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웅 Feb 21. 2023

나의 살던 고향은

고향이란 무엇인가

 고향(故鄕)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서의 고향은 태어나서 자라온 곳 또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이다. 사람들은 보통 고향의 의미를 전자(前者)에 한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문득 후자(後者)를 생각하며 나의 고향은 어디이며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돌이켜 보았다.

 태어난 곳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이다. 부모님께서 신접살림을 차리신 동네이며 내가 태어난 산부인과 병원이 있는 곳이다. 물론 어머니 배 속에서만 있었고 출생신고‘만’ 마치고 곧장 이사했기에 상계동에서의 어린 시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부모님과 다시 그 동네를 찾노라면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태어난 병원이 아직도 같은 자리에서 성업 중인 것을 보면 감회도 새롭다. 지금도 미래 직장 위치를 고려하지 않을 때 내가 서울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이 노원구임을 보면 무의식중에 이곳을 애착하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상계동을 고향이자 모태(母胎)의 기원(起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자라온 곳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이다. 태어나자마자 상계동에서 고양동으로 이사를 와서 만 15년간 어린이집부터 중학교까지 이곳에서 마쳤다. 걸음마 떼기도 고양동 땅 위에서 했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을 곳곳에 추억이 서려 있어 나는 고양동을 진정한 고향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신도시로 이사 간 뒤에도 초·중학교 시절 친구들은 변함없이 그곳에서 살아서 고양동이 진정한 내 고향이라는 관념이 굳어져 갔다.

 덕양구 행신동에 소재한 무원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운정 신도시로 이사 가게 되어 거주지·고향·생활 지역에 괴리(乖離)가 생기면서 지역 정체성 혼란 내지는 향수(鄕愁)가 심해졌다. 중학교 친구들은 고양동에 그대로 있는데, 나는 낯선 신도시 한복판에서 살고, 고등학교 친구들은 고양동이 아닌 원당·화정·행신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므로 나와 교집합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행신동 지리에도 어두웠다. 3년 가까이 무원고, 화정·행신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지금은 내 홈그라운드가 되었지만, 고향만큼 편한 동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친구들은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3년 만에 새로운 도시와 완전히 친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곧 대학에 진학하고, 훗날 직장 생활로 인해 타지(他地)―심지어는 타국―생활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한때 낯설었던 행신동도 나에게 고향으로 느껴질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사전에서도 ‘이것이 고향이다.’라고 딱 잘라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고향은 시간·공간·마음 3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심상이므로 나중에 경기 북부를 떠나 다른 지방에 정착한다면 그때 행신동도 내 고향 중 하나로 인식될 수도 있다. 고향은 나의 과거가 있고 정(情)이 든 곳이며, 그리움이 존재하는 곳이기에 언젠가는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학교도 고향이 되고 모교(母校)가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아쉽고 애틋한 옛날과 그 시절 추억이 곧 고향이더라.




작성: 2022. 12. 01.

발행: 2023. 02. 01.

Copyright 2023 김연웅, all rights reserved.

(네이버 '레일러스트(lakebigyw)'와 브런치 '김연웅'은 동일인이며, 레일러스트 블로그에 있는 수필을 옮겨왔음을 알려 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