 사람의 경력이나 살아온 삶에 대해서 한마디도 대화해보지 않고 외면만으로 채용을 하는 것과 같다. 수행에 대한 깊이있는 신뢰와 믿음은 근거에 대한 검증과 경험을 통한 입증, 삶을 통한 증득으로 이뤄진다. 이것에 대해서 불교에서는 2600년전부터 신.해.행.증이라는 네가지 체계로 정리했다. 먼저 저 수행이 나에게 필요하다고 하는 믿음을 가지고(신) 공부를 통해서 이해하고(해) 실천하면서 숙달해나가고(행) 삶에 적용하면서 체화해나간다(증)는 네가지 체계다. 이 네가지 과정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가이드라인이다.
3. 수행자가 숙련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연습인가?
다이어트를 하는 것에는 수 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기 어려운 것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다이어트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도 아니다. 어지간히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들은 그 분야에 준 학위가 있는 것 처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왜 다이어트를 못하고 있을까? 우리의 의지가 문제인가? 아니면 체질이 그래서 그럴까?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가능한 연습이란,
1) 수행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난이도여야 한다.
같은 실행과제도 어떤 사람에게는 쉽고 어떤 사람에게는 어렵다. 그 개인의 역량에 맞춰진 적절한 난이도를 제시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과정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달라이 라마는 명상이 삶에 효과를 발휘하고 그것을 체감하기까지 50시간정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50시간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초기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2) 적합도가 맞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인내력을 요구하는 훈련을 잘 따라가지만 창의력이 요구되는 훈련에는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감각적인 훈련들은 잘 따라가지만, 지적인 훈련들에는 약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음챙김 연습이 맞는 사람이 있고, 안맞는 사람이 있다. 훈련은 안되는 것을 점점 개발하는 과정이지만, 초심자일 수록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적절한 형태를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성 사상가 켄 윌버는 본인의 통합이론에서 온 수준All Levels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태어난 아이가 유아기, 소년기, 청소년기를 거쳐 점점 인지발달이 일어나는 것 처럼, 인간의 의식 수준도 낮은 상태에서 점점 더 높은 수준으로 발달,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하면 요리를 처음 시작한 사람부터 최고의 수준으로 숙련된 요리사로, 또 그 사이에 다양한 발달의 단계로 나눠볼 수 있는 것 처럼, 영성에서도 나와 부처 사이에는 어떤 인격적, 존재양식적, 수준의 차이가 있을까?하고 질문해볼 수 있다. 좋은 수행은 반드시 깊은 수준에 대한 수행일 필요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수행은 시작하는 비기너나 최고 수준의 수행자 모두 그 수행의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숙련될 수록 새로운 유익함과 의미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수행이다. 내가 수행을 하면서도 이런 경험들이 많은데, 가장 처음에 했던 연습이 가장 최고의 수준의 연습인 동시에, 처음 과정에서부터 궁극적 과정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자질을 개발시켜줬다.
대표적인 예로는 감사연습이 있다. 감사 연습은 시작하는 수행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으면서도, 가장 깊은 차원을 수련하고 있는 수행자들에게도 유익함이 있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