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담소, 편안함에 이르는 길
일을 마치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딸은 시원한 딸기레모네이드를 마십니다. 사소한 대화를 나눕니다. 딸의 밝은 미소를 봅니다. 행복감을 느낍니다. 짧은 대화, 짧은 행복감입니다. 얼굴에 옅은 미소가 생깁니다. 이런 짧은 행복감이 계속 반복되면 좋겠습니다.
딸은 곧 학원에 가야 합니다. 인생에는 짜릿한 성취나 격한 감동도 필요하겠지만, 평소에 자주 반복적으로 이런 느낌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매일 살아갈 힘을 얻는 건 이런 작고 반복적인 행복의 조각들일지도 모릅니다.
딸이 떠난 빈 식탁에 앉아 창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창 밖에서 새소리가 들립니다. 벚꽃도 살짝 보입니다. 빵빵 거리는 자동차 소리도 들립니다. 낮의 열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열린 창문 사이로 기분 좋은 찬 바람이 들어옵니다. 아무것도 없는 식탁이 주는 여유를 온몸으로 느껴봅니다.
슬그머니 바쁜 회사 일, 해야만 하는 과업들, 마음을 누르는 부담감들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려 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잠시만 기다려줘. 나중에 생각하자." 그리고 이 여유를 조금 더 붙잡아 봅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느라 침침해진 눈을 감았다 뜹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이 주는 편안함을 아주 잠깐, 오롯이 경험합니다.
그때 현관문에서 '삑삑, 삑삑삑' 소리가 들립니다.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왔습니다. 원하던 포켓몬 빵을 샀다며 아이처럼 신나 하는 녀석. 아빠를 덥석 끌어안는 아들 덕분에 내 마음에는 '잠깐의 행복'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물론, 나중으로 미뤘던 삶의 걱정과 고민들이 찾아옵니다. 노크 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시끄러운데 문을 열어주기 싫습니다. 순간 이동 기술을 사용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참 오랫동안 함께 했던 '미운 친구'입니다.
저에게 오늘은 조용한 밤입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떠셨나요? 따뜻하신가요? 다정한 하루인가요? 조금 지친 하루였나요? 그래도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순간만큼은 웃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에서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도, 오늘 밤은 부디 그 편안함이 머물기를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