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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웅 Feb 21. 2023

인생 지하철

시간을 달리는 열차

 어릴 적 도심 갈 때 꼭 타던 지하철, 집으로 돌아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하철, 다들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내게는 ‘서울 지하철 3호선’이 그런 존재다.


 집, 주말이나 방학에 놀러 가던 아버지 사무실, 친구들과 날 잡아 놀던 일산, 서울 도심 모두 3호선 연선에 있었기에, 3호선을 자주 탔다. 지하철 탄 횟수의 7~8할 정도는 3호선일 정도다. 친구들과 서울에서 놀 때 공교롭게도 거의 2호선 연선 내지는 3호선을 타고 갔다. 그래서 지금도 3호선을 타고 예전에 자주 타고 내리던 역을 지나칠 때면 추억이 새록새록 열차에 올라탄다. 아버지 손 잡고 열차에 올라타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하철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학생 시절 내 모습, 북한산에 가겠답시고 구파발역에서 친구들과 모여 발걸음을 재촉하는 고등학생 나까지, 안전문 너머로 보이는 듯싶었다. 나의 성장과 함께한 3호선이다.


 지금은 이사 가서 3호선보다 경의선을 더 자주 이용한다. 다만 3호선도 경의선 못지않게 이용한다. 그러나 푸근한 주말 오후 엄마 손을 잡고 3호선 지축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것과, 바쁜 일과 속에서 급행열차 안에서 마을버스 시각을 초조히 확인하며 뜀박질하길 기다리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추억 속에 오래도록 남은 3호선과 바쁜 일상 속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는 경의선은 차이가 현격하다. 추억을 간직한, 환기(喚起)하는 3호선은 어쩌면 내 마음속 고향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같이 살아온 지하철, 인생 지하철은 그런 것일까.





작성: 2022. 12. 02.

발행: 2023.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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