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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G씨 May 08. 2024

어쩌다 변호사

어쩌다 일을 시작한 어른이의 고민 일기장


말 그대로 어쩌다 변호사가 되었다.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로스쿨 3년을 쉼 없이 달리고 


27살 나는 변호사가 되었다.

누군가는 어쩌다 변호사가 되는 게 어디 있냐며, 그런 오만한 소리를 말라고 했지만

내 인생에 변호사라는 직업은 생각한 적도 꿈 꾼 적도 없던 게 맞기 때문에

정말이지 '어쩌다'가 너무 맞는 수식어 같이 느껴진다.


어쩜 이리 딱 맞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그래, 나는 어쩌다 변호사가 되었을까?


나는 모범생이었다. 

선생님 마음에 드는 게 편했고, 그래서 엇나가지 않고 왠만하면 규율을 지키는 게 더 편했다.

어차피 달리 할 것도 없는 학생의 일상, 그냥 공부하는 게 제일 간단했고 

게다가 공부는 하면 할수록 칭찬까지 받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주어진 일을 하는 아이, 

규율을 지키는 아이로 살다보니 

눈 앞에 놓였던 "할 일"인 공부를 꽤 오래, 열심히 하게 되었고

그런 날들이 모여 외고에 진학하고, 서울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에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날 오후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

발표 시간을 생각하기 싫어 낮잠에 들었다, 엄마의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햇살이 비추는 오후여서 집안 형광등은 모두 꺼져있었고, 왠지 조금은 어둡지만 따뜻한 분위기였다.

합격 소식을 알려주려 전화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담임선생님이셨고, 

자느라 스스로 합격 소식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넘치는 축하를 받으며 합격 소식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대학교 4년은 거의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나날들이었다.

남들이 이거 좋다, 저거 좋다 해도 어쩌라고를 시전하며 

그냥 내가 맘에 드는 걸 따라가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났다.


굳이 내가 불편한 장소에 가지 않으려 했고,

괜히 학교에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들이 늘어나던 시기에는 

오후 3시 이전에 하교를 해서는, 집 근처 마실을 가고 그림을 그린다던지 하며 시간을 보냈다.


소위 비주류 비상경 학과를 주전공으로 하며, 

미술관이 좋다는 이유로 (미술 그 자체도 아니다. 미술관이다.) 

미술사학을 부전공했던 대학생의 나는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갔다.


나의 취향과 정체성이 소용돌이에 들어가기 시작한 건 대학교 4학년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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